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인터뷰]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 국가기관이 자체 검찰역할을 한다는 뜻인데.

▲ 제가 생각하는 대안을 말하면, 검경과 관련해서 검찰은 아무런 기소를 하지 않는 것이다. 경찰은 경찰청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위원회, 서울특별시 등으로 수사권을 쪼개면 된다. 다양한 국가기관이 각 분야별로 맡아서 수사위임을 하는 것이다.

자치경찰도 자치영역에서 수사를 하면 된다. 검찰은 이것이 법률적으로 타당한지를 따져보는 기능 즉, 기소를 하느냐 안 하느냐 문제를 다루면 된다. 또 인권적으로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를 살펴보는 기능으로 축소된다면, 검찰문제는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다.

수사만 못한다. 검찰수사가 의미가 있으려면 수사 자료를 검찰에 넘겨 기소해 재판에 부쳐야 한다. 기소 안하면 처벌 할 수 없다. 그것만 해도 엄청난 권한이지만, 또 하나 문제는 검사가 나쁜 마음을 먹고 기소를 안 할 수도 있다.

수사를 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사를 안 하는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김학의 사건만 해도 해야 할 수사를 안 해서 문제가 됐다. 기소조차 안했고 수사를 아예 하지 않았다. 이럴 경우 따로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 공수처 문제도 지지부진한데.

▲ 그동안 공직사회의 일탈이 워낙 심했고, 국민의 불만과 원성이 높아지면서 견제를 위한 만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일종의 안전장치라 볼 수 있다. 지속가능성이 높은 조직은 아니다. 공수처를 만드는 게 과연 만능해법인지 의문이 든다.

일종의 궁여지책으로 나온 책략이기 때문에 대놓고 반대는 안 하지만, 결코 좋은 대안은 아니다. 원래 공수처에도 검사가 근무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 식으로 가면 된다. 검사를 파견하지 않아도 된다. 지침을 바꾸면 된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수처가 꼭 필요한지도 의문이 든다. 과도기적 상황에서 만들어진 조직일 뿐이다. 조직도 홍콩의 반부패 수사기구인 염정공서(廉政公署, ICAC)를 참고 했다고 하는데, 이곳은 직원만 1200명을 거느린 거대 조직이다.

홍콩인구 1천만 명이 안 되는데 이 정도면 큰 규모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설계하고 있는 공수처 내 수사관은 고작 30명이다. 행정요원 20명 등 다 합쳐도 70명 이하로 될 가능성이 많다. 70명 인원으로 정무직 공무원과 국회의원, 검사, 판사 모두를 감시하기는 어렵다.

 

- 시스템문제인가.

▲ 지금 시스템은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엄격히 분리한다고 해도 그게 엄청난 혁명이거나, 도대체 할 수 없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얼마 전 조국 장관이 의정부에 가서 검사들과 만났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넌센스라 생각한다.

개혁대상을 만나고 다니면 뭐할 건가. 노무현 대통령도 집권 초기에 했던 일이다. 들어 보나 마나다.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로는 안 된다. 그런 이미지 행보로는 어렵다. 지금 국민들은 너무 똑똑하다. 자칫하면 본인도 죽고 법무부도 죽고 검찰개혁도 어려워질 뿐이다.

 

- 사법제도를 보자. 국민신뢰 최하인 사법부의 양형제에 대한 비판이 만만치 않다.

▲ 일단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에 대해서 늘 들여다보고 논의해 오고 있고, 그전보다 좀 나아 졌다. 양형은 자유형인 징역을 말한다. 그런데 벌금형은 양형 기준도 없다. 고무줄 형법이다.

예를 들어, 절도를 했는데 피해금액이 1만원, 또는 100만원, 1000만원이었다고 할 때, 이에 대한 기준을 법원이 명쾌한 답을 내리지도 못한다. 주먹구구식이다.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자기만 혼자 받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금방 비교가 된다. 그러면 억울해 진다. 그래서 법이 권위를 가지지 못한다.

 

- 우리사회가 너무 법 만능주의로 가는 것 아닌가.

▲ 대한민국의 가장 큰 문제는 형사사건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걸핏하면 고소고발을 하는 국민성도 문제다. 형사사건이 워낙 많기 때문에 일을 함부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 사건을 다루는 형사나 검사들이 가지고 있는 수사 자료를 성의 있고 깊게 들여다보지 않는다.

여기에 벌금형을 ‘감옥 갈 일도 아닌데’라는 인식이 기저에 깔려 있다. 대학교 1학년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말하면 벌금형을 ‘봐 줬다’는 권위적 인식이 짙다. 벌금형 도입을 자유형(징역)의 대체수단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결코 봐주는 게 아니다.

돈이 없어 벌금을 못내 감옥에 가는 사람만 연간 5만 명이 넘는다. 감옥의 방이 모자랄 정도로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도대체 뭘 봐준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국가가 개입해 300만 원 벌금을 물릴 정도로 중요한 범죄인지도 의문이다.

 

- ‘재산비례 벌금제도’가 공정사회 만들까.

