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내 사랑 백석
[신간] 내 사랑 백석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9.10.07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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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야 지음/ 문학동네
ⓒ위클리서울/문학동네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시인 백석, 그의 알려지지 않았던 젊은 시절을 촘촘하게 복원하여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백석의 연인 김자야(金子夜, 1916∼1999)의 산문 '내 사랑 백석'이 2019년 김자야 여사의 20주기를 앞두고 새로운 장정으로 출간되었다. '내 사랑 백석'은 20대 청년 백석의 꾸밈없는 모습과 섬세한 마음, 문우들과의 교우관계, 그리고 그의 시가 발산하는 애틋한 정조의 이면 등을 그를 깊이 연모한 여성 김자야의 필치로 전하며, 그 문학적 가치를 인정받아온 산문이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1부 <운명>에서는 김영한이 기생 김진향으로 입적할 수밖에 없었던 기구한 성장기와 젊은 시인 백석과의 애틋한 첫 만남을, 2부 <당신의 ‘자야’>에서는 백석으로부터 ‘자야’라는 아호로 불리며 절정의 사랑을 나누었던 3년의 이야기를, 3부 <흐르는 세월 너머>에서는 팔순에 가까워진 노년의 자야의 심경을 순차적으로 보여준다.

책 말미에는 김자야 여사의 집필과 출간을 뒷바라지하여 끝내 백석과 자야의 사랑을 세상에 알린 시인 이동순의 발문과 백석 연보를 덧붙였다. 멋쟁이였던 모던보이가 어떻게 토속적인 시를 쓸 수 있었는지, 그의 시에 나오는 ‘나타샤’ ‘고흔 당신’ ‘허준’ 같은 시어에 얽힌 실제 인물들은 누구인지, 그의 성격은 어떠했는지, 교사와 기자로 일하다가 다시 만주로 떠나고 만 이유는 무엇인지 등, 젊은 날의 백석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담긴 이 책은 백석 연구의 서브텍스트로서도 그 의의가 각별하다.

우리가 오늘날 백석과 자야의 내밀한 이야기를 만날 수 있기까지, 책의 산파역을 담당했던 이동순 시인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책 말미에 수록된 이동순 시인의 발문 「아름다운 인연, 아름다운 족적」을 통해 김자야의 원고 집필과 완성 과정을 엿볼 수 있다.

이동순 시인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김자야에게 백석과의 사연을 정리해보기를 강력히 권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김자야는 이미 1930년대 중반 파인 김동환이 발간하던 잡지 '삼천리'지에 수필을 발표한 바 있었고, 한때 기생 신분이긴 했으나 일본 유학까지 갔다 온 인텔리 여성에다가 1953년 만학으로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까지 졸업한 학구파였다. 김자야가 이 원고에 쏟아 부은 공력과 노고는 대단한 것이었다. 원고 집필은 1992년 봄부터 이후 4년간이나 쉬지 않고 틈틈이 계속되었다. 그렇게 하여 이동순 시인은 200자 원고지 앞뒤에 종서로 빽빽하니 써내려간, 낭군 백석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의 원고를 받아내었다. 그때 김자야는 이미 팔순이 가까운 노구였다. 그는 이 글을 쓰면서 때때로 밤을 새우기가 여러 번, 심지어는 건강에 무리가 왔고, 이로 말미암아 두어 차례 입원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내 사랑 백석'의 완성은 그야말로 난산(難産)이었다.

백석의 시가 “쓸쓸한 적막을 시들지 않게 하는 맑고 신선한 생명의 원천수”라고 말하는 자야는 이 책을 낸 것이 일생일대의 큰 기쁨이라고 하지만, 시인 백석과 백석 시에 대한 새로운 단서를 얻게 된 우리 모두의 기쁨이다.

이동순 시인은 “김자야의 문체는 1930년대식 어법과 문형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당시의 진기한 어휘나 고전적 문투 등의 이채로운 언어습관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며 이 책의 또 다른 묘미를 짚어준다.

책의 종장에서 자야는 노구를 이끌고 백석과 함께 살던 청진동 집 앞으로 간다. 추억마저 희미해져가는 두 사람의 옛집을 되짚어가다가 문득 터져나오는 자야의 슬픔이 가슴을 저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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