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휴스턴 지음/ 이은진 옮김/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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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책의 책'은 책의 몸에 관한 책이다. 책을 구성하는 오장육부의 특성과 역사를 탐구한다. 책에 관한 책은 이미 여럿이지만, 사회문화사의 측면에서 책이라는 지식 전달 매체를 다룬 것이 대부분이다. 반면, 책 그 자체에 집중한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 책은 책이 사물로서 갖는 물성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노력에 관한 이야기다. 생각의 첨단을 담는 도구의 첨단, 기능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매혹적인 공예품’을 향한 러브레터다. 책을 가까이 하는 사람치고 책의 촉감, 책 냄새, 책장 넘기는 소리에 무심한 사람은 없다. 애서가를 설레게 하는 오감은 “책꽂이에서 꺼내면 손에 들리고, 내려놓으면 쿵 소리를 내는 책”의 몸에서 온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은 종이책이다. 전자책 이전부터 있었고, 종이와 잉크, 판지와 풀로 공들여 만든 지극히 아날로그적인 장치의 모든 것을 다룬다. 책의 뼈와 살을 이루는 요소들의 기원과 진화 과정이 흥미진진한 생애사를 만들어낸다. ‘1부 종이’는 고대 이집트의 파피루스에서 시작해 양피지를 거쳐 종이에 이르기까지, 필기 재료의 변천사를 훑어본다. ‘2부 본문’은 문자의 출현부터 인쇄기의 발명까지, 지식 생산의 물적 토대가 완비되어가는 드라마를 살펴본다. ‘3부 삽화’는 책 디자인과 제작에 스며든 예술과 기술을 스케치한다. ‘4부 형태’에서는 책의 겉모습 속에 감춰진 경이로운 비하인드 스토리가 펼쳐진다.

'책의 책'은 위에서 살펴본 책이라는 신체에 영혼을 불어넣은 수많은 ‘출판인’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을 책이게 하기 위해 2,000년 전부터 계속 되어온 그들의 도전과 역경, 좌절과 성취의 순간순간이 아로새겨져 있다. 제지업자, 인쇄공, 식자공, 목판화가, 수도사, 필경사, 발명가 등 여러 분야의 셀 수 없는 기술 장인과 예술가가 더 실용적이고 아름다운 책을 만들기 위해 펼친 실험의 장이 출판 산업이었다. 고전적이고 전통적인 종이책이 실은 과학과 기술의 최전선이 빚어낸 산물이었음을 알 수 있다.

책의 몸에 대한 책인 만큼, 표지와 내지의 디자인과 제작도 남다르다. 평범한 양장본은 표지로 쓰는 두꺼운 판지를 천이나 가죽으로 감싸는데, '책의 책'은 판지를 그대로 노출했다. 제목은 백박으로 제작했으며, 부제나 저자‧역자명은 검정 실크스크린으로 인쇄했다. 아울러 ‘책머리’ ‘책등’ 등 책의 각부 명칭을 친절하게 표시했다. 내지에도 ‘각주’ ‘캡션’ 등 구성 요소의 명칭을 넣어 책의 신체 구조를 환기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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