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셋’ 분양가 상한제, 집값 상승 잡을까
‘핀셋’ 분양가 상한제, 집값 상승 잡을까
  • 김범석 기자
  • 승인 2019.11.07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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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위 던진 국토부

[위클리서울=김범석 기자] 

정부가 부동산 시장을 향해 강력한 칼을 뽑아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둔촌동을 포함해 서울 강남 4구(강남·송파·서초·강동구) 22개 동을 비롯,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 5개 동의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다. 2015년 4월부터 사실상 중단됐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가 부활한 셈이다. 주 표적은 서울 강남 4구와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의 27개 동이었다. 정부는 ‘선제적 차단’을 강조하며 이들 지역이 가격 상승 등에서 정량요건을 충족했을 뿐 아니라 향후 분양 과정에서 주변 집값 상승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이번 결정의 후폭풍을 살펴봤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위클리서울/ 김용주 기자

집값 상승세를 잡기 위한 정부의 결단이 과연 얼마나 효력이 있을까.

국토교통부는 사실상 구 단위에서 지정하던 입장에서 동 단위로 정밀타격해 집값 상승세를 잡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정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고분양가 관리 대상 분양가보다 5∼10% 정도 분양가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시장의 반응은 엇갈린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에 이미 적응 능력을 갖췄다는게 주된 이유다.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을 예고한 이후에도 서울 집값은 상승 흐름을 이어왔다.

일각에선 풍선효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시장 과열 양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추가 지정하는 등 ‘고강도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며 경계선을 분명히 했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결정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방기선 기획재정부 차관보 등 당연직 위원 9명과 민간위원 8명이 참석했다.

김 장관은 “최근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저금리와 풍부한 시장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수요가 서울 주택 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며 “지난 1년간 서울의 분양가가 집값보다 4배 이상 오르며 기존 주택의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집값 상승의 악순환을 끊기 위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새롭게 지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집값 상승’ 악순환

부활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의 첫 대상지는 서울 27개 동이었다. 강남·송파·서초·강동구의 22개 동(개포·대치·도곡·압구정·잠실·가락·마천·송파·잠원·반포·서초·길·둔촌동 등)과 마포구 아현동, 용산구 한남·보광동, 성동구 성수동1가, 영등포구 여의도동이 포함됐다.

아파트 단지별로 보면 한남3구역,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3차, 둔촌주공 등 87개가 분양가상한제 대상으로 지정됐다.

적용 지역의 일반 아파트는 지난 8일부터 입주자 모집공고를 하면 분양가상한제 규제를 받게 된다.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는 정부에서 유예기간을 줬기 때문에 내년 4월 29일 이후부터 입주자 모집공고 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될 예정이다.

시세 대비 분양가 수준에 따라 5∼10년간 전매가 제한되고, 2∼3년 동안 의무적으로 거주해야 한다.

국토부는 이들 단지가 분양가상한제 지정을 위한 법정 요건을 충족했다고 설명했다. 우선 구 단위로 적용 지역을 골라낸 뒤 동 단위로 좁혀들어갔다는 설명이다.

법정 요건은 투기과열지구이면서 ‘최근 12개월 분양가 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의 2배 초과’ ‘최근 3개월 주택매매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20% 이상 증가’ ‘직전 2개월 월평균 청약경쟁률이 5대 1 초과(국민주택 규모는 10대 1)’라는 조건 중에 하나라도 해당하면 고려 대상에 포함됐다.

서울 25개 구는 법정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는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높거나 8·2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을 선별했다고 덧붙였다.

이 중 일반분양 예정 물량이 많거나 고분양가 책정 움직임이 있는 사업장이 확인되는 지역을 골라냈다. 그 결과 강남 4구(강남·송파·서초·강동구)와 마포·용산·성동·영등포구가 지정 검토 대상에 올랐다.

강남 4구의 경우 정비사업이나 일반사업 물량이 있고, 최근 집값 상승률이 높은 동을 지정했다. 나머지 4개 구는 고분양가를 책정할 우려가 있어 선제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키로 했다.

이문기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관리사업이 예정된 동이라도 사업이 초기 단계일 경우 분양까지 6∼7년 걸린다.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제외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이번 분양가상한제 적용이 집값을 안정화 단계로 끌어내릴 수 있다고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홍남기 부총리는 “부동산 시장 이상 과열, 투기 예방과 함께 주택공급 등 시장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동 단위 ‘핀셋 지정’을 고려했다”고 말했다.
 

“통매각 불가능”

분양가상한제가 시행되면 택지비와 건축비에 건설업체의 적정 이윤을 보탠 분양가격 이하로만 분양해야 한다. HUG의 제한가격보다 더 낮은 분양가를 책정하는 방식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HUG의 고분양가 관리 대상 분양가보다도 5∼10% 포인트 낮은 분양가가 책정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되면 시세의 70∼80%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 대책이 실효를 얻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정부가 일찌감치 분양가상한제 확대를 예고한 만큼 이미 적응기를 거쳤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때문에 집값 상승세를 꺾기 어렵다는 얘기다.

단기적으로는 안정 효과를 거두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동 단위 지정의 경우 지정하지 않은 옆동의 집값이 상승하는 풍선효과를 유발한다”며 “장기적으로 재정비사업 추진 속도를 늦춰 공급 부족을 낳고 결국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국토부는 이번이 ‘1차 지정’임을 강조하고 있다. 언제든지 ‘추가 지정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HUG의 고분양가 관리를 피해 후분양으로 바꾸거나 일반분양 물량을 민간 임대업체에 통째로 매각하는 지역에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는 식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부는 또 분양가상한제로도 집값이 잡히지 않을 경우 추가 대책을 내놓겠다고 덧붙였다. 김 장관은 “내년 2월부터 실거래 상설 조사팀을 구성해 전국 실거래 신고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부동산시장점검회의를 정례화해 범정부 차원의 감시도 강화할 것”이라며 “시장 불안 움직임이 확대되면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추가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의지를 감추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도 서울 일부 재건축 단지가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통매각'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정비계획을 변경해야 하는 사안으로,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지정되면 매각이 안 되게 돼 있다. 앞으로 통매각은 법상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분양가 상한제 적용이 오래전부터 예고되긴 했지만 재건축 사업 초기 단지들은 상당 부분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에선 이번 지정에서 제외된 목동 등의 뉴타운으로 투자 수요가 몰릴 수도 있음을 지적한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분양가 상한제를 전면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번 결정에 대해서도 “풍선효과 우려가 있는 만큼 전체를 상한제 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다.

부동산 시장을 잡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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