겪어보지 않았으면 절대 알지 못했을 일들
겪어보지 않았으면 절대 알지 못했을 일들
  • 김준아 기자
  • 승인 2019.09.17 16: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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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캐나다 살기-9회] 새로운 일을 구하다②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문구이다. 좋아하는 걸 실행하고자 무작정 캐나다로 왔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로키 산맥에서 살아 보고, 오로라 보러 다녀오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일 해보고, 캐나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내 꿈은 소박하다. 캐나다에 도착한 순간 다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으니까. 꿈을 좇는 그 아홉 번째 이야기.

 

사장님이 시저(캐나다 국민 칵테일로 매운 맛이 특징)를 마셔 보았냐고 물어보았다. 안 마셔봤다니까 정확히 5분 후 시저를 만들어 주었다.
사장님이 시저(캐나다 국민 칵테일로 매운 맛이 특징)를 마셔 보았냐고 물어보았다. 안 마셔봤다니까 정확히 5분 후 시저를 만들어 주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캔모어는 록키 여행을 하기 위해 캘거리 국제공항에 도착해 밴프 국립공원을 가는 길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록키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기에 입장료가 없는 마을이고, 조금 더 현지 느낌을 받을 수 있은 곳이다. 그래서 캐나다 록키 여행을 온 사람이라면 꼭 들려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캐나다의 여름은 어느 곳이든 성수기라고 할 수 있다. 여름이 정말 짧고, 겨울이 정말 길다. 특히나 록키 쪽은 안전상의 이유로 여름에만 방문할 수 있는 곳들이 많기에 여름이 여행 최적기라고 할 수 있다. 나는 딱 좋은 시기에 도착해서 현지인들만큼 관광객이 많은 시기에 현지인과 관광객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이 곳에서 갖게 된 두 번째 직업은 레스토랑 서버이고, 정확히 12년 전 한국에서 스파게티 전문점 이후로 서빙 아르바이트를 해 보는 건 처음이다.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주문받고, 음식만 나르면 되는 거 아닌가?’ 라고 생각 했는데 구인 공고를 보면 항상 경력직을 뽑았다. 정말 운이 좋게 뽑히고 나서 왜 경력직을 뽑으려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캐나다의 서비스직은 한국과 꽤나 달랐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주나! 너 이거 좋아해? 우리 점심으로 이거 만들어 먹자!” 우리 레스토랑에 한국 사람은 나 혼자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한국 사람은 나 혼자 뿐인 우리 레스토랑. 주방장님이 특별하게 오늘의 메뉴로 불고기를 만들어 주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입장차이 (여행하면서 레스토랑 갔을 때 느꼈던 점과 서버로 일하면서 알게 된 점.)

1. 먹고 있는데 맛이 괜찮은 지 물어본다.

손님일 때는 솔직히 이 부분이 정말 힘들었다. 솔직하게 맛없다고 말해도 되나? 그럼 해결해 주려고 물어보는 건가? 속으로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직접 일을 해보니 정말 괜찮은 지 물어보는 거였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을 해줘야하기 때문이다. 주방에서도 항상 손님들 반응을 물어본다. 그리고 실제로 컴플레인이 들어오기도 하는데 그러면 주방에서는 기꺼이 다시 만들어 준다. 절대 욕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기에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기꺼이 맞춰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주문 받을 때 또한 까다로운 모든 요청사항을 다 받아준다. 예를 들면 닭으로만 만드는 요리인데 돼지고기로 해달라고 하면 해준다. 때로는 채식주의자를 위해서 모든 재료를 기꺼이 바꾸어 새로운 요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면요리를 밥으로 바꿀 수도 있고, 양파 대신 피망을 더 넣을 수도 있다. 서버와 주방에서는 기꺼이 손님의 모든 요청사항에 귀를 기울인다.

2. 대화를 시도한다.

손님일 때 정말 불편했던 점 중 하나이다. 음식에 집중을 하거나 같이 온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데 중간중간 자꾸 말을 시키는 거다. 그런데 실제로 일을 해보니 내가 해야 하는 서비스 중 하나였다. 여행객 손님들은 이 곳의 정보를 얻고 싶어 하고, 현지인 손님들은 근황을 나누고 싶어 한다. 한국과는 다른 방식의 ‘정’ 문화인 거 같다. 그리고 실제로 이름을 물어보기도 한다. 한 번은 출근했는데 사장님과 주방장님이 축하한다고 했다. 구글에 내 칭찬을 쓴 후기가 올라왔다는 거다. 이렇게 대화는 후기와 입소문으로 이어지기에 굉장히 중요하다.

3. 음식을 다 먹으면 곧바로 그릇을 치운다.

손님일 때는 빨리 나가라는 의미로 알아서 굉장히 불편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외국인들은 더러운 그릇이 앞에 있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 그래서 바로 치워줘야 한다. 그리고 나중에 정리하기도 쉽다. 한국에서는 무조건 손님이 계산하고 나간 후에 정리하는데 말이다. 간혹 가다가 앉아 있는데 그릇을 치우면 그건 정말 나가라는 의미인데 말이다. 정말 다른 문화이다.

4. 디저트를 권유한다.

손님일 때는 안 먹고 싶은데 시키라고 눈치 주는 건 줄 알았다. 그런데 이건 당연히 물어봐야 하는 서비스였다. 괜찮다고 하면 계산서를 가져다주면 된다.

5. 앉은 자리에서 빠르게 계산한다.

손님일 때는 ‘아 이제는 정말 나가라는 건가…’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 그냥 일을 하는 것뿐이다. 계산하고 1시간 뒤에 나가도 전혀 상관없다. 현지인 단골손님들은 가끔 계산하고 2-3시간 후에 나가기도 한다. 물론 바쁘면 바로 나가준다.

