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주나 캐나다 살기-11회] 캘거리 스탬피드 축제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문구이다. 좋아하는 걸 실행하고자 무작정 캐나다로 왔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로키 산맥에서 살아 보고, 오로라 보러 다녀오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일 해보고, 캐나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내 꿈은 소박하다. 캐나다에 도착한 순간 다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으니까. 꿈을 좇는 그 열한 번째 이야기.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10일동안 진행되는 캘거리 스탬피드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 퍼레이드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캐나다를 여행하기 좋은 달은 언제 인가요?” 캐나다에 사는 외국인, 캐나다 여행을 다녀 온 사람, 캐나다인까지 모두가 입을 맞춘 듯 말할 것이다. “여름! 무조건 여름, 7월에서 8월이요!” 아이스 하키부터 스키까지 겨울 스포츠도 유명하지만 일생에 단 한 번 캐나다 여행을 한다면 무조건 여름(7‧8월)에 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봄과 가을은? 음… 나쁘지 않다. 하지만 6월 초에도 갑자기 눈이 내릴 수 있고, 9월 말이 되면 유명 관광지를 비롯한 국립공원이 서서히 문을 닫기 시작한다. 이 말은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도로까지 통제를 시작한다는 이야기다. 겨울이 된다고 도로를 통제 하는 게 상상이 되지 않겠지만 이곳은 그렇다. 우리나라보다 100배 큰 면적을 가진 캐나다. 겨울이 되면 무릎까지 눈이 쌓이는 건 기본이라는 캐나다. 모두가 겨울잠을 잔다는 캐나다. 캐나다는 그런 곳이다.

그래서 캐나다인들은 캐나다 데이(7월 1일)를 시작으로 환상적인 캐나다의 여름을 치열하게 즐긴다. 치열하다는 표현이 즐긴다는 말과 어울리지 않지만 이보다 더 어울리는 표현이 없다. 쉬는 날이면 무조건 산으로 강으로 호수로 바다로 놀러 나가고, 한국에서 온 내 기준으로는 그래도 밤낮으로 쌀쌀한데 절대 겉옷을 걸치지 않는다. 로키산맥에 위치한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인 모레인호수는 새벽 4~5시에는 도착을 해야 아슬아슬하게 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주차장이 굉장히 협소해서 만차가 되면 아예 도로를 통제 하는데 신기한 건 몇 시에 도착을 해도 다른 차가 주차 되어 있다는 것이다. 소문에 의하면 주차장에서 밤을 새는 사람도 있다고.

 

운수 좋은 날. 첫날 오후 1시까지 입장료가 무료였기에 한산한 매표소.
운수 좋은 날. 첫날 오후 1시까지 입장료가 무료였기에 한산한 매표소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길을 걷는데 스탬피드 행사 중 하나로 무료 샌드위치와 간식 배급을 진행하고 있었다. 10일동안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음식을 나눠 준다고 한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이렇게 치열하게 즐겨야 하는 여름이 시작 되었다. 매일 뉴스를 찾아보며 지역축제를 확인 했고, 쉬는 날이면 산으로 강으로 호수로 여행을 다녔다. 그리고 알버타 주에 위치한 캘거리(내가 살고 있는 캔모어에서 1시간 거리)에서 열흘 동안 진행되는 세계 최대의 로데오축제이자 서부 캐나다의 문화축제인 ‘캘거리 스탬피드’가 열린다는 소식을 접했다. 과거 캘거리는 원주민의 땅이었는데 도시로 인정받을 당시만 해도 506명의 주민으로 이루어진 작은 마을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동부 사람들을 불러들일 목적으로 농업 박람회를 열기 시작했고, 점점 규모가 커져 100만 명 이상이 즐기는 현재의 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1912년 시작한 스탬피드축제는 스탬피드공원을 중심으로 캘거리 시내 곳곳에서 열리는데 개막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이브닝 쇼, 마차경주, 로데오경기, 팬케이크 나눠주기, 불꽃놀이 등의 행사가 진행된다. 한 편에선 동물과 관련된 경기는 중단하라는 시위를 벌이기도 한다.

나 또한 여행을 하며 동물과 관련 된 모든 것들은 하지 않기에 (동물원, 수족관, 동물쇼 관람 등) 다른 일정을 중심으로 아주 철저하게 계획을 세우고 축제 시작 첫 날 아침 일찍 캘거리로 향했다. 캔모어에서 캘거리까지 갈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모두 쉽지 않다. 공항까지 가는 69불짜리 비싼 버스는 공항에서 또 시내로 나가야 한다. 하루에 두 대만 운영하는 30불짜리 버스는 정류장이 우리집에서 도보로 가기엔 너무 멀었다. 그리고 여름 시즌동안 단 돈 10불에 운영하는 버스는 주말에만 운행했다. 고민을 하다가 친구가 소개해 준 카풀 어플리케이션 ‘poparide’가 생각났다. 다행히 내가 가고 싶은 날 스탬피드로 향하는 차량의 한 자리가 남아서 14불이라는 나쁘지 않은 가격에 탈 수 있었다. 워낙 자가용이 없으면 다니기 힘든 곳이라 이런 시스템이 잘 구축 되어 있다.

