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주나 캐나다 살기-10회] 캐나다데이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문구이다. 좋아하는 걸 실행하고자 무작정 캐나다로 왔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로키 산맥에서 살아 보고, 오로라 보러 다녀오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일 해보고, 캐나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내 꿈은 소박하다. 캐나다에 도착한 순간 다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으니까. 꿈을 좇는 그 열 번째 이야기.

 

캐나다사람들은 캐나다국기를 굉장히 사랑한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캐나다사람들은 캐나다국기를 굉장히 사랑한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사장님에게 문자를 보냈다.

“7월1일에 쉬어도 될까요? 제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캐나다데이거든요.”

7월1일은 캐나다의 건국(1867년)기념일이다. 영국 정부로부터 자치권이 인정되면서 캐나다 연방정부는 온타리오, 퀘벡, 뉴브런즈윅, 노바스코시아 등 4개주를 설립했다. 그리고 현재 캐나다는10개의 주와 3개의 준주로 이루어져있다.

캐나다사람들은 캐나다국기를 굉장히 사랑한다. 큰 호텔이나 관광지에는 당연히 국기를 게양해놨고, 개인집이나 작은 레스토랑에서도 심심치 않게 국기를 만날 수 있다. 그렇다면 캐나다의 가장 큰 행사인 캐나다데이 때는 어떤 모습일까? 온 길거리가 빨간색과 흰색으로 물들며, 온몸을 국기로 장식(?)한다. 국기모자, 국기의자, 국기깃발, 국기티셔츠, 국기스티커, 국기바람개비 심지어 국기유모차까지 등장한다. 경건한 날이지만 엄숙하게 보내지 않고, 모두의 축제로 하나가 되는 신나는 날이다. 단순히 생일 축하하는 날보다 캐나다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된 날, 그리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날이다.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캐나다데이는 전역에서 무료 팬케이크행사와 퍼레이드, 공연 그리고 불꽃놀이 등의 다양한 행사가 하루 종일 진행되고, 국립공원 등의 명소도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며칠 전부터 모두가 들떠서 캐나다데이를 준비했고, 나도 그 분위기에 동화되어 괜스레 흥분됐다.

 

캐나다 사람들의 여유와 진정으로 오늘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은 무척 부럽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캐나다 사람들의 여유와 진정으로 오늘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은 무척 부럽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드디어 캐나다데이 당일 아침, 빨간색 맨투맨티셔츠를 입고 거리로 나갔다. 평소엔 차량이 다니는 다운타운거리가 통제되어 있었고 수많은 의자가 펼쳐져 있었다. ‘이 의자들은 뭐지? 앉아도 되나?’ 큰일 날 뻔했다. 남의 의자에 앉을 뻔한 것이다. 각자 본인의 의자를 가져와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거리에 미리 자리 잡아둔 것이었다. ‘그러면 이 의자의 주인들은 지금 다 어디에 있는 거지?’ 공원에서 진행하는 무료 팬케이크행사에 몰려있었다. 메이플시럽과 팬케이크 그리고 소시지와 커피까지. 사실 캐나다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평범한 음식들인데도 불구하고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다. ‘무료’이기 때문이 아니라 ‘축제’이기 때문이다. 나도 신이 나서 줄을 서려고 했다. 하지만 먹지 못했다. 이미 줄을 마감 했단다. 행사마감 30분 전에 도착했는데 말이다. 너무 아쉬웠다. 캐나다데이 팬케이크에 관심이 있으면 1시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고 한다. 굉장히 여유로운 줄 알았던 캐나다사람들이 다르게 느껴지던 순간이었다. ‘내년에는 꼭 먹어야지!’라고 다짐을 했다가 ‘내년에는 캐나다에 있을 수 없구나’ 깨달은 후 아쉬움이 몰려왔다. 오늘 아주 제대로 즐기리라. 아쉽지만 전투적인 마음으로 다시 퍼레이드가 진행되는 거리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팡파르소리와 함께 퍼레이드가 시작 되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팡파르소리와 함께 퍼레이드가 시작 되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퍼레이드 참가자가 모두 동네주민이었다.
퍼레이드 참가자가 모두 동네주민이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팡파르소리와 함께 퍼레이드가 시작 되었고, 빵 터질 수밖에 없었다. 퍼레이드 참가자가 모두 동네주민이었던 것이다. (물론 개인 참가가 아니라 모두 팀을 이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그냥 행진하는 행사였던 것이다. 세상에나. 동네주민들이 걸어가는 걸 보려고 아침 일찍부터 자리전쟁이 일어났다고? 참 귀여운 곳이다. 그리고 생각났다. 일하고 있는 레스토랑 매니저한테 “퍼레이드나 갈래?”라고 연락이 왔었다. 그게 퍼레이드에 함께 출연하지 않겠냐는 뜻이었던 거다. 당연히 퍼레이드를 보러가자는 뜻인 줄 알았는데 말이다. 식당부터 호텔, 상점 심지어 소방서까지. 내 생각엔 캔모어에 있는 모든 가게와 관공서에서 참가한 것 같다. 그리고 더 귀여웠던 건 퍼레이드 후 1등 시상식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냥 걷기만 하는 건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악기 연주나 춤을 추기도하고,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던져주기도 하며, 소방차가 지나갈 땐 물을 뿌리기도 한다. 앉아있던 시민들은 자신이 가져온 물총으로 소방관을 공격했다. 처음엔 조금 실망했다가 캔모어사람들의 순수함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흐뭇한 미소로 관람했다.

