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웃음 되찾게 해주는 것이 큰 사명”
“아이들 웃음 되찾게 해주는 것이 큰 사명”
  • 구혜리 기자
  • 승인 2019.11.04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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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이웃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인터뷰/김현석 생활복지사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사람이 매력적이라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누군가는 타고난 카리스마를 손꼽고 누군가는 선한 마음씨를 꼽기도 한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사랑에 푹 빠져 있는 누군가를 보며 ‘매력 있음’을 느끼기도 한다. 특히 ‘<기획> 이웃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 평범한 이웃들이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푹 빠져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에 주목한다. 물론 좋아하는 대상을 찾는 것부터가 크나큰 삶의 숙제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을 동경하는지도 모르겠다. 무엇인가에 열중한 그들의 따뜻한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은 그들만의 영역을 넘어 우리 삶과 마주하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일로써 다른 사람에게 즐거움 혹은 이로움이 될 수 있다면 그 얼마나 멋진 삶일까. 스타가 아닌 히어로로, 마음껏 사랑하는 것만으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더욱 밝혀주는 존재의 소리에 다시 귀기울여보라.

 

김현석 생활복지사 선생님(가운데)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김현석 생활복지사 선생님(가운데)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49명의 아버지, 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를 만나다

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의 조용한 동네. 간판도 눈에 띄지 않는 오래된 건물로 들어가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49명의 아이들이 학교가 끝나면 이곳 지역아동센터로 모인다. 방과 후 센터에 모인 아이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함께 밥을 먹고 공부를 하다가도 장난을 치고 엉겨 붙는다. 한창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들이 엉겨 붙으면 그 가운데에는 항상 김현석 생활복지사 선생님이 계신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복지사는 24시간 아이들과 함께 엉키며 그들을 보호하고 교육하는 역할을 맡는다. 부모님이 모두 일을 하셔서, 부족한 학교 공부를 보충하기 위해,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고 부딪치며 소통하는 법을 배우기 위해 등 다양한 환경과 배경에서 다양한 이유로 모인 아이들이 가족 밖에서 새로운 가족 공동체를 형성하는 곳이기 때문에 생활복지사는 또 다른 부모가 되고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일한다.

 

- 지역아동센터의 생활사회복지사가 된 계기가 있을까요?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사회복지사가 된 것은 아닙니다. 전공도 달랐고, 막 제대했을 무렵에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에서 졸업 후 취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신촌의 한 대형 문구판매점이었는데 3개월 만에 매니저, 6개월 만에 점장을 달았고, 매장을 인수 받고는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당시 한 외국 브랜드의 고가 헤드셋이 선풍을 끌던 때였는데, 이걸 포함해서 상습적으로 물건을 훔쳐가던 청소년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직도 이름이며, 나이, 학교, 입고 있던 옷차림까지 기억나네요. 늘 세 명이서 몰려다녔는데 그 중 한 아이는 입는 옷이 늘 같았어요. 때 묻은 분홍색 후드를 입고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있었어요. 그 아이들 특유의 냄새가 있었기 때문에 매장에 들어오면 ‘왔구나!’하고 알 수 있었죠. 하루는 날을 잡아서 또 헤드셋을 훔치려는 게 찍힌 CCTV를 보여주며 불러 세웠어요. 얘네를 어떡하면 좋담, 고민을 하다가 부모님 연락처를 달라하니 한 아이는 할머니가 유일한 보호자였죠. 2시간 만에 그 할머니가 달려오셨어요. 근데 놀랍게도 이미 알고 있는 분이었어요. 신촌에서 파지를 줍는 걸 가끔 도와드렸죠. 또 할머니로부터 요 녀석들이 60만원 짜리 헤드셋을 제값이라도 받지, 고작 3만원에 팔았다는 얘기도 들었어요. 지점 정책상 30배를 받아야 했지만 형편 사정을 생각하니 차마 받을 수가 없어 아이와 할머니를 돌려보냈습니다. 다음날 할머니가 60만 원을 들고 다시 찾아왔고 받지 않으려는 제게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하시며 돈을 놓고 갔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그 돈뭉치가 너무 무겁게 느껴져 할머니 댁에 우편물처럼 몰래 돌려드리고 왔었죠.

