[위클리논단]

김경배 편집국장
김경배 편집국장

[위클리서울=김경배]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지만 역사는 수많은 사례를 통해 우리에게 미래에 대한 방향성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 민족은 불행한 사례를 많이 겪고도 반복되는 역사를 되풀이해왔다.

특히 이중 가장 뼈아픈 것 중 하나는 지도층의 분열이다. 고구려의 패망 원인 중 하나가 연개소문 사후 자식들의 분열 때문이다. 맏아들인 연남생이 대막리지가 되어 군사권을 장악하자 두 아우인 연남건과 연남산이 정변을 일으키고 이에 연남생 당나라로 가 고구려의 패망을 돕는다.

후삼국 시대 가장 강력했던 후백제의 멸망도 이와 비슷하다. 견훤의 큰아들 신검을 비롯한 양검, 용검 등과 견훤의 총애를 받는 넷째 아들 금강이 후계자 자리를 놓고 권력쟁탈전을 벌이다가 멸망했다. 창업주인 견훤은 고려로 망명, 자신이 세운 후백제를 멸망시키는데 일등 공신이 되었다.

이 두 사례는 후계자의 분열이지만 단순히 후계자의 분열이 아닌 후계자 지지층의 분열이라고 할 수 있다. 뿐만아니라 고려와 조선시대를 거치면서 거듭된 지도층의 분열은 우리가 가진 아픈 역사의 한 단면이다.

이는 권력의 속성때문이다. 권력의 속성은 ‘독점’이다. 자신의 권력을 아무에게도 나누어주지 않는 것. ‘모 아니면 도’식의 정치가 현재까지도 정치체계 면면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상대에 대해 독(毒)할 수밖에 없으며 그러한 독기(毒氣)는 사생결단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속성은 국가 간에도 나타난다. 권력 싸움에서 패한 경우나 그 체제에 회의를 느낄 경우 또는 동경과 개인적 이유로 인해 귀화나 망명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고위관료를 지낸 이가 북한에 망명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북한의 고위층 인사가 우리나라에 망명한 경우도 그렇다.

하지만 이는 특별한 경우이며 민초들은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들에게는 살아가는 곳이 그들의 터전이요 전부이다.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개경으로, 개경에서 평양으로, 평양에서 의주로 피난을 갔지만 민초들은 그들의 터전을 떠날 수 없었다.

민초들은 그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서 의병을 조직하여 일본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뿐이랴? 조선 후기 민란도 세도정치에 맞서 민초들이 살기 위해 일으킨 것이며 일제에 맞서 펼쳐진 국채보상운동이나 독립운동도 그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싸움이었다. 

이러한 점에서 5천 년 역사를 이어온 것은 한 줌 권력을 놓고 권력투쟁에 몰두한 지도층이 아니라 이 나라 민초들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 정부가 지소미아 종료를 선언했다. 역사문제가 경제문제로 경제문제가 군사문제로 전이되는 과정이 이어지고 있다. 한일 양국 간 끝이 보이지 않는 치킨게임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모 방송에 출연한 최배근 교수의 표현을 빌면 “제 힘없는 아버지, 어머니를 옆집에서 강제로 끌어다가 일 시키고 또 어머니를 능욕도 하고 그러면서 사죄도 안 하면서 배상도 안 하겠다고 하는데 거기다 한술 더 떠가지고 경제적인 폭력까지 저지르는 것”이라 한다.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하지만 정치권은 어떨까? 신문 방송할 것 없이 ‘조국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어느새 주요 뉴스는 조국 후보와 관련된 뉴스로 도배되었다. 법무부장관? 중요한 자리가 맞다. 이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해야 하며 혹여나 그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오면 안 된다. 그래서 정치인이나 고위관료에게 요구되는 것이 도덕성이다. 

조국 후보에 대한 문제는 조국 후보 스스로 밝혔듯이 청문회를 통해 검증하면 된다. 이슈를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언론이 가진 특권이요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언론은 이슈를 선점하고 이를 통해 여론을 형성하면서 방향성을 제시한다.

시민들의 불매운동이 50일을 넘어가고 있다. ‘독립운동은 못 했지만 불매운동은 하겠다.’라는 시민들의 외침이 곳곳에서 들린다. ‘일본과의 전쟁, 조국과의 전쟁’. 모든 일에는 선(先)과 후(後)가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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