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의 포토에세이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장영식 기자] 영남대학교의료원 노동조합은 조합원이 900명 넘었던 적이 있었다. 조합원이 될 수 없는 의료진을 빼면 거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조합원이었다. 13년 전의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조합원 수는 100명이 되지 않는다.

13년 전의 일이다. 노무현정부 때였다. 영남대의료원 측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창조컨설팅’이라는 회사와 계약한다. 창조컨설팅은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기 위해 파업을 유도하고, 파업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는 과정에서 폭력사태를 유발한다. 의료원 측은 이를 빌미로 조합원 10명을 해고했다. 이들은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에서 7명은 승소해서 복직했지만, 송영숙과 박문진 등 3명은 패소했다. 이 과정에서 950명이었던 조합원들은 70명으로 줄었다.

 

13년 동안 원직 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 고공 위의 두 노동자들은 "이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살기 위해서 고공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영남대의료원 측은 고공 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영식
13년 동안 원직 복직 투쟁을 하고 있는 고공 위의 두 노동자들은 "이제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살기 위해서 고공을 선택했다"고 말한다. 영남대의료원 측은 고공 위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장영식

부당 해고된 노동자들은 영남대의료원 측이 창조컨설팅을 앞세워 노조를 파괴한 행위에 대하여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해고 노동자들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집회와 기자회견, 천막농성과 단식, 삭발 그리고 3천배 등 해 보지 않은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의료원 측은 대법원의 판결에 의해 해고가 확정되었기 때문에 원직 복직은 할 수 없다는 것과 창조컨설팅과 자문 계약을 맺은 것은 사실이나 노조탄압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2007년에 해고된 송영숙 부지부장과 박문진 지도위원은 살기 위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70미터 고공 위로 올랐다. 두 노동자들은 “저희가 위험을 무릅쓰고 고공 위로 올라온 이유는 살기 위해서입니다”라고 말한다. “노동조합을 살리고, 노동자가 살기 위해서입니다. 13년이라는 긴 시간, 긴 투쟁을 함께 해주신 동지들에게 꼭 승리해서 돌아가겠습니다”라고 말한다. 영남대의료원 노동조합 김진경 지부장은 두 노동자들이 고공 위를 선택한 것은 “마지막 선택”임을 강조하고 있다. 김진경 지부장은 영남대의료원 측이 대구고용노동청이 제안했던 ‘사적 조정을 통한 중재’를 수용하겠다는 것이 시간을 끌기 위한 면피용이 아니라면 진정성을 가지고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영남대의료원 노동조합 김진경 지부장은 고공 위의 두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서 매일 출, 퇴근 선전전과 중식 선전전 그리고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점심시간 때, 영남대의료원 본관 로비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영식
영남대의료원 노동조합 김진경 지부장은 고공 위의 두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해서 매일 출, 퇴근 선전전과 중식 선전전 그리고 집회를 열고 있다. 사진은 점심시간 때, 영남대의료원 본관 로비에서 선전전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장영식

긴 가을장마와 태풍 소식이 들려오는 날, 두 노동자들이 고공 위로 올라간 날수는 67일을 넘어서고 있다.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계급과 정의와 진영의 증오가 진탕이라는 수렁 속에서 고공 위의 노동자들의 목숨을 건 투쟁은 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1년 한진중공업 김진숙 지도위원이 대규모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85호 크레인 고공 위로 올라간 이후 고공은 노동자들의 마지막 선택이었다. 살기 위한 마지막 선택이었다. 영남대학교의료원 측은 ‘사람이 법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라 법이 사람을 위해서 있다’라는 인본주의적 법 해석을 존중해야 한다. 고공 위에서 ‘함께 살자’고 절규하는 두 노동자들의 외침에 응답해야 한다.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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