그 뒤로도 취약계층 아동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운 마음이 계속 생겼어요. 문구 사업에서 아동에게 베풀 수 있는 거라곤 제가 기획한 나눔 행사 정도였어요. 하지만 이마저도 본사에서 매출에 비해 지출이 크다는 연락을 받고 접어야 했죠. 이렇게 일하는 게 맞는 걸까? 내가 정말 원하는 걸까? 이런 고민들이 내내 꼬리를 물고 떠나지 않아 결국 사직서 냈고, 그날 바로 지역아동센터에서 면접을 봤습니다. 지금은 군대 간 병훈(가명)이라는 아이가 면접을 봐줬어요. 아이들이 맘에 드는 선생님을 고르는 게 원칙이기 때문이죠. 제가 말이 많은 편이라서 병훈이랑 수다 떨고, 센터장 선생님과 대화를 나눈 뒤 하루아침에 문구 매장 점장이던 사람이 다음날 사회복지사가 되었죠.

제가 어릴 때 저를 도와주고 보살펴준 동네 어르신들이 계셨습니다. 아직도 기억에 남는 분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 무엇을 바라지도 받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선한 마음으로 동네 아이들에게 기초 학습을 가르치거나, 운동도 시켜주고, 밥도 해주시던 노부부였습니다. 그런 두 분을 어릴 적부터 보며 자라다 보니, 나이를 먹으며 저도 동생들과 낯선 누군가에게도 그렇게 되더군요. 그 길로 먹고 사는 일을 알아보니 내가 해온 것들이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이었습니다. 잠깐 삐딱선을 타다가 다시 돌아온 이 길이 제게 맞는 것 같습니다. 어릴 적 받은 은혜와 사랑을 알고 있고, 받은 만큼 주는 것의 기쁨을 깨닫는 일을 하고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 지역아동센터는 어떤 곳 인가요?

▲사회복지사가 그렇듯 지역아동센터에서의 사업은 아무 영리성도 따지지 않습니다. 어떠한 영리성도 없는 순수 사회복지사의 업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하나의 사업, 하나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려면 그를 위한 비용이 수반되고 이를 지원 받기 위해 때로 날카로워져야 할 때도 있지만 사업의 목적 자체는 아이들이 원하는 것,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 경험을 위해 도움이 되는 것이 기준이 됩니다.

지역아동센터는 아동에게 어떠한 구별이나 차별 없이 똑같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특히 보호, 교육, 정서, 지역사회연계, 문화의 5가지 영역이 아이들에게 충분히 제공되게 하는 것이 지역아동센터 사회복지사의 정신이자 자세입니다. 단점은 제대로 된 혜택이 없다는 점이죠. 다른 사회복지사처럼 (한 기관 및 프로그램에 대한 이용자 수, 우수 프로그램 선정 등, 분기별 또는 반기별로 받는) 인센티브가 없어요. “잘 됐어? 축하해.” 정도의 인사치레가 전부죠. 사명감 없이는 오래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단 우리가 바라는 건 어떤 단체든 프로그램을 운영할 지원금에 대한 충분한 공모사업의 공급 딱 한가지입니다. 우리 같은 생활복지사는 공모에 당선되기 위해 자기계발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방학마다 500만원씩 지원되는 공모사업을 따내기 위해 공고 시즌이 되면 모든 기관종사자가 밤을 새며 혼신으로 뛰어듭니다. 인센티브 같은 것보다도 사업을 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공모사업에 대한 수요가 높죠.

‘어떤 혜택도 바라지 마라.’ 그것이 기본적인 자세입니다. 원래 사회복지 쪽 일이라는 것도 그래요. 자원봉사든 기관 종사든 나눔은 기본적으로 돌아올 것을 기대하지 않을 때 더 크게 돌아옵니다. 최저임금에, 남들은 4년 차면 250, 300정도 하겠지만 우리는 그렇지도 않거든요. 오히려 돈을 벌면 아이들이랑 더 놀려고 사비를 애들한테 다 쓰기도 합니다. 아이들 급식비며, 간식비, 학용품, 생필품. 어디에 따로 후원하고 기부하지 않아도 바로 옆에 있는 아이들에게 전부 가게 되죠. 정말 자식 키운다는 생각입니다.

