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 소리 나는 월세, ‘아!’ 소리 나는 임대 제도
‘억!’ 소리 나는 월세, ‘아!’ 소리 나는 임대 제도
  • 이석원 기자
  • 승인 2019.10.08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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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기획] 복지국가 스웨덴에서 살아보기 / 이석원
스톡홀름은 합리적인 물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런 가운데도 높은 북유럽 물가라고 평가되는 것은 높은 주택 임대료 때문이다. (사진 = 이석원)
스톡홀름은 합리적인 물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런 가운데도 높은 북유럽 물가라고 평가되는 것은 높은 주택 임대료 때문이다.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스웨덴의 한 IT 기업에 취업한 정 모 씨(38세는 6개월 전에 동갑내기 아내와 12살 아들을 데리고 스웨덴에 왔다. 처음 3개월 동안은 회사에서 마련해 준 임시 주택에서 혼자 지내다가 석 달 전 정식으로 방 2개, 거실 1개짜리 임대 주택을 마련하면서 아내와 아들을 데려온 것이다.

장 씨가 한 달에 쓰는 생활비는 대략 2만 8000 크로나(약 340만 원)다. 그 중 5000 크로나(약 60만 원) 정도가 생활을 위한 식재료비이고, 2000 크로나(약 24만 원)는 가족의 교통비, 그리고 2000 크로나 정도는 한 달 외식비 등 문화생활비로 사용한다. 그리고 한 달 생활비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의 임대료가 1만 5000 크로나(약 182만 원)다.

정 씨는 주택 임대료가 무려 53.5%를 차지하는 것이다. 스톡홀름 시내에서 대중교통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태비(Täby)라는 코뮌(Kommun. 기초지방자치단체)에 살고 있는 정 씨는 현재 주택 임대료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지만, 주택을 구입하기 전까지는 어쩔 수 없다. 대신 스웨덴 물가의 주범이라고 할 수 있는 외식비를 줄이면서 지출 관리를 하고 있다.

태비라는 지역은 스톡홀름에서도 꽤 잘 사는 동네로 알려져 있다. 상당수의 근로소득세가 코뮌에 내는 지방세인 스웨덴에서 태비는 상위 3위에 해당하는 지역이라 이른바 ‘부자 동네’의 이미지가 강하다.

스톡홀름 시내 중심부에 비하면 주택 임대료가 낮은 편이지만, 그래도 정 씨가 내는 1만 5000 크로나의 월 임대료는 방 2개 거실 1개의 스톡홀름에서는 보편적인 임대료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스웨덴의 주택 임대료 부담은 한국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수준이다.

스톡홀름 대학교의 한 연구소에서 박사 후 과정(포스트 닥터. 이하 포탁)을 하고 있는 이 모 씨(32세)는 스톡홀름에서 혼자 사는 여성이다. 그는 현재 스톡홀름 시내 중심가인 쿵스가탄(Kungsgatan)에 있는 원룸에서 거주한다. 원룸의 월 임대료는 1만 크로나(약 120만 원)다. 그나마 인심 좋고 고향이 같은 한국인 집주인이 인근 다른 원룸보다 약 2000 크로나 정도 저렴하게 빌려줬다.

스웨덴에서 자리를 잡을 계획인 이 씨는 현재 스웨덴 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데, 취업이 되면 은행 대출을 받아서 작은 집을 구매할 계획이다. 그 전까지는 너무 비싸게 느끼지만 임대 주택에서 살 수 밖에 없다.

스웨덴 주택의 매매 가격은 한국에 비해 아직까지 꽤 저렴한 편이다. 스톡홀름의 외곽 아파트를 기준으로 77제곱미터 크기라면 대략 200만~250만 크로나(약 2억 4000만 원~3억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임대료는 엄청나게 비싸다. 위 정 씨나 이 씨의 경우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가장 저렴한 점심 한 끼에 대략 2만 원 정도인 외식비와 함께 스웨덴의 물가를 이끄는 가장 큰 축이 바로 임대료다. 그렇기 때문에 스웨덴에서 생활하는 한국인은 물론 스웨덴 인들도 은행 대출을 끼고라도 주택을 구입하려고 하는 것이다.

그나마 임대 주택의 경우 대부분 전기료와 상하수도세, 그리고 인터넷 비용과 TV 이용료 등은 임대료에 포함돼 있다. 위로받을 수 있는 일인지는 모르지만.

 

스톡홀름 시내 중심가에 있는 아파트. 겉으로는 허름하고 오래된 아파트로 보이지만 월 임대료는 엄청난 수준이다. (사진 = 이석원)
스톡홀름 시내 중심가에 있는 아파트. 겉으로는 허름하고 오래된 아파트로 보이지만 월 임대료는 엄청난 수준이다. ⓒ위클리서울/이석원 기자

주택 임대와 관련해서 스웨덴은 한국과 다른 점들이 많다.

스웨덴 사람들 30% 이상이 거주하는 임대 주택의 경우 그 소유가 대부분 코뮌이다.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임대료 인상 상한제가 실시되고 있다.

또 개인이 소유한 주택의 경우 아무리 개인 소유라고 해도 집주인 마음대로 임대를 하거나 임대료를 책정할 수가 없다. 세입자를 정하는 일에서부터 임대료를 결정하는 것은 포레닝(Förenning)이라고 불리는 임대주택 조합의 동의를 얻지 않으면 안된다.

주택의 임대료는 포레닝에서 최고와 최저가를 지정해서 그 범주 안에서 정해야 하며, 임대 주택과 마찬가지로 임대료 인상도 범위가 제한돼 있다. 또 세입자의 인적 사항을 포레닝에 j보내서 포레닝이 최종 승인하지 않으면 세입자로 정할 수도 없다.

또 아무리 내 집이지만 집의 구조를 함부로 바꿀 수도 없다. 아파트의 경우는 집 페인트를 칠하거나 발코니 등의 공간을 변형하는 것, 창문틀을 바꾸거나 구조를 변경하는 것 등 집의 외관을 크게 변형하는 경우에는 포레닝의 허락을 받아야만 한다.

그래서 스웨덴에서는 ‘집을 산다’는 것은 엄밀히 따져 ‘그 집에서 영원히 살 수 있는 권한’을 사는 것이고, 무한한 소유의 권리라고 보기 어렵다.

개인 소유의 아파트라고 할지라도 만약 임대인이 주변 시세보다 임대료를 많이 받았다면 각 랜(Län.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임대위원회(Hyresnämmden)에 제소해서 차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도 마련돼 있다.

이렇듯 세입자를 보호하거나 임대료의 과다한 인상을 제한하는 제도와 장치가 마련돼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스웨덴의 주택 임대료는 엄청나게 비싸다. 한 달 수익의 절반 가까이를 임대료로 지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스웨덴에서 1년 간 워킹홀리데이 지난 해 한에 돌아온 강정미 씨(28세)는 “스웨덴은 ‘살인적인 북유럽 물가’의 나라는 아니었다. 지혜롭게 생활하면 오히려 한국에서보다 저렴하게 생활할 수 있는 곳이었다. 하지만 집 월세만큼은 방법이 없었다. 스웨덴의 월세가 한국 수준만 됐더라도 스웨덴에서의 1년은 그 어떤 곳에서의 생활보다도 여유있고 알찼을 것이다”고 말했다.

특히 스웨덴 생활을 경험해본 젊은 한국인들이 스웨덴의 주택 임대료를 얼마나 힘겨워했는지를 잘 드러내주는 말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이석원 님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일했습니다. 지금은 스웨덴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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