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다시 와보고 싶었던 곳,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곳
꼭 다시 와보고 싶었던 곳,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곳
  • 김준아 기자
  • 승인 2019.09.02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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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 세계여행] 호주 퍼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기, 주나>는 여행 일기 혹은 여행 기억을 나누고 싶은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의 세계 여행기이다. 여기(여행지)에 있는 주나(Juna)의 세계 여행 그 아홉 번째 이야기.

 

호주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자연
호주의 하늘과 바다 그리고 자연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세계 여행 3일 만에 가려고 했던 여행지 호주 퍼스. 세계 여행을 시작하고 3주가 지난 후, 비로소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동생에게 줄 선물을 가득 담은 캐리어가 아니었다면 3주가 3달이 되었을 지도 모른다. 이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그만큼 동남아가 매력적이었다는 것이고, 둘째는 그만큼 가방이 무거웠다는 것이다. 동남아는 나에게 지상 낙원의 느낌이었고, 캐리어가 아니었다면 정말 길게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호주에 도착한 순간 “아! 여기는 천국이었지! 오랜만이야. 호주!”

여행하는 사람마다 아끼는 부분과 쓰는 부분이 다를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이동과 숙박을 최대한 아끼는 대신 먹고 싶은 거 먹고, 하고 싶은 거 하고, 보고 싶은 거는 본다. 아무리 비싼 입장료도 망설이지 않는다. 하지만 무조건 가장 저렴한 교통수단으로 이동하고, 가장 저렴한 숙소를 예약한다. 한 번도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오히려 혼자 자는 게 무서워서 게스트 하우스 생활에 만족을 하며 여행을 하고 있고, 지난 3주 동안은 최소 4인실에서 최대 12인실까지 사용했다. 게스트 하우스는 낯선 여행지에서 친구를 사귀기에도 좋고, 여행 정보를 공유하기도 좋다. 공항 노숙은 재미있고(밤 11시 넘어서 도착하면 무조건 공항 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아침 7시 이전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게 되면 무조건 하루 전 날 가서 공항에서 지낸다. 오히려 새벽 시간에 이동하는 것 보다 공항이 더 안전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한다. 세상에서 가장 큰 게스트 하우스라고 할 수 있다. 난 침낭도 있으니까 말이다.), 10시간 넘는 버스나 열차도 낭만이라고 생각하며, 비행기 경유는 장거리 비행 중 다리를 펼 수 있는 휴식 시간이라고 생각해서 굉장히 좋아한다. 때로는 긴 경유 시간 동안 새로운 도시를 여행할 수도 있고 말이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참 중요하다.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이자 모든 비밀을 공유하는 여동생과 함께 한 이번 호주여행은 영원히 되새겨질 것 같다.
여행은 누구와 함께 하느냐가 참 중요하다.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이자 모든 비밀을 공유하는 여동생과 함께 한 이번 호주여행은 영원히 되새겨질 것 같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퍼스는 차 타고 10~20분만 가면 아름다운 바다가 아주 많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퍼스는 차 타고 10~20분만 가면 아름다운 바다가 아주 많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이렇듯 걷는 것도 좋아하고, 길을 잃는 것도 좋아하는 나인데…. 공항으로 마중 나온 제부 차를 편하게 타고, 깨끗한 동생부부 신혼집에 도착을 해서, 동생이 나만을 위해 꾸며 놓은 방에 짐을 풀어 놓고, 제부가 끓여 준 한국 라면을 먹고, 더블침대 하나를 다 차지하면서 10시간 푹 자고 일어나, 지도를 보지 않고 동생을 따라다니면서 여행을 하니 왜 이렇게 행복한지. 이렇게 천국 같은 곳에선 더 오래오래 머물다가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오랜만에 빈둥거리면서 우리나라(South Korea)보다 77.1322101배 넓은 면적을 가진 호주라는 거대한 땅에 살고 있는 여동생(김준우, 31세)과 수다를 실컷 떨었다.

“너 호주에 처음 왔던 게 언제야?” “벌써 10년이나 됐어. 2009년에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처음 와서 2년 지냈고, 한국으로 돌아갔다가 2017년에 남편을 만나면서 퍼스에서 살게 되었고.”

그렇다. 동생은 아직 신혼부부이다. 내가 신혼부부 집에 빌붙으러 온 거다. 다시 한 번 제부에게 감사하다.

