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0년!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40년!
  • 박석무
  • 승인 2019.11.05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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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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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박석무] 1973년 봄에서 연말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자, 즉 ‘역적죄’라는 죄명으로 감옥의 독방에서 책만 읽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미 다산에 관한 논문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뒤의 일이어서 줄곧 읽은 책은 다산의 시문집(詩文集)이었습니다. 어려운 한문의 글이어서 대강대강 짐작으로 읽었지만, 잊혀지지 않던 글은 다산이 귀양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편지글이었습니다. 폐족이 되어 불우하기 짝이 없는 아들들이 좌절하지 않고 학문에 정진하기를 입이 닳도록 이야기하는 내용에서 좌절에 빠져있던 나를 다시 깨우쳐 주었던 점은 도저히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혼자만 읽기에는 너무 아쉬워 남들도 읽었으면 하는 생각도 지녔습니다.
 
고등법원에서 무죄로 석방되어 74년부터 밥벌이 수단으로 고등학교 교사로 생활하느라 한문의 번역은 생각할 수도 없었습니다. “독서 한 가지 일만은 절대로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라는 내용 같은 것은 젊은 사람이나 학생들이 꼭 읽어서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일에 도움을 받았으면 하는 생각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70년대가 흘러가려던 79년, 나의 막역한 친구 조태일 시인이 시인사라는 출판사를 차리고 만날 때마다 뭔가 책을 써서 출판하라는 권고를 그치지 않고 해주었습니다. 강요에 가까운 권고를 뿌리치지 못하고, ‘억지 춘향이’식으로 마지못해 응해서 이룩된 번역서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제목의 다산 서간문을 모아 번역한 책이었습니다. 한문 독해력도 약하고 번역하는 방법도 서툴러 매우 소략하고 거칠게 번역해서 출판한 날이 79년 11월 20일이었습니다.
 
그로부터 40년! 초판의 책이 나온 뒤로 글을 손보고 내용을 추가했으니, 이번의 책은 다섯 번째로 정성을 드린 책입니다. 글도 손보았지만, 좋은 내용을 추가해서 넣었다는 것이 더욱 의미가 깊습니다. 그러는 사이, 어떤 해에는 몇 천부, 어떤 해에는 몇 만부가 팔리면서 책은 세상에서 유명한 책이 되고 말았습니다. 네 번째로 나온 2009년의 책은 금년까지 36쇄에 이르러 참으로 많은 분량의 책이 독자들을 찾아갔습니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도 실리고 여러 곳의 대학 국어에도 게재되면서 국민적 교양서의 자리를 얻었습니다. 이런 독자들의 성원에 눈을 감을 수 없는 일은 글이 어렵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내용은 좋은데, 알지 못하는 용어나 단어들이 많다는 불평이었습니다.
 
그래서 조그만 정성이라도 기우려 용어나 단어들을 쉽게 풀어서 주를 달아주는 작업을 했습니다. 네 번째 책이 나온 지도 벌써 10년, 글도 한편 더 넣어 무게를 올리고, 중·고등학교 학생이나 젊은 독자들도 선호하도록 출판사의 노력이 기우려 졌으니 조금은 자신 있게 권할 수 있는 책으로 나왔습니다. “사람은 한 때의 재해를 당했다 하여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라는 한마디만 젊은이들이 가슴에 새긴다면, 얼마나 큰 지혜를 안겨주는 책인가요. 세상에 공개하려고 저술한 책에서는 다산의 속마음을 알아내기 쉽지 않지만 아들·형님·제자들에게 보낸 그의 사신(私信)에는 깊은 속마음이 여실히 드러나 있으니 다산의 마음을 알려면, 이 책이 아니고 더 좋은 어떤 책이 있겠는가요.
 
40년 사이, 다섯 번째 펴내는 책, 독자들의 분에 넘치는 사랑을 지하의 다산에게 전해드리면서, 다산의 용기와 지혜를 본받아 우리 모두가 사람다운 사람이 되는 길에 가까이 가기를 기원해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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