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슬기로운 B급 며느리 생활
[신간] 슬기로운 B급 며느리 생활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9.09.04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진영 지음/ 김영사
ⓒ위클리서울/김영사
ⓒ위클리서울/김영사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독립영화 <B급 며느리>의 관람 후기다. “저런 독한 며느리가 우리 집에 들어오지 않아야 할 텐데”, “저런 시어머니랑 어떻게 살아”, “암 걸릴 거 같다”, “저 며느리 별나네”라는 평이 꼬리를 문다. 후기의 중심인물이자 문제적 며느리로 불리는 진영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보통의 여성이다. 그런 그녀가 결혼을 하면서 ‘이상하고 특이한’ 사람이 되어 버렸다. 그녀는 억울하다. 그리고 결혼 후 달라진 모든 상황이 낯설고 외롭다. 

가장 힘든 것은 나보다 가족을 위하고 그것으로 인생의 의미를 찾으라는 강요다. 결혼 후 더 나은 나로, 행복한 나로 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나’를 버리고 ‘우리’로 살라고 한다. 다 그렇게 산다고, 그러니 너도 그렇게 살라고. 그것이 A급 며느리가 되는 길이라고. 그러나 진영은 살기 위해 ‘B급 며느리’의 삶을 선택했다. 끊임없이 소통하길 요구했고 부당한 것은 부당하다고, 아픈 곳은 건들지 말라고 목청껏 외쳤다. 이 책은 진영의 그간의 목소리다. 읽으면 읽을수록 한구석이 아프고 통쾌하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걸 어떻게 겪고 살았나 싶은 생각이 들지만 진영은 나를 찾는 과정이었다며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얘기한다.

고분고분한 며느리를 원하는 것은 시어머니만의 소원이 아니다. 남편을 포함해 시댁의 모든 구성원들, 나아가 한국사회는 며느리가 궂은일들을 묵묵히 참아내며 불편한 내색 없이 주어진 몫을 해내기를 원한다. 단지 시어머니는 ‘도리’라 칭하는 그 ‘의무’의 대변인이 되어 직접적으로 부딪히는 사람일 뿐이다.고부갈등은 새로이 가족으로 엮인 모든 사람이 노력해야 하는 문제다. 단지 두 여성의 유치한 기 싸움 정도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다들 그러고 살았어도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해주자고 누구든 나서서 말해야 한다. 

무모해보였던 진영의 발버둥이 읽으면 읽을수록 슬기롭다고 느껴진다.이 책은 시댁이나 남편에 대한 성토가 아닌 대한민국의 평범한 기혼여성이 어떻게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에피소드를 관통하는 한 가지는 누구나 그 역할에 존재가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존재 자체가 존재 자체로 인정받는 것, 그 노력의 시간 동안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또 누군가는 비난받더라도 이 노력이 옳다고 믿는 것 그것이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길이라고, A급이 아니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주) 뉴텍미디어 그룹
  •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 다 07108 (등록일자 : 2005년 5월 6일)
  • 인터넷 : 서울, 아 52650 (등록일·발행일 : 2019-10-14)
  • 발행인 겸 편집인 : 김영필
  • 편집국장 : 선초롱
  • 발행소 : 서울특별시 양천구 신목로 72(신정동)
  • 전화 : 02-2232-1114
  • 팩스 : 02-2234-8114
  • 전무이사 : 황석용
  • 고문변호사 : 윤서용(법무법인 이안 대표변호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주리
  • 위클리서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05 위클리서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master@weeklyseoul.net
저작권안심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