▲ 사실 재산비례벌금제는 용어부터 잘못됐다. 법무부가 잘못 말을 한 거다. 재산뿐 아니라 소득도 같이 비례해야 맞다. 10억 원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이 월 수익이 한 푼도 없다면, 재산만 10억이지 가난한 사람이다.

소득이 없는 어르신들 중에 그런 분들이 많다. 그래서 재산만 가지고 비례하면 안 된다. 재산과 소득을 같이 비례해야 한다. 벌금액수를 매기면 빈부차이가 생기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가혹한 형벌이 되고, 부자에게는 껌값 정도밖에 안 된다. 형벌에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인 공정성을 해치게 된다. 유럽은 일수(日數) 벌금제라 해서 벌금을 액수로 매기지 않고 날짜 수대로 매긴다. 벌금 10일, 20일 이런 식이다.

 

- 소득에 따라 부과하는 ‘일 수제’ 생소하게 들린다.

▲ 날짜는 하루 24시간 부자나 가난한 자나 모두에게 공평하게 돌아간다. 날짜를 부자나 가난한 자에게 같이 매기면서 소득과 재산을 비례해 곱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1유로에서 3만 유로까지 곱해서 매긴다. 부자는 30만 유로를 내고, 가난한 사람은 10유로만 낸다.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재산과 소득이 그만큼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반인과 재벌과의 소득차이와 같다. 이것을 조국 장관이 후보 때 발표를 했는데, 좋은 일이긴 하지만 원래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인권연대에서 오랫동안 주장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지금이라도 추진한다면 어쨌든 반가운 일이다.

 

- 법조계 반응은.

▲ 아직까지 대놓고 반응은 하지는 않고 있지만, 일부 반대하는 측에서는 정확한 소득과 재산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말도 있다. 사실 국가가 개인의 소득과 재산을 낱낱이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엄마가 자식에게 세배 돈 준 걸 어떻게 아나.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국가가 소득과 재산에 따라서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만들었다. 그러니까 건강보험에 가입한 보험인 소득에 준한 벌금을 매기면 된다. 그러면 국가행정비용이 거의 들어 갈 일도 없다. 벌금을 내야 할 사람이 ‘월 건강보험료 납부액’이 금방 파악되기 때문에 그걸 토대로 증명서를 인정해주면 된다.

 

- 즉각 시행이 가능하다는 말인데.

▲ 그렇다. 당장 실행할 수 있다. 행정력도 전혀 안 든다. 소득재산 조사도 할 필요가 없다. 그러면 가난한 사람은 벌금도 훨씬 적게 내고 부자는 더 많이 내게 된다. 유럽은 거의 다 이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어려울 게 없다. 의지의 문제다.

개혁이 되냐 안 되냐의 상당한 쟁점들은 해법이 없어서 못하는 게 아니라, 정부의 의지다. 일수벌금제도는 곧 재산-소득 연동형 벌금 제가 반드시 법률개정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개정 없이 할 수도 있다. 법무부 지침이 있으면 즉각 실행이 가능하다.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 평등과 인권사회를 위해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지만, 그 의미가 무색하게도 국가인권기관이 내부문제로 삐걱대고 있다.

▲ 어느 나라든 인권이 어떻게 잘 보장되고 있는지를 알려면, 먼저 어떠한 정권인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권과 비교할 때 인권문제나 국민의 삶의 질에서 비교할 수 없는 정부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에 매우 헌신적인 인권변호사였다.

2016년 촛불시민들의 여망을 받아서 촛불정부가 출범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종합해 볼 때, 작금에 아쉬움도 많다. 최근에 국가위원회 사무총장이 위원장과 싸우면서 사표를 냈다. 다시 위원장이 임명됐지만 지금까지 한 일이 아무것도 없다.

불협화음이 커지는 마당에 기대한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조금 있으면 정권이 절반기간을 지나게 된다. 이에 대한 평가는 올 가을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본다.

 

- 문재인 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한 평가와 고언을 마지막으로 남겨 달라.

▲ 다시 한번 문재인 정부가 제2기를 새로 시작하는 마음으로 챙길 수 있는 것은 챙기고, 단호하게 개혁의지를 다져 나가야 한다. 대통령 개인은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국민만 생각하면 성공한 대통령이 될 것이다.

대통령이 아닌 사람들은 내년 4월 총선도 생각하고, 다음 대선을 생각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이 심기일전했으면 한다. 인권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대통령으로 역사에서 기억됐으면 좋겠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초기에 이런 말을 했다. ‘나는 역사적으로 경제대통령 통일대통령이 아니라, 인권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말했다. 경제대통령으로서의 큰 의미를 보면, 김 대통령이 IMF 직후에 집권했고, 통일문제에서도 상당한 치적을 남겼다.

인권은 통일과 경제를 포괄하는 개념이자, 국가와 정부의 존재이유다. 문 대통령이 역사적으로 인권대통령으로 남고 싶다는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고 구체적인 문제를 지혜롭게 잘 챙겨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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