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스웨덴의 워라밸
유럽에서 두 번째로 높은 스웨덴의 워라밸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9.10.0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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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스웨덴 사람들은 노동의 집중을 통해 일을 아주 적게 하지 않으면서도 여가 사긴을 가질 여유를 만들어내고 있다. (사진 = 이석원)
스웨덴 사람들은 노동의 집중을 통해 일을 아주 적게 하지 않으면서도 여가 사긴을 가질 여유를 만들어내고 있다.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스웨덴 북쪽 공업 도시인 룰레오(Luleå)애서 자동차 부품 회사에 다니는 45세의 알란 한손 씨는 매일 아침 8시에 출근한다. 12시까지 오전 근무를 마치고 나면 집에서 싸온 간단한 도시락을 먹으며 점심시간을 보내지만, 이 시간에도 한손 씨는 업무를 중단하지 않는다. 그리고 한손 씨는 오후 4시까지 오후 업무를 마치고 퇴근한다.

4시에 퇴근한 한손 씨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집 근처 호숫가의 작은 선착장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한손 씨가 애지중지하는 크지 않은 보트가 있는데, 보트를 몰고 호수로 나가 두 시간 정도 낚시를 한다. 한손 씨가 가장 행복해 하는 시간이지만, 앞으로 한 달 님짓이면 더 이상 보트를 탈 수 없다.

이른 겨울이 되면 보트 대신 시내에 있는 연주홀에 가서 오케스트라 연습을 한다. 마을 오케스트라에서 첼로를 담당하는 한손 씨는 그 다음 해 4월 마을 발보리(Valborg) 축제 때 열리는 음악회를 준비하는 것이다.

6시 무렵 집으로 돌아오는 한손 씨는 비슷한 시간에 퇴근하는 아내와 함께 저녁을 준비한다. 아내보다 음식 만드는 일에 더 소질이 있어서 음식 만드는 일은 한손 씨의 몫인 경우가 많다. 저녁을 먹고 나면 한손 씨는 집에서 아내를 앉혀놓고 첼로 연주를 한다. 한손 씨에게 가장 매서운 비평가가 아내이기 때문이다.

스톡홀름 시내 중심에 위치한 한 부동산 회사에서 근무하는 34세 독신인 에릭 비스크만 씨는 아침 8시부터 오후 3시까지 일한다. 물론 앞서 한손 씨처럼 비스크만 씨도 점심은 출근길에 근처 카페에서 사온 간단한 샐러드 도시락을 먹으며 업무를 이어간다.

3시에 퇴근한 후 그는 회사에서 멀지 않은 친구의 스튜디오에 가서 밴드 연습을 한다. 그룹사운드의 퍼스트 기타와 보컬을 맡고 있는 비스크만 씨는 내년에 음반을 취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또 음반을 발매한 후에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으로 연주 여행도 예정하고 있다.

그는 토요일에는 스톡홀름에서 1시간 반 가량 떨어진 베스테로스(Vesterås)에 사는 부모님 집에 가서 일요일까지 부모님과 함께 교회에서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래서 자신의 개인적인 여가 시간은 주로 평일에 보낸다.

밴드 활동 외에도 그는 일주일에 세 번 집 근처 노인 요양 시설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봉사활동이 없는 날은 여자 친구인 미라와 데이트를 즐긴다. 두 사람은 주로 연극이나 무용 등의 공연 구경을 하거나 시내 유르고덴(Djurgården) 섬 일대를 산책한다. 물론 금요일에는 발코니가 넓은 여자 치구의 집에서 친구들을 초대해 바비큐 파티를 열기도 한다.

적어도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한손 씨나 비스크만 씨는 꽤나 멋진 워라밸을 즐기는 스웨덴 사람이다. 워크 라이프 밸런스(Work Life Balance)를 줄여서 부르는 워라밸은 지금 한국 사회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분야다.

영국의 대출 중계업체인 토탈리 머니(Totally Money)라는 회사에서 지난 해 조사해 발표한 자료가 하나 있다. 24개 유럽 나라를 대상으로 워라밸이 가장 잘 된 나라가 어디냐를 뽑은 것이다.

이 조사에서 덴마크가 1위를 차지했고, 스웨덴이 그 뒤를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네덜란드가 3위, 핀란드가 4위, 프랑스가 5위였고, 그 뒤를 스페인 룩셈부르크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가 차지했다.

아일랜드와 아이슬란드 영국과 이탈리아와 슬로바키아가 11위에서 15위를 이뤘으며, 체코, 슬로베니아, 에스토니아, 헝가리 포르투갈이 20위까지 그 뒤를 이었고, 폴란드, 그리스, 라트비아, 그리고 터키가 가장 워라밸에 좋지 않은 나라로 꼽혔다.

스웨덴 사람들은 하루 24시간 중 평균 잠자는 시간(Average Time in Bed)이 7.1시간이었고, 평균 일하는 시간(Average Hours Worked Per Day)이 7.3시간 이었다. 반면 하루에 여가에 들어가는 시간(Time Devoted to Leisure Per Day)이 8시간, 그 밖의 시간(Miscellaneous Time)이 1.5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루에 일하는 시간보다 여가를 위해 쓰는 시간이 더 길었고, 잠자는 시간도 비교적 충분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영국 대출 중계업체 토탈리 머니가 조사한 유럽 24개국의 워라밸 조사에서 스웨덴은 덴마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사진 = 토탈릴 머니 홈페이지 캡처)
영국 대출 중계업체 토탈리 머니가 조사한 유럽 24개국의 워라밸 조사에서 스웨덴은 덴마크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위클리서울/토탈릴 머니 홈페이지 캡처

지난 해 주 52시간 노동 시간이 적용되기 전 국내 한 언론사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만 20세 이상 60세 직장을 다니는 남녀의 라이프 패턴은 스웨덴의 경우와 많은 차이를 보인다. 우선 평균 수면시간은 5.2시간에 불과하고, 노동 시간은 12.6시간에 이르고 있다. 업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 순수한 취미 활동 등 여가를 즐기는 시간은 하루 3.8시간이었고, 위 세 가지 사항에 포함 시킬 수 없는 시간, 즉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거나 회식 등 근무의 연장 느낌이 강한 비자발적 시간 등이 2시간 정도였다.

스웨덴에서는 워라밸이 일상화된 느낌이 강하다. 워라밸을 얻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점심시간에 도시락을 먹으면서도 일을 멈추지 않는 것은 퇴근시간을 앞당겨 퇴근 후 여가를 즐기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업무 시간에 SNS 활동을 한다거나, 개인적인 컴퓨터 자료를 찾는 일을 그들 대다수에게서는 상상할 수 없다.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피면서 직장 동료 간에 잡담을 하는 것도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차라리 업무를 마친 후 동료들과 다른 레포츠를 즐기거나 공통의 취미 활동을 하는 것이 인간관계에도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의 워라밸 지수를 따져보면 위 조사에서 최하위에 속하는 터키나 라트비아, 그리스의 수준에도 한참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늦게 시작됐다고 해서 영원히 처지는 것은 아니다. 아마 위 국내의 조사를 지금 시점에서 다시 한다면 그 수치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주 52시간 노동이 서서히 자리 잡아 갈 것이고, 또 워라밸에 대한 사람들의 강렬한 요구와 희망이 더 강해질 테니까.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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