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전통적인 스웨덴의 단톡 주택. 정원과는 또 다른 공간으로의 발코니는 언제나 중요하고 애정하는 공간이다. (사진 = 이석원)
전통적인 스웨덴의 단톡 주택. 정원과는 또 다른 공간으로의 발코니는 언제나 중요하고 애정하는 공간이다.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스웨덴 소설 중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너머 도망친 100세 노인(원제 : Hundraåringen som klev ut genom fönstret och försvann)’과 더불어 최고의 베스트셀러 소설로 통하는 ‘오베라는 남자(원제 : En man som heter Ove)’의 작가 프레드릭 베크만은 “발콩(Balkong. 발코니의 스웨덴어)에서 커피를 마시며 작품을 쓰기 위해 타자를 칠 때 가장 행복하다. 내 작품은 발콩에서 태어난다”고 말했다.

아바(ABBA)의 멤버였던 베니 안데르손(Benny Andersson)은 “스웨덴에서 가장 아름다움 풍경은 내 집 발콩에서 바라본 유르고덴(Djurgården) 섬과 호수 위의 보트들이다”고 말하기 도 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스웨덴 가정집의 발콩, 즉 발코니를 예찬하고 있다. 어느 나라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발코니인데 이들은 왜 이리도 발코니에 대해 특별한 예찬을 하는 것일까?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발코니가 다른 특별한 의미를 지니기라도 하는 것일까?

발코니, 베란다, 테라스. 꽤나 구분이 모호한 건축학적 개념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이 세 가지 개념을 가지고 설왕설래가 많다. 그럼 이 세 가지의 차이가 뭘까?

건축학적으로 발코니는 거실을 연장하기 위해 밖으로 돌출시켜 만든 공간을 말한다. 일반 아파트의 거실에 붙어 있는 공간은 모두 발코니인 것이다.

반면 베란다는 아래층과 위층의 면적 차이로 생긴 공간을 뜻한다. 위층 면적이 아래층보다 작으면 아래층의 지붕 위가 위층의 베란다가 되는 셈이다.

테라스는 실내 바닥 높이보다 20cm가량 낮은 곳에 전용정원 형태로 만든 공간이다. 거실이나 주방과 바로 통해야 한다. 또 1층에만 설치된다. 2층 이상 주택에 마련된 공간은 베란다로 분류된다. (이상 네이버 지식IN 발췌)

하지만 스웨덴에서는 이 세 가지를 다 발코니로 본다. 스웨덴 일상의 개념에서는 발코니는 자신의 집 건물 내부에서 돌출돼서 실내와 구분되는, 하지만 마당이나 정원과는 또 다시 구분되는 공간이다. 즉 반실내이자 반실외정원의 공간을 말한다.

용어의 개념은 별 의미 없다. 한 마디로 스웨덴 사람들에게 발코니는 일상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하나의 집에서 침실이나 거실, 욕실과 화장실도 모두 중요하지만, 스웨덴 사람들이 집에 있는 동안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 가장 오랜 시간동안 머무는 곳, 가장 행복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곳이 바로 발코니다.

발코니는 스웨덴 전통의 가옥 형태인 빌라에서 시작했다. 빌라(Vila)는 넓은 정원이 딸린 일반적인 단독 주택을 의미한다. ‘말괄량이 삐삐’ 등의 오래된 스웨덴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등장하는 대부분의 주택이다.

넓고 푸른 잔디가 깔린 정원이 있지만 발코니는 완전한 야외의 공간에 나가지 않으면서도 커피를 마시거나 음악을 들으며 독서를 하고, 때로는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무엇보다도 가장 편안하게 집 안에서 햇볕을 쬘 수 있는 일광욕의 공간이라는 특징을 지닌다.

 

2. 스톡홀름 외곽 지역의 한 아파트. 제법 큰 넓이의 아파트인데, 모든 층에 발코니가 마련돼 있다. (사진 = 이석원)
스톡홀름 외곽 지역의 한 아파트. 제법 큰 넓이의 아파트인데, 모든 층에 발코니가 마련돼 있다.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대도시의 경우 주택의 형태가 아파트로 급속하게 변모한 현대에서도 발코니는 스웨덴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아파트의 모든 층에는 실내와 구분되는 발코니 공간이 있다. 1층처럼 야외로 직접 연결되지는 않지만 2층 이상에서는 오히려 높은 구도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는 장점까지 지닌다.

스웨덴 사람들이 발코니에 집착하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햇볕이다. 1년 중 6, 7, 8월을 제외한 나머지 계절에 햇볕을 충분히 누릴 수 없는 기후를 지닌 이들은 어지간한 기온이라면 햇살이 드러나는 날이면 저마다 옷을 벗고 햇볕 쬐는 일에 집중한다.

그런데 제 아무리 햇볕이 좋기로 11월, 12월, 1월, 2월 같은 겨울에도 그럴 수는 없다. 그래서 그들은 발코니를 유리로 막고 겨울이라도 햇살이 드러나면 사실상 실내가 된 발코니에서 일광욕 하는 것을 가장 행복하게 여긴다.

발코니를 완전히 개방할 수 있는 계절에는 주말이면 야외에 나가지 않고도 집집마다 발코니에서 그릴에 고기를 구워먹는 바비큐를 즐긴다. 발코니에서 그것을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엄청난 행복의 차이로 여긴다.

이 두 가지의 행복은 단독형 주택인 빌라든 공동 주택인 아파트든 상관없다. 그것을 누릴 수 있는 발코니가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스톡홀름 인근 지방인 브랜쉬르캬(Brännkyrka)의 빌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프레드릭 베크만이든, 스톡홀름에서 가장 비싼 아파트가 있는 스트란드배겐(strandvägen)의 최고급 아파트에 사는 베니 안데르손이든 마찬가지다.

실제 스웨덴에서 아파트의 가격이나 임대료를 결정하는데 발코니는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 또 혼자서 사는 1인 가구의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아주 작은, 단 한 사람만을 위한 발코니 공간이 있기 마련이다.

스웨덴의 사회학자들 중에서는 스웨덴 사람들이 썩 좋지 않은 기후 속에서도 비교적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행복감을 느끼고 사는 이유를 발코니에서 찾는 경우도 많다.

스웨덴에서 이주한 이민자들에게 “발코니를 즐기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진짜 스웨덴 사람이 됐는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모든 아파트의 발코니를 확장하는 것, 즉 아파트 공간에서 발코니를 없애고 거실을 조금이라도 넓히는 것이 아파트 가격을 높이고,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방법이 돼 버린 우리들에게 스웨덴 사람들의 ‘발코니 행복 예찬’은 좀처럼 익숙해지기 어려운 일상일지도 모른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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