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현경 글, 이우일 그림/ 비채

비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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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북태평양의 동쪽, 아름다운 남국의 섬 하와이. 코딱지마저 투명해지는 청량한 공기, 전세계 서퍼를 유혹하는 에메랄드빛 바다, 마성의 파도, 명랑한 훌라댄스, 소박한 우쿨렐레, 건강한 먹을거리, 그리고 모두를 반기는 ‘알로하 스피릿’의 친절한 사람들… 책장을 펼치는 순간, 반가운 하와이가 물씬 밀려오는 '하와이하다'가 출간되었다. 벌써 이십여 년 전 출간된 '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이래, 동화작가 선현경과 만화가 이우일의 오랜만의 협업이다.

2015년 가을 어느 날, 익숙한 서울의 일상을 잠시 멈추고 미국 오리건 주의 작은 도시 ‘포틀랜드(=퐅랜)’로 날아간 선현경과 이우일. 2017년 10월, 부부는 포틀랜드를 떠나 또 한 번 낯선 도시 하와이 오하우 섬에 짐을 푼다. 바다라면, 물놀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두 사람의 취향을 반영한 고민의 결과였다. 그리고 파도 타고 글 쓰고 파도 타고 그림 그리며 얼마나 ‘하와이했’는지, 애초 기약한 일 년이 훌쩍 넘도록 하와이안 라이프를 만끽하고 나서야 긴 여행에 마침표를 찍었다.

관광 스폿과 맛집 투어에 대한 정보는 전문 가이드북에 양보했다. 대신 현지인인 듯 여행자인 듯 보낸 소중한 순간순간을 정성스레 기록했다. 선현경 작가 특유의 솔직하고 깊은 통찰을 담은 에세이와 이우일 작가만의 촌철살인의 유머를 담은 일러스트가 절묘한 하모니를 빚어낸다.

제목 ‘하와이하다’는 포르투갈어 ‘창문하다(janealar)’에서 힌트를 얻어 새롭게 탄생한 말이다. 창문을 통해 세상을 만나고 생각한다는 의미의 ‘창문하다’처럼, 하와이를 통해 세상을 만나고 생각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2019년 늦여름, 이제 서울 집으로 돌아온 부부는 하와이에서 수집한 ‘알로하셔츠’ 전시회를 기획하는 등 알콩달콩, 투닥투닥 재미있는 서울 살이를 꿈꾸고 있다.

신혼부부는 물론 전세계 여행자를 유혹하는 낭만의 섬 하와이! 유쾌한 여행 중독자 선현경, 이우일 부부가 매력적인 그곳 하와이 오하우 섬을 찾아, 일 년 십 개월 동안 살아보았다. 일상인 듯 여행인 듯, 집 밥을 해먹지만 뭐든 빌려 쓰는 소박하고 가벼운 삶. 파도 타고 글쓰고 파도 타고 그림 그리고! 마음껏 ‘하와이한’ 652일간의 시간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여행 첫날에는 실수로 에어비앤비 숙소 주인을 울리기도 하고, 야심차게 장만한 중고 BMW는 하루 만에 정비소 신세를 지는 등, 시작은 삐거덕했지만 두 사람은 점차 여유로운 하와이안 라이프에 스며들었다. 해변에 가면 반갑게 인사하는 바다 친구도 생겼고, 알로하셔츠를 비롯해 새 짐도 제법 늘었다. 매일같이 파도 타느라 피부도 까맣게 그을렸고, 독립한 딸 없이 둘만 남은 집 안 공기에도 꽤 익숙해졌다. 그렇게 하와이를 만나 생각이 깊어졌고, 마음의 키도 한 뼘쯤 성장했다. 짧은 여행 때는 무심코 지나치던 바다 위 플라스틱 쓰레기를 줍기도 하고, 랩 대신 밀랍덮개를 만들어 쓰며 플라스틱 없는 삶을 실천하기도 했다. 딸의 조언대로 뒤늦게 ‘노브라 라이프’를 시작하는가 하면 훌라댄스 교실에 가서는 화려함 뒤에 가려진 하와이의 슬픈 역사를 생각하기도 하고… 두 작가는 그 시간들을 담박하고 섬세하고 또 세련되게 145편의 에세이와 200여 컷의 풍성한 일러스트로 담았다. 특히 책장을 열자마자 마주하는 선명한 난색의 하와이 스케치는 책으로 떠나는 하와이 여행의 시작으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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