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자하비 지음/ 강병화 옮김/ 글항아리

ⓒ위클리서울/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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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자기와 타자'라는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자하비는 자기와 타자, 그 둘의 상호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치밀한 논거를 바탕으로 그만의 분석을 내놓는다. 자기와 타자의 마음, 상호주관성과 수치심에 대한 자하비의 실증적인 분석은 철학적 사유가 우리 마음을 이해하고 뒤돌아보는 데서 더 나아가, 우리 내면의 수치심을 다루는 데도 실용적이며 치유적일 수 있다는 신선한 발견을 전한다.

이 책은 타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자기 내면의 투사를 통한 것이라면, 이는 무한한 자기복제일 뿐 타자성 근처에도 닿지 않는다는 점을 짚어낸다. 동시에 타자성의 온전한 회복을 통해 우리의 불완전한 타자 이해를 공감의 측면에서 메우는 노력을 하라고 촉구한다. 또한 상호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자기의 복원을 위해 경험적 자기, 서사적 자기, 최소한의 자기 등 다차원적이고 다측면적인 자기의 양상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가 무아無我라고 선언하기 전에 무엇을 자기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증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시도를 더욱 깊이 있고 명료하게 해줄 것이다.

이 책의 저자 단 자하비는 현상학을 기반으로 심리학·정신병리학·인지과학·사회학 등 여러 분과 학문을 포괄하면서 다양한 주제를 연구해오고 있는 덴마크의 현상학자로, '후설의 현상학' '현상학적 마음' 두 권이 국내에 번역되어 있다.

자하비는 ‘자기와 타자’라는 주제를 20년 넘게 연구해왔다. 그는 에드문트 후설과 상호주관성intersubjectivity 이론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박사학위 논문 '후설과 초월론적 상호주관성'(1992)에서 후설이 상호주관성에 심대한 관심을 쏟은 주된 이유는 무언가가 실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떻게 그것을 그 자체로 경험할 수 있는가 하는 초월론적인 철학적 물음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자하비는 사르트르와 메를로퐁티, 하이데거 등이 현상학적 상호주관성 이론에 기여한 바를 논의했으며, 하버마스와 아펠의 연구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상호주관성에 대한 언어 중심적 접근법과 비교해 이러한 분석이 갖는 공통의 특징과 장점을 역설했다. 이후에도 자하비는 꾸준히 경험과 자기, 자기의식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고, 이 세 개념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주장했으며, 경험적 삶의 주관적 차원에 전념하고자 하는 의식 이론은 자기개념을 진지하게 운용할 필요가 있음을 논의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논의가 담긴 「자기와 의식」(2000), 「공감을 넘어서: 상호주관성에 대한 현상학적 접근법」(2001) 등의 연구를 모아 2005년 '주관성과 자기성'을 출간했다. 이후 자신의 연구를 더욱 체계적으로 통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연구에 착수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 '자기와 타자: 주관성·공감·수치심 연구'(2014)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자하비는 자기와 타자, 그 둘의 상호관계에 대한 깊은 성찰과 치밀한 논거를 바탕으로 그만의 분석을 내놓는다. 자기와 타자의 마음, 상호주관성과 수치심에 대한 자하비의 실증적인 분석은 철학적 사유가 우리 마음을 이해하고 뒤돌아보는 데서 더 나아가, 우리 내면의 수치심을 다루는 데도 실용적이며 치유적일 수 있다는 신선한 발견을 전한다.

이 책은 타자의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자기 내면의 투사를 통한 것이라면, 이는 무한한 자기복제일 뿐 타자성 근처에도 닿지 않는다는 점을 짚어낸다. 동시에 타자성의 온전한 회복을 통해 우리의 불완전한 타자 이해를 공감의 측면에서 메우는 노력을 하라고 촉구한다.

또한 상호관계를 가능하게 하는 자기의 복원을 위해 경험적 자기, 서사적 자기, 최소한의 자기 등 다차원적이고 다측면적인 자기의 양상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가 무아無我라고 선언하기 전에 무엇을 자기라고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명증한 이해를 도모하고자 한다면, 이 책은 그러한 시도를 더욱 깊이 있고 명료하게 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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