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동하는 삶의 힘이 느껴지는 시집 『먼 하늘 바라보며』 상제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무엇인가 할 일이 있다는 것은 즐거움이요 행복이다. 사람의 몸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늙어가기 마련이지만 의학의 발달 등으로 인해 100세 시대라 일컬어지는 요즘엔 나이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영역에서 제2, 제3의 인생을 살아가는 분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최근에 『먼 하늘 바라보며』라는 시집을 상제한 박우승 시인은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장본인이다. 1934년생. 한국 나이로 86세인 그가 이 시집을 통해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일까? 단순히 노익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의 시 「늦깎이 시인」에서의 표현처럼 “역사의 뒤안길에서 새로운 길 찾아(나선) 도전”인 것이다.

평생을 교육자이자 종교인 사회운동가로 살아온 박우승 시인·수필가 ⓒ정다은 기자
평생을 교육자이자 종교인 사회운동가로 살아온 박우승 시인·수필가 ⓒ정다은 기자

『먼 하늘 바라보며』에서 느껴지는 여운

생강은 오래되어 쭈글쭈글하고 볼품없을수록 더 매운 맛을 낸다고 한다. 그래서 하는 말이 “늙은 생강이 맵다”라는 표현이다. 그는 시를 통해 우리가 미처 접해보지 못했던 나이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을 풍부하게 그리고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그는 자기 시집 서장을 연 「120세」라는 시에서 “기가 차고 가슴 뛴다”고 밝힌다. ‘아직도 35년을 어떻게 나 살아갈까’하는 솔직한 표현이다. 그렇다고 시인은 그 세월을 무의미하게 보내지 않을 것임을 암시한다.

그는 시에서 정겨운 나의 고향에서 밭 갈고 씨 뿌리며 세월을 낚으면서 추수하는 기쁨의 함성 들으면서 이웃 사랑하며 살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시인은 왜 밭 갈고 씨 뿌리며 이웃 사랑하며 살겠다는 생각을 밝혔을까?

여기에는 시인이 그동안 살아왔던 삶의 여정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시인은 평생을 교육자로, 종교인으로, 사회사업을 통한 나눔 활동을 펼쳐왔다. 교육자로서의 삶은 지난해 충남 온양한올중·고등학교 교장직을 마지막으로 정년퇴임을 하였다. 반면 종교인으로서의 삶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여기에 향후 사회봉사 활동을 그의 삶이 다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우리에게는 자신을 세상에 태어나게 해준 부모가 있다. 부모를 그리는 마음은 나이와 상관없이 똑같다. 10살 먹은 아이도, 팔순을 넘은 어르신에게도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먹먹하다.

“여름철만 되면 생각나는 그 분을 떠올릴 때마다 간장이 녹아지고 가슴이 아파온다. (중략) 왜 이리 눈물만 아프게 흐르는가 불러보고 싶은 어머니…….”(사모루(思母淚)중에서)
시인에게도 어머니는 가슴 아픈 존재이다. 자식 하나 공부시키기 위해 자신을 바친 어머니이다.

김정오 평론가는 박우승 시인의 시 세계에 대해 “시적인 운율 구조를 수용, 반추하면서 시적 정서를 표출하고 있다”고 평한다. 시인이 추구하는 시 세계는 단순히 사랑과 우정과 낭만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진득하게 삶에 대한 여정을 과거부터 미래까지 조용히 전하고 있다.

한올중·고등학교 전경 ⓒ위클리서울 /한올고등학교
온양한올중·고등학교 전경 ⓒ위클리서울 /한올고등학교

교육자이자 종교인 그리고 사회운동가로서의 삶

앞서 서술했듯이 그의 삶은 교육자이자 종교인 사회운동가로 점철되어 있다. 그의 인생의 시작은 사회사업이었다. 불과 17살에 4H 클럽활동 등을 하면서 야학당을 설립하고 농촌운동에 뛰어들었다.

특히 20살 연세대 시절 농촌계몽 운동과 YMCA 활동과 사회사업연구회를 창립, 한국기독교사회사업대학생전국연합회에서 봉사활동을 하였고, 한국최초의 “사회사업”을 창간하고 창간사를 썼다.

이와 함께 등록금 조달 재원 재산을 “상록수”의 저자 심훈을 생각하면서 농촌계몽 운동의 일환으로 기부하여 학교를 설립 교육사업을 시작하였다. 후일 온양한올중·고등학교로 발전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3학년 2학기부터 등록금이 없어 학교 자조장학회에서 200여 고학생들과 함께 일하면서 공부했다.

일찍이 1957년 2월 대학 졸업식을 앞둔 부모님 회갑에 드리는 “승리” 수필집에 인생 3대 목표를 제창했다. 첫째 교회사업, 둘째 교육사업, 셋째 사회사업이었다. 그는 그대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교회사업으로 그는 평신도 사업을 통해 평생 신앙인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하나님의 사랑과 믿음을 전파하고 이웃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지금도 시인은 한국기독교평신도세계협의회 총재를 맡아 봉사활동에 전념하면서 올바른 신앙인의 길을 걷고 있다.

사회사업으로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이웃에게 나눠주면서 초원봉사회 활동을 하고 있으며 수필집 “풀잎들이 모여”를 발행했다. 그리고 농군이 되어서 “농군학교 같은 꿈을 가지고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지금까지 해온 일들이 보람되기도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며 100세든 120세든 자신의 몸이 허락되는 한 그것이 자신의 사명이며 운명이라면서.

세상에는 많은 부류가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의 평생을 송두리째 봉사활동에 전념한 삶을 살아온 이가 얼마나 될까. 그런 측면에서 박우승 시인의 삶은 우리들 스스로를 되돌아보게 한다. 타의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온 이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법이다.

박우승 시인의 시집 ⓒ위클리서울
박우승 시인의 시집 『먼 하늘 바라보며』 ⓒ위클리서울

▲ 박 우 승
   1934년 충남 예산군 대술면 농리에서 출생
   연세대 신학과 졸업, 미 미드웨스트대
   교육학 박사
   학교법인 한올학원 온양한올중·고등학교 설립

  현) 한국기독교평신도세계협의회 총재
      사단법인 초원회 이사장
      한올사회문화연구원 대표
      미국 미드웨스트대 명예교수

  저서) 『승리』(수필집, 1957)
       『아산관광』(초판1984, 재판2004)
       『남선교회 선교활동사』(1993)
       『기독교 교장학』(2003)
       『하늘과 땅』(2005)
       『장로 호칭 반백 년』(2010)
       『한국근대사와 기독교리더쉽』(2010)
       『십자가에 걸린 햇빛』(2015)
       『송월당삼대』(2016)
       『풀잎들이 모여』(수필집, 2017)
                                                                      『축복의 땅에 묘목을 심다』(2019)
                                                                      『먼 하늘 바라보며』(시집,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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