 

김현석 생활복지사 선생님(가운데)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김현석 생활복지사 선생님(가운데) ⓒ위클리서울/구혜리 기자

-지역아동센터에 근무하면서 특별한 경험이 있을까요?

▲전교 꼴등에서 전교 7등으로 기적 신화를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접니다.(웃음) 그게 사회복지사이자 선생님으로 불리는 일로서 가장 뿌듯하고 보람차고… 스스로에 대한 가치를 인정받은 일이었죠. 김동훈(가명)이라고, 전교 꼴등을 했던 아이가 있었어요. 5개 과목 평균이 15점정도? 자존감도 밑바닥까지 떨어져있어 지나가던 사람이 돌을 던져도 ‘내가 잘못했겠지’라고 생각할 아이였어요. 제가 사회복지사가 되어 처음으로 맡은 아이였죠. 하루는 애가 중간고사를 보고 와서는 “공부 잘 하고 싶어요”라고 조용히 말하더군요. 당시 처음으로 맡은 아이였기에 아주 적극적으로 도와줄 방법을 찾았습니다. 대상 아동, 기관 종사자 선생님, 대학생 교육봉사자 등 모든 환경이 힘을 모아, 모든 자원을 끌어 모아 사례관리에 들어간 거죠. 중학교 3학년인 동훈이한테 초등학교 5학년 문제집을 전부 복사해주면서 하루에 20~30장씩 풀고, 틀리면 딱밤도 맞기로 했죠. 기말고사가 끝나고 여름방학이 되니 동훈이가 아침 일찍 센터에 나와 공부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오후였던 출근 시간에도 불구하고 동훈이 하나를 위해 아침 일찍 함께 출근 도장을 찍었습니다. 인센티브나 초과수당도 없지만 4층 구석에서 동훈이는 문제집을 풀고 저는 업무 보고….

동훈이는 그 시점부터 확 바뀌었어요. 무엇을 위해 공부하고 싶다고, 어디 고등학교 가고 싶다고. 더 세게 체벌해달라고. 그렇게 고등학교에 진학하고서도 학교가 끝나면 센터에 와서 같이 저녁을 먹고 공부를 하고 저는 업무를 봤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칠 때 전교 7등 성적표를 가져오더군요. 서울시 청소년 대표로 성화 봉송까지 한 애랍니다. 올해는 수시 입학으로 좋은 대학교에 붙었어요.

 

-선생님께 지역아동센터 생활복지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희들은 아동과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의 중간 다리입니다. 저의 가장 강렬하고 성공적인 첫 사례를 보여드렸듯 이 일은 나를 더 성장시켜줄 뿐더러, 아동에게 부모와 부모가 아닌 그 주변 사람들의 도움과 관계를 필요로 합니다. 저는 여기서 애들이랑 치고 박는 캐릭터예요. 아동의 부모와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역할이죠. 자녀가 담배를 피다가 걸리면 부모는 어떻게 할 것 같습니까? 저는 당연히 형, 삼촌, 부모로서 크게 혼낼 것 같아요. 그래서 그렇게 미리 얘기를 합니다. 맞다 죽을 정도면 병원비 다 내겠다, 경찰 부르시면 따라가겠다. 단 그렇게 하는 이유는 딱 하나 얘가 잘 크길 바란다.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환경은 다양합니다. 정말 다 있어요. 다문화, 한부모, 조손 가정, 친척이 양육해주거나, 비혈육인 부모거나, 친부모 같지 않은 친부모도 있어요. 어떤 아이는 초등학교 5학년 때 단칸방에서 미혼인 보호자가 성관계 하는 걸 몇 년이나 보고 들으며 자라기도 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마다 접근법도 다르고 이해의 방식도 다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사회복지사는 다양한 이해와 수용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동은 늘 어떤 형태로서든 학대의 가능성에 놓여 있기 때문이죠. 그와 동시에 사회복지사는 타인의 고통을 자신의 것으로 볼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요. 다양한 문제에 놓여있는 아이들을 친구들과 지역 안에서 웃음을 되찾게 해주는 것이 지역아동센터 선생님, 49명 아동의 아버지로서의 큰 사명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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