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게 분투기
꽃게 분투기
  • 김양미 기자
  • 승인 2019.09.03 16:3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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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양미의 '해장국 한 그릇'
ⓒ위클리서울/ 김양미 기자
ⓒ위클리서울/ 김양미 기자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마트에서 오늘. 씽씽한 가을 꽃게를 100g에 940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그러니까 만원이면 소자는 여섯. 중자로 다섯. 대자 네 마리 정도를 살 수 있다. 이 말은 A+ 안심과 등심을 50% 세일가로 파는 것과 비슷한 행사라 나는 아침부터 부리나케 집을 나섰다.

사람들이 집게를 하나씩 집어 들고 꽃게를 찔러대고 들어 올리고 뒤집어대는 통에 6.25때 난리는 난리도 아닌 상황이었다. 종이 상자를 하나씩 비껴 차고 남편이 고르면 아내는 “어머 어머~”하며 받아 담고, 애들은 발을 구르며 “나도 만져 볼 거야~” 외쳐댔다. 뒤에 줄 선 사람들은 꽃게 눈이 되어서 자라목으로 기다리고 있는데도 그러거나 말거나 고만고만한 놈 중에 더 팔팔한 놈을 골라보겠다고 자리 비켜 줄 생각들이 없어 보였다. 입에 거품까지 물고 맹렬히 항거하는 게들을 집게로 줄줄이 들어 올렸다가 다시 패대기치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나는 운이 좋았던지 앞 사람이 떨어트리고 간 집게를 손에 넣었다. 뭐 근데 남 욕할 일도 아닌 게 내 손에 집게가 쥐어지자 나 역시 꽃게들과 ‘창창창’ 칼싸움을 해가며 씽씽하고 더 반항적인 애들로 골라 담기 바빴다. 하지만 내 뒤로도 미어터지게 서있는 자라목들이 신경 쓰여 많이 담진 못하고 대충 얻어걸린 몇 마리를 봉투에 담아 자리를 떴다. 그리고 빛의 속도로 마트를 벗어났다. ‘꽃게 광란의 파티’에 다녀온 느낌이랄까. 정신 줄을 놓쳐버린 나는 꼭 사야 될 것들을 빼먹고 말았다.

빠트린 것을 사기위해 집 근처 마트에 들렸다. 다른 마트에서 장을 본 봉투를 들고 들어갈 수 없어서 물품보관함에 넣어두기로 했다. 휴일이라 그런지 고장 난 몇 개를 제외하고는 비어있는 보관함이 없었다. 그런데 쭈욱 둘러보다가 저기 앞에 조금 큰 보관함 몇 개가 비어있는 게 보였다. 잘됐다 싶어 얼른 꽃게 봉투를 집어넣으려는데, 때 맞춰 직원 한 사람이 그런 날 본 것이다.

“고객니임. 거기는 애완견 보관함이라 물건을 넣으시면 안 됩니다~”

그러고 보니 거긴 ‘반려동물 보호함’이라고 적혀있었다. 근데 뭐 비어 있잖나.

“저기요. 그냥 좀 넣어두면 안될까요? 비어있는데.”

“아, 하지만 이용고객이 갑자기 생길 수도 있고… 그건 좀….”

이마트에서 치열한 꽃게전투를 치루고 난 뒤라 정신이 좀 혼미해져있던 나는 헛소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여기 봉투 안에도 게(개) 있어요. 살아있는 게(개). 그러니까 저기 보관함 좀 쓸게요.”

“무슨 말씀이신지….”

그 직원은 이 아줌마가 늦더위를 먹었나. 하는 표정으로 봉투 안을 흘끔 들여다봤다.

“그러니까 제 말은 그 개나 이 게나 같은 개(게)니까 좀 넣자 이 말이죠. 하하하….”

직원은 더 이상 나하고 입 섞기가 싫었던지 주머니에서 ‘계산완료’라고 쓰인 스티커를 꺼내 비닐봉투 손잡이에다 따악 붙여주었다.

“고객니임. 이렇게 하면 그 봉투 가지고 들어가셔도 되십니다.”

아니.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면 될 것이지 사람 쉰 소리나 하게 만들고 말야. 개처럼 왈왈 짖지 못한다고 게를 무시하는 거야 뭐야!

정신없는 대형마트를 두 군데나 거쳐 집에 오니 얼른 씻고 대자로 뻗어있고 싶었다. 따듯한 물로 샤워를 하고나니 온 몸이 노곤 노곤해지며 ‘꽃게 분투기’로 인해 생긴 피로도 풀리는 것 같았다. 조금 쉬었다가 맛있는 꽃게찌게를 끓여 아이들에게 먹일 생각을 하니 기분도 막 좋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허억!!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으려는 순간 얼마 전부터 잠금장치가 말썽이던 안방 욕실 문이 갑자기 ‘벌컥’ 열리는 소리가 났다. 하필 그 순간 휙 스치는 퀴즈 하나.

“대중목욕탕에 불이 났어요. 자아~ 어딜 가리고 나와야 할까요?”

그렇다. 나는 수건으로 잽싸게 얼굴을 가렸다. 몸을 가리는 게 당연한 그 순간과 찰나에 타조 대가리 쳐 박기. 내지는 영구 여기 없~다. 띠리리리리리~ 이 짓거리를 한 것이다. 열려던 문은 빛의 속도로 다시 닫혔고 수건으로 얼굴을 가리는 바람에 나는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아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부끄러움은 문 연 사람의 몫으로 남겨두기로 했다.

 

ⓒ위클리서울/ 김양미 기자

꽃게 좀 싸게 먹어 보겠다고 아침부터 달려 나가 그 난리를 치더니 집 나간 내 정신 줄은 돌아올 생각을 않고, 냄비만 탈출하면 잡혀 온 바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는 저 꽃게들은 죽자고 냄비를 타넘고 또 타넘는다. 어떻게든 살아보려 버둥거리고 애써도 사는 건 나아지지 않고 세상은 목숨 줄 손에 쥔 놈들 맘대로 돌아가는 건 꽃게나 인간이나 매한가지이려나. 악착같이 사선을 타넘고 있는 꽃게들을 집게로 다시 밀어 넣으며 창 밖 하늘을 내다보니 오늘은 저 하늘의 구름까지도 꽃게 모양이다. 

<김양미 님은 이외수 작가 밑에서 글 공부 중인 꿈꾸는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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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2019-09-04 23:03:35
어린시절 엄마가 끓여주신 꽃게찌게가 생각나는 글이네요. 잘읽었습니다.

김서진 2019-09-03 21:27:57
꽃게 참 맛있게 먹었는데 요즘은 발라먹는게 귀찮아지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요리들이 많아서 그런지 생물은 잘 찾지않게 됩니다
예전 꽃게 사다먹던 생각이 떠오르게 하는 잼있는 글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