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윤민 지음/ 글항아리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지배와 저항으로 보는 조선사 4부작’을 완성하는 제4권 '문화유산의 두 얼굴'이 출간되었다. 시리즈의 제1권 '두 얼굴의 조선사'와 제2권 '모멸의 조선사'는 문체부 세종도서 교양 부문에 선정되었다. 제3권 '조선에 반反하다'에서는 조선 백성의 저항과 항쟁을 본격적으로 다뤘다. 이번에 나온 제4권 '문화유산의 두 얼굴'에서는 왕릉과 궁궐, 성곽, 서원 등의 건축과 문화유산을 통해 조선의 권력자들이 예와 도의 헤게모니 전략을 어떻게 구사하고 펼쳤는지 살펴본다. 

건축물에는 이념이나 사회윤리 등 추상적 가치를 물질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 속성이 있다. 정치가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이에 주목해 지배이념, 통치 강령, 지배체제 윤리를 건축물에 표상하고 이를 확산하려 했다. 건축물은 권력자가 원하는 정치 담론을 형성하고 상징화하는 데 사용되었다. 거대한 규모와 엄숙한 공간, 엄정한 외관과 체계적인 구성을 가진 건축물은 피치자에게 권력자의 신성함과 위력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문화유산의 두 얼굴'은 오늘날 우리가 문화유산이라 부르는 조선시대의 왕릉과 궁궐, 읍치와 성곽, 성균관과 향교, 서원 등의 건축물에 관해 권력기술자들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와 통치 수단으로 활용했다는 관점으로 이야기한다. 조선의 기념비적 건축물을 보면 그 외양과 구조를 살펴 당대의 미의식과 건축학적 문화양식을 가늠할 수 있으며, 건립을 추진한 배경과 사연을 짚어보고 거기에 스며든 시대 정서와 선대의 정신을 헤아릴 수 있다. 공사에 동원된 백성의 고단한 사연도 보듬어 안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 책에서는 권력 유지와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된 건축물이란 틀로, 지금은 문화유산이라 부르는 조선시대의 왕릉과 궁궐, 읍치와 성곽, 성균관과 향교, 서원과 사찰에 다가가고자 한다. 이들 건축물 또한 권력의 권위를 확보하고 지배질서를 정당화하며 통치의 효율을 높이는 장치이자 도구로 쓰였다. 소통과 교류의 구심점으로 지배층을 결집하고 계급 재생산을 꾀하던 체제 유지의 보루였다. 정책 입안을 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지던 정치의 제일선이자 더 강한 위세를 휘두르기 위해 정치세력 간 다툼이 끊이지 않던 권력투쟁의 한복판이기도 했다. 선현을 받드는 사당을 지어 제례를 올리며 신분 우위와 특권 행사의 근거를 마련하던 지배전략의 진지였다. 그곳은 감화시키고 가르쳐 순응하는 충실한 백성을 길러내던 교화의 마당이었으며, 통치와 지배에 대한 동조나 인정을 끌어내던 헤게모니hegemony 전략의 본거지였다. 유럽과 일본 등 다른 나라의 사례와 함께 이러한 역사 사실을 반추하면서, 건축물을 짓고 유지한 인부이자 그 재원을 생산하는 인력이었던 백성에게도 잠시 시선을 둔 것이 이 책의 의도다.

지금까지의 흐름은 문화유산을 둘러싼 역사적 사실을 기술하거나 그것의 건축미나 문화적 가치, 기능의 우수성을 논하는 담론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에서 헤게모니 전략의 본거지로서 조선시대 건축물의 정치적 기능과 사회적 배경을 살펴본 이 책의 존재 가치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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