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좌파에 덧칠된 도덕성
강남좌파에 덧칠된 도덕성
  • 김경배
  • 승인 2019.09.0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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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논단]
김경배 편집국장
김경배 편집국장

[위클리서울=김경배] 우리 사회는 이념놀이에 충실한 나라이다.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로 좌우익의 싸움과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좌파 우파 논쟁이 바로 그것이다. 자라온 환경이 다르고 각자가 추구하는 사상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도 한국사회는 상대의 이념에 대해 악의적이다.

친일 친미 친북이라는 말로 서로를 비난하고 같은 하늘아래 같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라 증오하고 손가락질하길 서슴지 않는다. 한편으로는 대한민국이 그만큼 민주화되어서 각자의 사상과 생각을 자유롭게 표출하다 발생하는 과도기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사상의 다양성이 아니라 편협성에 있다. 우리 사회는 항상 이분법적인 사회였다. 상대를 인정하면 회색분자라 비난하고 좌나 우가 아닌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없는 사회였다. 그러다 보니 이처럼 극단적인 이념논쟁이 벌어졌을 때 이를 중재할 방법이 없다.

그런 면에서 우리가 소위 말하는 강남좌파는 특이한 존재이다. 강남좌파란 경제적으로 부의 상징인 강남에 살만큼 재력과 사회적 지위를 가지고 있으면서 생각은 계급주의 타파를 외치는 좌파적 시각을 가진 진보적 성향의 고학력 고소득층을 일컫는다.

학계나 전문직, 문화계에 널리 포진한 이들은 한편으로 사회발전의 동력이 된다. 이들이 내세우는 부의 재분배나 진보적 가치 등은 사회적 약자 입장에서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실제로 이들 중 일부는 약자의 편에서 사회 변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따라서 강남좌파의 지지세력은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으며 이들의 환영을 받지 못하면 강남좌파는 존재의 의미가 없어진다. 반면 역설적으로 강남좌파를 가장 껄끄럽게 생각하는 집단은 강남우파이다. 그들에게 있어 강남좌파란 눈엣가시다.

부모라면 누구나 재산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자식들이 잘 살기를 바란다. 이는 부자나 빈자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강남좌파는 부의 세습과 특권에 비판적이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이 있다. 처지가 비슷하거나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 어울린다는 우리 고유의 속담인데 이 속담처럼 우리나라는 동류의식이 유난히 강하다. 강남우파 역시 끈끈하다.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한 줌밖에 되지 않는 강남좌파로 인해 잔잔한 파고가 일고 있다. 강남우파나 좌파의 가장 약한 고리는 도덕성이다. 부의 축적과정과 신분 상승과정에서 약한 고리가 생겼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털어서 먼지나지 않는 사람 없다고 하지 않던가.

따라서 부를 축적한 강남좌파에게 도덕성을 흠집 내는 것이야말로 강남우파가 강남좌파를 공격할 수 있는 최고의 무기이다. 몇조 원대의 부의 세습에 우리는 침묵한다. 그러면서 몇십 억대의 부의 축적에 대해서는 사생결단의 자세로 달려든다.

강남좌파이기 때문이다. 광화문 촛불시위가 사회에 얼룩진 부정과 부패에 대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었다면 이제 위에서 촛불혁명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실천할 동력이 없다. 개혁은 그냥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추진할 세력과 이를 지지할 세력이 있어야 가능하다.

현재 강남좌파는 강남우파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로부터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강남좌파는 강남우파에 비해 조족지혈(鳥足之血)에 불과하다. 그 얼마 되지 않은 강남좌파가 사라지는 날 우리나라에 더 이상 개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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