 

인생을 여행처럼. 여행처럼 인생도 고민이 되면 그냥 하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일년에 딱 10일, 스탬피드 공원에 설치 되는 놀이기구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축제 시작 전 날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축제가 시작하는 날도 하루 종일 비 예보가 있었다. 이 시기에 이런 날씨인 적이 한 번도 없어서 우천 시 축제가 어떻게 진행 될 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숙소부터 왕복 교통편까지 모두 예매해 놓은 상태. 쉬는 날을 다시 맞추기도 애매했고, 개막 퍼레이드도 보고 싶어서 일단 갔다.

가는 내내 비가 내렸는데 기적처럼 도착한 순간부터 비가 그쳤다. 게다가 도착하자마자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퍼레이드는 장장 2시간동안 진행됐다. 지역 회사와 사회단체의 참여로 이뤄진 퍼레이드였다. 로데오축제라는 명성에 걸맞게 엄청나게 많은 말들을 보았는데 이곳에서 말은 정말 교통수단처럼 보였다. 물론 그렇다고 평소에 말을 타고 가는 사람을 본 건 아니다.

그렇게 운 좋게 비도 안 오고 시간 맞춰서 도착해서 본 퍼레이드가 끝나고 축제장으로 향했다. 무료로 아침 샌드위치를 나눠주는 곳이 보인다. 게다가 내가 축제장에 도착한 시간까지가 무료입장이었다. 운이 좋았다. 축제장에서는 여기저기서 다양한 공연을 하는데 내가 지나가는 시간에 때맞춰 공연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운수 좋은 날이라니! 이번 스탬피드 첫 방문이 마지막 방문이기에 모든 운이 따라주는 것 같았고, 정말 치열하게 놀았다. 그리고 가장 기대했던 이브닝 쇼! 이브닝 쇼를 보기 위해 스탬피드에 간 거였고, 이브닝 쇼가 끝나면 밤 12시여서 하룻밤 자고 가기로 결정도 했다. 쇼를 보면서 그 결정을 잘했다고 백번 천번 생각했다. 대학로에서 수백편의 공연을 봤고, 뉴욕 브로드웨이 공연부터 라스베가스 태양의 서커스,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각종 공연, 기네스북에 등재한 공연까지 전 세계 수많은 유명한 공연들을 봤다. 역대 손에 꼽힐 정도로 좋았다.

 

대왕 양파튀김, 미니 도넛, 스테이크 등등 다양한 먹을거리도 준비되어 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This is for you. 스탬피드 축제의 꽃이라 불리는 이브닝쇼. 이 공연을 위해 1년을 준비 한다고 한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이 공연이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마지막 노래를 부르기 전 배우의 한마디 때문이었다. “This is for you.(당신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라니…. 그 순간 울컥했다. 아마 나의 캐나다 생활이 행복하면서도 외로웠던 것 같다. 친구들도 사귀고 있고, 좋은 집주인과 좋은 사장님을 만나 행복하게 살고 있지만 마음 한 켠에서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친구들을 그리워하고 있었던 거다. 시차가 너무 많이 나서 연락이 자유롭지도 않고, 연락을 한다고 해도 만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를 위해서 노래를 불러 준다니까 갑자기 혼자가 아니라고 느껴졌다. 슬프거나 힘든 일이 있었던 게 아닌데도 불구하고 위로 받은 기분이었다. 사실 이브닝 쇼를 보고 캘거리에서 1박을 하게 되면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부담이 꽤 커서 조금 고민을 했었다. 하지만 공연을 보고 다시 느낀 건 여행에서는 할까 말까 고민이 되면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순간은 단 한 번뿐인 순간이니까. 물론 언젠가 다시 이곳에 올 수도 있지만 그래도 2019년의 스탬피드는 단 한 번뿐이니까 말이다. 지금 이 감정으로 “This is for you”라는 말을 듣는 순간도 한 번뿐일 테다.

인생을 여행처럼. 참 진부한 말이지만 나는 앞으로 그렇게 진부하게 살고 싶단 생각이 든다. 여행처럼 인생도 고민이 되면 그냥 하고보자. 인생은 한 번 뿐이니까 말이다. 그렇게 나의 한번 뿐인 인생을 걷고 있는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저작권자 © 위클리서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