 

무료로 나눠주는 캐나다국기가 그려진 기념케이크
무료로 나눠주는 캐나다국기가 그려진 기념케이크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공원에서 진행하는 무료 팬케이크행사에 몰려있었다.
공원에서 진행하는 무료 팬케이크행사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퍼레이드가 끝나고 시상식도 끝났다. 무료로 나눠주는 캐나다국기가 그려진 기념케이크를 먹으며 이곳저곳에 마련된 행사장을 둘러보았다. 아이들을 위한 공간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통놀이처럼 이 나라사람들이 하는 놀이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공원에서는 퍼레이드에 참가했던 팀들 중 학생공연 팀이 멋진 공연을 보여주었다. 차량을 통제한 다운타운 중심에서는 밴드의 공연이 이어졌고, 캐나다국기로 한껏 꾸민 캔모어주민들이 춤을 추었다. 무료로 캐나다국기스티커와 브로치를 나눠줘서 뒤늦게 붙이고 다녔다. 그랬더니 지나가던 사람들이 엄청 좋아해준다. 캐나다사람들의 캐나다국기사랑은 정말 엄청나다. 전 세계에서 1위라고 감히 장담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덧 밤10시, 불꽃놀이가 진행된다는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에 가니 이번에는 지자체에서 마련해준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빠듯하게 도착한 나는 못 앉을 줄 알았는데 자리가 꽤나 많이 남아있었다. 왜냐면 대부분 침낭과 이불 등을 들고 와 불꽃놀이를 기다리며 잔디밭에 누워있었기 때문이다. 정말 예측불어인 사람들이다. 잠시 후 사회자의 멘트가 시작되었다.

 

전통놀이, 학생공연 팀의 공연, 밴드의 공연이 이어졌다.
전통놀이, 학생공연 팀의 공연, 밴드의 공연이 이어졌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캐나다하면??” 이라는 질문에 모두가 “하키!!!!!”라고 소리쳐 외친다. 깜짝 놀랐다. 말로만 들었던 하키사랑이 느껴졌다. 그리고 바람 때문에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진행될 것 같다면서 음악을 틀어준다. 많은 사람들이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닌 기분이었다. 드디어 시작된 불꽃놀이. 낮에 퍼레이드를 보며 이곳의 규모를 깨달아 딱히 기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로키산이 배경이어서 그랬을까? 불꽃이 터질 때마다 너무나 멋지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아침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캐나다를 느꼈던 하루. 무엇보다 캐나다사람들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우리가 월드컵에 열광하고 하나가 되는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나는 절대 캐나다가 우리나라보다 살기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식, 대중교통, 인터넷속도, 날씨 등등 한국의 많은 것들이 그립다. 하지만 캐나다사람들의 여유와 진정으로 오늘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은 무척 부럽다. 이곳에서는 오늘을 살게 된다.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 따위를 할 시간이 없다. 오늘이 재미있고, 오늘이 다채롭고, 오늘이 행복한데 어찌 다른 생각을 할 수 있겠는가. 2019년 7월 1일, 내 인생의 첫 캐나다데이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캐나다데이(어쩌면이라고 하는 건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기에…) 덕분에 나는 오늘을 사는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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