 

게스트 하우스 생활을 하다가 동생이 만들어 준 내 방에서 혼자 자니 오랜만에 한 번도 안 깨고 10시간 숙면을 취했다. 오래오래 빌붙어 있을 예정이다.
게스트 하우스 생활을 하다가 동생이 만들어 준 내 방에서 혼자 자니 오랜만에 한 번도 안 깨고 10시간 숙면을 취했다. 오래오래 빌붙어 있을 예정이다.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동생네 냉장고와 집안 곳곳에는 여행을 되새겨 주는 기념품이 있다. 냉장고 자석 앞에서 내 얼굴보다 큰 참외와 함께.
동생네 냉장고와 집안 곳곳에는 여행을 되새겨 주는 기념품이 있다. 냉장고 자석 앞에서 내 얼굴보다 큰 참외와 함께.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예전부터 호주에서 살고 싶어 했던 건 알았지만 진짜 호주에서 살게 될 줄은 몰랐어. 호주에 살면서 뭐가 제일 좋아?” “파란 하늘을 매일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차타고 10~20분만 가면 아름다운 바다가 아주 많다는 것. 그리고 창문을 열고 신선한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는 것. 이 세 가지 때문에 매일 매일이 좋은 거 같아.”

“신선한 공기랑 파란 하늘,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는 한국에도 있던 것들인데… 지금 한국은 미세먼지로 창문도 못 열어놓고 산다고 하잖아.” “맞아. 내가 2년 전에 한국을 다시 떠날 때 까지만 해도 ‘미세먼지’ 라는 단어를 자주 접하지는 않았던 거 같아. 그런데 작년 5월, 내가 1년 만에 다시 한국을 갔을 때, 외출 하려고 집을 나서는데 하늘이 너무 흐려서 우산을 챙겨서 나갔거든? 친구들이 우산을 보더니 왜 가져왔냐는 거야. 비 오려고 흐린 게 아니라 미세먼지 때문에 그런 거라고. 그때 진짜 충격 이었어. 그 후로 아직 1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더 심각해졌다면서? 여기에서 살다 보니 피부로 와 닿지는 않지만, 어린 아이들이 그림 그릴 때 하늘을 회색으로 칠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너무 안타깝고 슬퍼. 이제 더 이상 놀이터에서 놀지도 못 하는 거잖아.”

“맞아. 나도 떠나기 전에 마스크 쓰고 다녔었어. 여기서는 마스크 끼는 사람을 볼 수가 없지. 여기 사람들은 비도 그냥 맞고 다니잖아. 요즘에는 정말 여행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갔을 때 미세먼지 때문에 다시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나는 외국에서 산다는 건 생각도 해보지 않았던 사람인데. 이런 나를 위해서 호주에 살면서 안 좋은 점도 말해 줘.” “모든 이민자들이 같지 않을까? 가족들과 친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하는 거. 그래도 요즘은 영상통화가 되니까 얼굴은 쉽게 볼 수 있어서 좋아.”

 

지인들이 놀러 오면 그 기념품들을 보고 여행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
지인들이 놀러 오면 그 기념품들을 보고 여행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여행을 기억하는 방법.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호주의 파란 하늘과 공기가 가장 좋다는 퍼스에 살고 있는 동생네 부부.
호주의 파란 하늘과 공기가 가장 좋다는 퍼스에 살고 있는 동생네 부부.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맞아! 예전에 너 처음 호주에서 지낼 때만 해도 우리 영어로 문자 보냈었잖아. 내가 너한테 보낸 문자 아직도 기억난다. ‘What’s wrong?’ 서로 진짜 짧은 영어로 대화 했었는데. 네가 10년 만에 다시 호주에 와서 영어로 말하며 살고 있다니 진짜 신기하네.” “나도 진짜 신기해. 지금으로서는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 한국에서 지낼 때는 호주에 가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가고~’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호주에 살면서는 ‘한국에 가면… 뭐하지?’라는 생각만 들거든.”

“그래도 한국이 그리울 때가 있지 않아?” “당연히 있지. 그럴 때는 그냥 좋아하는 한국 음악 들으며, 한국 음식 만들어서 한국 영화 보면서 먹어.”

“역시 향수병 극복은 한식이 최고야. 그런데 나 정말 아직도 호주에 대해 충격적인 게 있어. 어떻게 3시에 문 닫는 카페가 있지?” “일찍 문을 여니까 일찍 닫지. 보통 오전 6시 30분에 오픈해서 아침 시간 7시에서 9시가 가장 바쁜 시간대야. 왜냐면 이 곳 사람들은 아침 출근 시간에 굉장히 여유가 넘쳐흐르거든. 출근하기 전에 다들 커피 한 잔 씩 마시고 가. 한국처럼 잠을 깨려고 급하게 사서 들고 출근하는 게 아니고 테이블에 앉아서 마시고 가는 사람들도 많아. 그리고 더욱 놀라운 건, 그 전에 아침 조깅까지 했다는 거지. 나도 아직까지는 그 부분이 매우 충격적이야.”

