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과 言에 스트레스를 받은 분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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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민아
  • 승인 2019.11.06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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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뉴스지금여기] 정민아의 영화이야기

[위클리서울=가톨릭뉴스지금여기 정민아]  영화는 사회적 산물이다. 영화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처럼 현실을 반영한다. 그리고 때론 놀라운 예지력을 발휘하여 미래를 예측한다.

'내부자들'(2015)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언론권력, 정치권력, 경제권력이 똘똘 뭉쳐 나라를 통째로 자신들 손바닥 위에 올려 놓고 가지고 놀면서 사람이 죽어 나가는 것에 눈도 깜빡 하지 않는 걸 보고, 저건 조금 과장이 있다고 생각을 했다. 그러나 국정농단 사건을 거치면서,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공동운명체, 거기에 언론권력이 뇌와 입이 되어 이들을 후방지원하면 세상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민주주의의 허점을 마음껏 활용하는 안남이라는 가상 도시의 시장의 활약상을 그린 '아수라'(2016), 그리고 검찰은 정의로운 척하지만 결국 조직의 보위가 국가보다 우위에 있음을 고발한 '더 킹'(2017) 같은 영화는 개봉 당시에는 재밌는 오락영화 정도로 보았지, 영화 속 내용이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러나 몇 년이 흐른 뒤, 세상의 적폐 요소들이 하나둘씩 드러나고, 관객은 다시 저 영화들을 찾아보면서 영화 속 묘사가 하이퍼 리얼리즘인가 할 정도로 현실과 밀착력이 높음에 놀란다.

'양자물리학', 이성태, 2019. (포스터 제공 = (주)메리크리스마스)
'양자물리학', 이성태, 2019. (포스터 제공 = (주)메리크리스마스) ⓒ위클리서울

2019년 하반기 ‘검찰개혁’이 중요한 화두가 된 지 몇 달이 되었다. 살아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있는 이 현실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세력의 실체가 보이는 현재, 견제받지 않는 기득권의 맹목적 질주는 어디까지일지 소름 끼친다. 이런 상황에서 정의로운 검사나 정의로운 기자가 등장해 세상의 무질서를 바로잡는 영웅적 활약상에 누가 과연 공감을 할까 의문이다. '1987'처럼 정의로운 기자와 정의로운 검사가 활약하는 일은 30년 전 이야기이고 지금은 가능할 것 같지 않다. 이미 '부당거래'(2010)에서 자본과 결탁한 검사는 도저히 정의로울 수 없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검사가 등장하는 두 편의 오락영화는 지금 현실에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먼 미래 후손이 2019년의 검란을 말하면서 이 영화들을 참고로 할지도 모르겠다. 9월말에 조용히 개봉해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극장가에서 사라진 '양자물리학'과 이번 달 중순에 개봉할 '블랙머니'가 바로 그 영화다.

'양자물리학'은 중졸 출신으로 룸살롱 웨이터를 거쳐 클럽 사장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 이찬우(박해수 분)가 어느 날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 파티 사건을 목격하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범죄정보과 형사 박기헌(김상호 분)에게 정보를 주며 사건을 수사하도록 돕는다. 그러나 이 사건은 단순히 연예인 몇 명의 일탈 문제가 아니다. 사채업자에서 시작해 한국 최고의 건설업자가 되어 청와대에도 깊은 영향력을 펼치는 큰손인 백영감(변희봉 분)의 막내아들이 마약 사업에 깊이 연루되어 있고, 이 사건을 맡은 양 검사(이창훈 분)는 청와대 입성을 노리며 사건을 무마하기에 앞장선다. 백영감 아들의 살인사건은 정치적 사건으로까지 확대되고, 양검사는 최대 조폭조직 두목인 정갑택(김응수 분)에게 수사선상에 오른 모든 사건들을 덮어 주는 대신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엉뚱한 사람을 내세울 것을 놓고 거래한다.

