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러 갑시다!
춤추러 갑시다!
  • 김일경 기자
  • 승인 2019.09.26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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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경의 삶 난타하기]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 돌아왔다. 연중 365일을 바쁘게 보내는 예술인들도 많겠지만 아직 햇병아리에 불과한 우리 난타팀은 1년 중에서도 봄, 가을에 제법 공연을 하는 편이다.

얼마 전, 추석 즈음에 전통시장 상인회 섭외를 받고 한바탕 신나게 두드리고 온 적이 있다. 시장 안 임시로 설치한 무대라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협소했고 음향 팀과의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서 잠시 난감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특색 있는 등장과 물을 이용한 퍼포먼스는 추석 장보러 나온 주민들이나 주최 측 모두 만족할 만한 공연이었다는 평가다. 나날이 발전해 가고 있다는 생각은 나만의 생각이 아님을 잠시 자부해 본다.

추석이 지나가니 날씨도 선선해지고 아침, 저녁 일교차가 제법 크다. 가을이 오면 전 세계에 축제의 한마당이 열리는 것 같다. 2005년 서울시 축제 유형을 잠시 살펴보면 역사 전통형 39개, 순수예술형 46개, 자연친화형 6개, 산업경제형 13개, 시민화합형 41개였던 것이 2014년 서울시 개최 축제 콘텐츠 유형은 전통역사민속 39개, 문화예술 108개 생태자연환경 43개, 현대일상문화 116개, 마을축제가 59개이다(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한국지역축제 조사평가 및 개선방안 연구 총괄보고서 참조). 전통예술이나 문화예술보다 일상생활에서 예술을 접목한 현대일상문화와 관련한 축제가 증가한 것이 눈에 띈다. 동대문구에서도 자랑할 만한 축제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올해 8회를 맞이한 세계거리춤축제가 있다.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제7회 세계거리춤축제 때의 모습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제7회 세계거리춤축제 때의 모습
제7회 세계거리춤축제 때의 모습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사)세계거리춤축제위원회가 주최하고 서울시와 동대문구 특히 올해는 동대문문화재단이 함께 후원하는 행사인 세계거리춤축제. 동대문구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발판으로 마련해 ‘춤’을 모티브로 한 주민 주도형 축제이자, 대중 참여형 축제다. 공공성 확보 및 새로운 거리 문화 창출을 통한 관광 상품 개발, 세계적인 축제 발판 마련, 춤을 통해 세대 간 소통과 공감을 이끄는 건전한 여가문화 도모에 그 목적을 둔다. 동대문구에서도 이 축제를 위한 많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2015년에는 세계거리춤축제가 열리는 ‘장한로 특화거리 조성’을 위해 서울시 예산 20억원을 지원받아 일대 도로 시설물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장안동 삼거리 구간 가로등을 교체했으며 보도블록 야간 점멸등도 설치했다. 2018년에는 서울시의원 및 국회의원, 동대문구청장과 함께 ‘2018 세계거리춤축제 활성화’라는 주제로 현재까지 세계거리춤축제의 현황과 성과, 사업의 기대효과와 앞으로의 방향 등에 대한 논의를 하고 특색 있는 가로수 길을 조성하는 내용에 대한 간담회도 개최했단다. 가히 동대문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축제임에 틀림이 없다(경희대학교와 동대문문화재단이 함께하는 지역문화전문가 양성 워크숍 강의자료 참조). 올해 8회를 맞이하게 된 이 축제는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물론 참여하는 출연진들의 수준도 많이 높아졌다. 특히 동대문문화재단과 함께 하는 동대문구 스트릿 댄스페스티벌 ‘2on2 BBoy BATTLE’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해외 초청공연으로 필리핀 핀타 플로레스 페스티벌 댄스팀이 참여해서 축제가 더욱 풍성해 지고 있다. 축제가 진행되는 기간은 집에만 있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누구라도 붙잡고 춤추러 가야할 것 같은 설렘이 곳곳에서 느껴진다.

 

제8회 세계춤거리축제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제8회 세계춤거리축제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제8회 세계춤거리축제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제8회 세계춤거리축제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 ⓒ위클리서울/김일경 기자

우리 난타팀은 2012년 제1회 세계거리춤축제부터 2018년 7회까지 매년 참여를 해오고 있다. 1회 때의 모습을 보면 무대나 조명이 참 옛스러워 보인다. 저 때만 해도 난타팀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라 감히 축제에 참여를 한다는 사실에 한껏 고무되어 죽어라 연습하고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게 생각이 난다. 초창기 멤버 대부분은 지금 함께 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금껏 나와 함께 우리 팀을 지켜주고 계신 난타 회장님께 갑자기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전해 드리고 싶다. 해를 거듭할수록 축제의 규모가 알차고 커지는 만큼 우리 난타팀도 점점 더 세련되어 가고 있다. 작년 무대에서는 공연 중 환복을 할 정도의 여유도 생겼다. 올해도 역시 우리 팀은 멋진 무대를 선보이리라 결심하며 새로운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태풍이 북상했다. 폭우가 쏟아지지 않는 이상 공연 변동은 없다는 주최 측 의견을 따라 우리는 비를 맞으면 큰일 나는 우리의 북을 보호하기 위해 덮어씌울 수 있는 김장용 비닐봉투까지 준비했다. 하지만 폭우보다 더 무서운 돌개바람이 불어대는 통에 결국 안전을 위해 주최 측은 오후에 예정되어 있었던 모든 행사를 취소한다는 통보를 했다. 미장원에 가서 머리도 예쁘게 말고, 화장도 평소보다 더 공들이고, 의상이며 갖가지 공연 준비물이 가득한 보따리를 들고 집을 나섰는데 취소됐다는 소식에 단체 대화방엔 망연자실한 헛웃음만 가득했다. 날씨 탓으로 이렇게 취소당해 보기는 또 처음이다.

제1회 세계거리춤축제 때의 모습
제1회 세계거리춤축제 때의 모습

그러나 우리가 누군가. 동대문구를 쥐락펴락(?)하는 ‘Black TA Queens’ 난타팀이 아닌가. 머리하고 화장한 게 아까워서라도 보따리 던져놓고 나와 밥이라도 먹자는 말에 정말 그 어느 때보다 더 신속하게 모였다. 날씨 탓인지 관중들도 그리 많지 않았고 메인 무대는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정말 날씨가 원망스러웠다.

좋게 생각하면 차량이 통제된 왕복 8차선 도로를 여유롭게 거닐며 수다도 떨고 세상 떠나가라 크게 웃어 제치는 그 순간이 아름답게도 느껴졌다. 기상예보와는 달리 많은 비도 내리지 않았고 오후가 되면서 오히려 잦아드는 날씨. 아쉽기는 했지만 우리에겐 또 다음이 있으니. 오히려 공연보다 더 값진 시간들을 보내며 팀워크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그래, 아쉬울 거 없다. 내년에도 춤축제는 개최 될 것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춤추러 올 것이다. 젊은이들의 비보이 댄스도 멋지고 어르신들의 지르박, 차차차도 우아하다. 세대를 아우르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는 세계거리춤축제가 열리는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 축제에 매년 참여하는 공연자의 입장으로서, 이 축제가 서울을 넘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로 성장할 수 있길 바란다. <김일경 님은 현재 난타 강사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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