“와… 진짜 대단하다. 아침잠 많은 우리는 절대 못 할 일이네.” “응. 하지만 한국이랑 같은 점은 이 곳 사람들도 월요병이 있다는 거야. 여유는 넘치지만 출근하기는 싫어하지. 그래도 내가 사는 퍼스는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져 있어서 퇴근 후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기기 좋은 곳 같아. 도시 생활에 지친 사람과 시골 생활이 지루해진 사람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해야 하나?”

 

나에게 여행이란... 되새기는 것? 퍼스 근교 여행지 피나클스 사막.
나에게 여행이란... 되새기는 것? 퍼스 근교 여행지 피나클스 사막.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호주 공원에는 무료 바비큐 시설이 많다. 근처 공원에서 삼겹살 파티.
호주 공원에는 무료 바비큐 시설이 많다. 근처 공원에서 삼겹살 파티.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현지인들에게 그런 매력이 있다면 여행지로서의 매력은 뭘까?” “호불호가 없는 여행지라고 생각해. 바다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와 섬들이 있고,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산만큼 아름다운 언덕과 공원이 있지. 수많은 호수와 거기에 사는 백조와 흑조, 광활한 사막, 와이너리 등등 다양한 매력을 가져서 관광과 휴양을 모두 할 수 있는 곳이지.”

“사람들은 호주 하면 대부분 시드니를 먼저 떠올리고, 브리즈번, 멜버른 같은 도시를 떠올리잖아. 퍼스도 여행할 곳이 많이 있어?” “응, 몇 년 전부터 TV에 나오기 시작하면서 많이 유명해지긴 했지만 아직도 관광객들은 동부 쪽을 더 많이 가기는 하는 거 같아. 하지만 너무 북적이는 게 싫다면 퍼스에 오는 걸 추천해. 퍼스는 근교 여행지도 많고, 곳곳에 갈만 한 곳이 정말 많거든. 프리맨틀, 로트네스트 아일랜드, 버셀톤, 피나클스 등등.”

“나에게는 여행지인 이곳에 살고 있는 너는 가고 싶은 여행지는 어디야?” “남태평양 한 가운데 그러니까 호주와 남미 사이에 있는 아주 작은 섬, 보라보라 섬! 한국에서 지낼 때 일했던 호텔이 보라보라 섬 지점도 있어서 알게 된 곳이야. 남태평양에 있지만 프랑스령이고, 이곳에 가려면 한국에서는 최소 2번 경유를 해야 하고, 20시간에서 24시간이 걸린대.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하는 나에게 보라보라 섬은 생각만으로도 설레고 언제나 궁금한 곳이야. 언젠가 꼭 가보고 싶어.”

 

그렇다. 결혼 한 지 1년도 안 된 신혼 부부 집에 빌붙어 있었다. 감사해요 제부.
그렇다. 결혼 한 지 1년도 안 된 신혼 부부 집에 빌붙어 있었다. 감사해요 제부. ⓒ위클리서울/ 김준아 기자

“여행은 그런 거 같아. 생각만으로도 설레는 거. 너에게 여행이란?” “나에게 여행이란… 되새기는 것? 내가 여행지에서 기념품 사는 거 좋아하잖아. 집에 와서 보고 있으면 그 때 여행이 떠오르거든. 언제 누구와 어디에서 함께 했는지. 그렇게 지난 여행을 되새기면서 새로운 여행을 꿈꾸지.”

나에게는 호주가 그런 곳이었다. 되새기면 설레는 꿈같은 곳. 2009년, 여동생이 지낼 때 처음 여행 왔었던 호주를 되새기다가 결국 나도 워킹 홀리데이 비자를 받아서 10개월 동안 살았던 곳. 그 때 만났던 내 친구들이 아직도 살고 있는 곳. 한 번도 와보지 않은 사람은 있지만 한번만 와보기는 힘든 곳. 동부는 동부 느낌이 있고, 서부는 서부 느낌이 있고, 바다는 바다 느낌이 있고, 사막은 사막 느낌이 있는 곳. 내가 꼭 다시 와보고 싶었던 곳. 그리고 지금 내가 있는 곳.

여행지를 선택할 때면 항상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가봤던 좋았던 곳을 또 갈 것인가? 새로운 곳을 갈 것인가? 그때 거기서 그거 못하고 왔는데? 그 여행지 지금가면 딱 이라던데? 그때의 그 추억을 되새길 것인가?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 것인가? 이 모든 고민을 한 번에 해결해 준 세계 여행. 갔던 곳도 가보고, 새로운 곳도 가볼 수 있는 장기 여행.

호주에서 얼마나 많은 추억을 되새길 수 있을지, 얼마나 많은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을지 기대를 하며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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