6. 캐나다 기본팁은 15%이다.

손님일 때는 내긴 내겠는데 왜 무조건 팁을 내야 하는지 잘 몰랐다. 가장 이해되지 않는 말이 불친절도 서비스라는 거였다. 그런데 일을 하다 보니 당연한 문화라는 걸 알게 되었다. (물론 불친절 하면 안 된다.) 사실 수 년 전 팁문화가 생기기 전에는 시급이 더 높았다고 하는데 정부에서 시급을 낮추면서 자연스럽게 팁문화가 생겼다고 한다. 이 문화가 생김으로써 더 좋은 서비스를 하고 싶어 지고, 손님 입장에서는 당당하게 요구를 할 수가 있게 되었다고 한다.

참 신기하다. 겪어보지 않았으면 절대 알지 못 했을 일들. 손님일 때와 일하는 사람일 때의 입장차이. 이제는 식당에 가면 서버들이 해주는 모든 서비스를 편하게 받는다. 그리고 당연하게 팁을 지불한다. 그리고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여행을 하다가 일을 하니 또 다른 좋은 점이 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나는 다짐했다. 힘들면 버티지 않을 거다.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긴다. 그리고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된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캔모어는 록키 여행을 하기 위해 캘거리 국제공항에 도착해 밴프 국립공원을 가는 길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대화의 기술 (여행을 하다가 관광지에서 일하니까 좋은 점.)

1. “어디서 왔어?” “나 워싱턴DC!” “오! 나 작년 겨울에 갔었어. 워싱턴DC 너무 좋아! 박물관 다 무료 입장이잖아. 여행객들한테 최고의 배려를 해 주는 거 같아.”

2. “어디서 왔어?” “나 브리즈번.” “와우 브리즈번. 나 브리즈번 정말 좋았었어. 7년 전에 가보긴 했지만 언젠가 꼭 다시 갈 거야!”

3. “어디서 왔어?” “나 인도네시아.” “나 작년에 발리 다녀왔는데! 인도네시아 어디 살아?” “오 진짜? 난 자카르타에 살아.” “자카르타 가보고 싶다. 내 인도네시아 친구도 자카르타에 살아서 언젠간 가 볼 거야.”

4. “어디서 왔어?” “나 스페인!” “나 내년 봄에 스페인 가!” “아 진짜? 스페인 어디?” “아직 구체적으로 찾아보지는 못 했는데 기회가 되면 다 가보고 싶어. 바르셀로나 마드리드는 당연하고!” “오 네가 스페인을 좋아하게 되길 바라!” “당연하지. 엄청 기대돼!!”

5. “어디서 왔어?” “나 네팔!” “나 작년에 히말라야 다녀왔어! 진짜 엄청난 곳이야! 아 그리고 내 이름 주나인데 이거 네팔 이름이라며?” “주나라고? 너 네팔 사람이야???”

6. “알 유 코리안?” “예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7. “어디서 왔어?” “난 여기 살아! 혹시 너 한국 사람이야?” “응.” “송송커플 소식 들었어? 나 진짜 충격이야. SNS 들어가면 송송 이야기 밖에 없어. 아! 그리고 내 딸이 BTS 완전 팬이야!!!! 한국 드라마랑 음악은 진짜 최고야!”

 

 

록키 산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지는 않기에 입장료가 없는 마을이고, 조금 더 현지 느낌을 받을 수 있은 곳. CANMORE.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나의 여행이 정말 손님들과 친해지기 좋게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새로운 문화도 배우고, 새로운 친구도 사귀고, 영어까지 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을 하게 되어서 정말 행복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장님과 주방장님부터 같이 일하는 친구들까지 정말 완벽하다. 다 먹기 위해 일 하는 거라며 끼니때 마다 무료 식사를 챙겨주고, 간식도 정말 자주 챙겨 준다. 그 뿐만 아니라 퇴근할 때는 종종 음식을 챙겨준다. 덕분에 세일할 때 미리 사 두었던 쌀을 환불했다. 집에서 혼자 요리 할 일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손님이 없을 땐 다 같이 수다를 떤다. 베이글 가게에서 1초도 쉬지 않고 끊임없이 일을 했던 것이 습관이 되어서인지 가만히 있는 게 민망했던 첫 출근 날,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소금과 후추통을 닦았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사장님께서 지금 뭐 하는 거냐고 바쁠 시간을 대비해서 쉬라고 했다. 쉬라고요? 저 일 하러 왔는데요? 일하러 왔는데 쉬라니… 꿈을 꾸는 건가? 여기가 천국 인가? 우리 집에서 걸어서 정확히 8분 거리에 위치한 레스토랑. 유니폼이 있어서 준비하는 시간도 단축시켜주는 레스토랑. 그리고 여행자의 신분으로 와 있는 나를 위해 항상 쉬는 날을 언제 원하는지 물어보고 스케줄을 짜준다. 이보다 완벽할 수 있을까?

캐나다 문화도 배우고, 돈도 벌고, 친구들도 사귀는 완벽한 직업을 갖게 되었는데 좋은 사람들까지 만나게 되다니…. 생활비도 많이 드는데 혹시나 일자리를 제대로 구하지 못할까 봐 베이글 집에서 버텼다면 겪지 못했을 일이다.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다. 그래서 다짐했다. 앞으로도 절대 버티지 말자. 시도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자.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긴다. 나는 오늘도 정말 행복한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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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2019-09-22 22:02:27
2주 뒤에 밴프 여행을 갈 예정입니다. 숙소는 캔모아 쪽에 잡았구요! 그냥 인터넷 서칭을 하면서 찾아보고 있었는데, 기자님 덕에 좋은 정보를 얻어 갈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항상 몸 조심하시고 좋은 여행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