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위클리서울=박석무] 성씨는 제갈(諸葛), 이름은 량(亮), 자는 공명(孔明), 시호는 무후(武候)로 중국 삼국시대의 촉한(蜀漢)의 뛰어난 승상이었습니다. 모든 일에 온갖 재능을 갖춘 인물을 거론하다보면 제갈공명이 거론되고, 어떤 특수 분야에 뛰어난 인물의 별명으로는 갈량(葛亮)을 빌려다가 ‘김갈량’이니, ‘박갈량’이라고 호칭하는 경우가 많을 정도로 능력에 탁월한 사람의 대명사로 알려져 왔습니다. 많은 일화와 전설이 전해지면서 재능과 지혜가 뛰어난 동양인의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합니다. 

다산은 『목민심서』의 형전(刑典)에서 어떻게 해야 수사와 재판이 공정하고 공평하게 이뤄질 것인가에 고심탄회한 정력을 기울였으며, 특히 살인범에 대한 진실과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는 특별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어야 한다면서 전문적인 식견을 통해 『흠흠신서』 30권이라는 방대한 저서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요즘 세간에도 범죄의 수사에 과잉수사니 월권수사니 피의사실 공표니 등등의 온갖 이야기들이 판을 치며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목민심서』 단옥(斷獄)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수사기법을 살펴보렵니다.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다산은 제갈무후의 편지를 소개했습니다. 

“옥사를 결단하고 형벌을 내릴 때에는 그 공평하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한다. 그대가 옥사를 다룰 때, 그가 가고오고 나아가고 물러가는 거동을 살피고 그 말소리를 듣고 시선을 보되, 얼굴에는 두려움이 있고 말소리는 슬프며 오는 것은 빠르고 가는 것은 더디며 뒤돌아보며 한숨을 짓는 것은 원망하고 괴로워하는 것이 정상이니 불쌍히 여겨야 할 것이요, 고개를 숙이고 훔쳐보거나 곁눈질 하면서 뒷걸음을 치거나 헐떡거리며 몰래 듣거나 중얼거리며 속마음으로 계산하거나 말이 조리를 잃거나 오는 것은 더디고 가는 것은 빠르거나 감히 뒤돌아보지 못하는 것은 죄를 지은 사람이 스스로 빠져나가고자 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여 피의자의 거동이나 말씨, 눈동자 등의 형태를 통해 범죄 유무의 진상을 알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옛날부터 전해지는 이야기에 아픈 사람의 병이나 질병의 실체를 파악하는 데는 진맥도 있고 신체를 확인하고 만져보는 것도 있지만, 진짜 명의는 시진(視診)을 통해 병을 알아차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질병 진찰에서 오늘에야 혈액 검사, MRI 검사, 엑스레이 검사 등 과학적인 진찰이 항다반이고, 내시경이나 위 투시 등을 통해 온갖 질병의 실상을 발견할 수 있듯이 과학적인 진찰이 최고 수준이지만 역시 오늘에도 시진은 또 그것대로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마찬가지로 범죄수사에도 온갖 과학적인 수사기법이 개발되었지만, 인권을 침해하지 않고 강압수사나 고문 같은 원시적 수사가 아닌 시찰(視察:눈으로 관찰함)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수사기법임을 다산은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인간에게는 육감(六感), 영감(靈感)이 있기 때문에 비과학적이지만 그것대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있음을 알게 해줍니다. 

과거 권위주의 시대에 얼마나 참혹한 강제수사나 고문수사가 남발되고 있었던가요. 수사권의 남용은 이제는 멈춰야 합니다. 인간의 자유와 인권은 천부적인 것입니다. 눈으로도 수사하는 참으로 날카로운 눈매의 수사관들이나 육감이 뛰어난 수사관들이 배출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수사 지연이다, 재판 지연이다 라는 것도 이제는 없어져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합니다. 요컨대 인권이 무시되는 수사는 이제 사라져야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