사건의 실체를 알아챈 박기헌은 과거 과잉수사의 전력 때문에 체포되어 감옥에 갇히면서 무력해지고, 정의감의 발로보다는 밑바닥에서 올라온 자로 권력층 내부에서 일어나는 이 모든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찬우는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궁금해 한판 도전장을 내민다.

'블랙머니'는 '부러진 화살'(2012)로 재기에 멋지게 성공한 정지영 감독의 신작이다. 정지영 감독은 사회비판 영화의 선두 주자로 알려져 있지만, 그는 히치콕을 좋아해 감독을 꿈꿨으며 데뷔작을 봐도 알 수 있듯이 스릴러 추적 구조에 뛰어난 재능과 감각을 가지고 있다. 사회비판 요소와 스릴러 장르 규칙을 더해, 한 외국기업이 한국의 은행을 헐값에 인수하고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떠난 실화를 토대로 영화를 만들었다. 일명 ‘론스타 게이트’로 불리는 사건으로, 미국의 사모펀드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매각을 거치는 과정에서 국세청과 론스타 간 소송이 벌어지는 가운데, 한국 법원은 론스타의 손을 들어주고 론스타는 수조 원을 챙기고 떠났다.

'블랙머니', 정지영, 2019. (포스터 제공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블랙머니', 정지영, 2019. (포스터 제공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위클리서울

영화는 이 기가 막힌 금융범죄 실화를 놓고 허구의 인물들을 배치해 현재진행형인 사건에서 한국 권력의 맨얼굴들을 보여 준다. 서울지검의 막 나가는 문제적 검사 양민혁(조진웅 분)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 계기로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을 뒤지면서 이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다. 양검사와 호흡을 맞추는 이는 슈퍼 엘리트 변호사이자 국제 통상 전문가로서 대한은행 법률 대리인을 맡고 있는 김나리(이하늬 분)다. 양 검사 반대편에는 총리를 지냈으며 국내 최대 로펌의 고문인 이광주(이경영 분)와 대검찰청 중수부장 및 중수부 검사가 있다. 한편 인권변호사 서권영(최덕문 분)은 대한은행 노조원들을 돕는다.

양 검사는 김나리의 도움으로 경제권력의 실체에 다가서고, 전직 총리 이광주의 입장이 의심스럽다. 증거를 차곡차곡 수집하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모든 것이 뒤집힐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만나지만, 검찰청 중수부장과 담당검사는 개인의 입신양명이 더 중요하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검찰을 둘러싸고 “기소권은 명예를 위해서 쓰고, 불기소권은 돈을 위해 쓴다”는 시중의 루머가 진실임을 확인하게 되니 과연 이 국가 시스템을 믿고 살아갈 수 있는지 어안이 벙벙하다.

'블랙머니'는 금융범죄라는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실제 내용을 오락적 영화언어로 바꾸어 보다 쉽게 이 사건에 접근하게 한다. 이를 위해 막 나가는 검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그의 파트너 변호사는 이중성을 지니고 있어 정체를 알 수 없게 설정했다. 관객은 이들을 통해 영화가 펼치는 게임에 흥미진진하게 참전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아직 이 사건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영화는 사건을 환기하게 하고 관심을 끊지 않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또한 검찰이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해 왔던 일들, 즉 조직 보위와 개인의 출세가 공동체의 이익보다 우선이었던 관행에 대해 날카롭게 경고한다. 여기에 또 하나의 축이 있으니, 언론은 지나치게 조심스러워서 알면서도 다루지 않아 부정직한 조직을 오히려 돕는다.

이 두 영화를 분노와 함께 감상하면서, 당분간 한국영화에 정의로운 검사와 정의로운 기자는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이러한 상황을 만든 당사자들은 과연 꿈쩍이나 할까 의심스러워 더욱 절망스러운 때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대한민국 헌법 제1조를 금과옥조처럼 다시 마음속에 품고 기다린다.

<정민아(영화평론가,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님은 영화를 통해 인간과 사회를 깊이 이해하며, 여러 지구인들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영화 애호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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