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이와삼의 연극 '발판' 11월23일 개막

ⓒ위클리서울/ 극단 이와삼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극단 이와삼은 2019 신춘문예 희곡 당선작인 <발판 끝에 매달린 두 편의 동화>(최상운 작)를 재구성한 연극<발판>을 11월 23일부터 12월 1일까지 극장 봄 무대에서 공연한다. 심사 당시 “‘사유’의 말들로 말의 발화 자체가 ‘행위’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였다”는 평을 받은 원작은 극단 이와삼을 만나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한다.

원작은 아슬아슬한 공사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와 고층 전망대 위에서 나누는 관람객과 관리자의 대화로 이루어진 단막 희곡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 스토리에 더하여, 작가가 실제로 일하며 체험한 공사장에서의 생생한 이야기가 인터뷰의 형태로 극 전반에 함께 배치된다. 그리고 지난 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어난 ‘故김용균씨 사망 사건’ 목격 진술이 함께 투사된다. 이를 통해 제한된 이미지로만 그려져 왔던 노동자들의 위험천만한 실제 작업 환경과 불합리한 고용 구조, 그들의 고단한 삶이 무대 위에서 낱낱이 드러난다. 가늠할 수 없는 그들(혹은 우리 일지도 모를)의 고통과 반복되고 있는 수많은 죽음들을 조금이나마 가까이 들여다보려는 시도이다.

<발판>은 이러한 고통의 근본적 원인을 신자유주의에서 찾는다. 작품 속 인물들은 높고 멋진 건물을 쌓아 올리기 위해 위태로운 공사장 임시 ‘발판’ 위에 서 있다.위태롭기 짝이 없어 보이지만, 우리 또한 한 번도 발판 위에서 내려온 적이 없다. 신자유주의는 행복하고 안전한 삶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환상을 끊임없이 만들어내며 우리를 발판 위에 올려놓지만,딛고 올라가면 불안하고 위태로운 또 다른 발판이 기다리고 있다. 금방이라도 행복에 가 닿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영원히 닿지 못하는 아이러니는 ‘착란’이라는 형태로 변형되어 우리를 옭아맨다. 하지만 작품은 어떤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이유모를 고통의 원인을 마주보게 할 뿐이다.

무대의 대부분을 가리고 작은 프레임만을 열어두는 과감한 연출을 시도한다. 이는 부분적인 시각 정보와 최소한의 재현을 통해 관객들이 적극적으로 ‘전체’를 그려낼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컨셉은 ‘작품 속 인물들, 혹은 실제로 존재했던 그들이 경험한 고통의 전체에 접근할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작품은 이렇듯 답답한 벽이 가로막고 있는 무대를 통하여 궁극적으로 고통의 ‘전체’에 다가가보려 한다.

한편, 극단 이와삼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시대의 문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공연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느끼고,지난 2017년부터 공연 방식을 두 개의 트랙으로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 ‘트랙A’는 극단이 계속 해왔던 일련의 드라마-재현 연극이다. ‘트랙B’는 재현 연극으로 담을 수 없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퍼폼(perform)적성향을 띤 연극으로, <신자유주의놀이-빈 의자>(2017)와 <시그널-아픈 몸들의 전언>(2018)을 공연한 바 있다. 이번 작품은 ‘트랙B’에 희곡을 접목시키는 첫 시도로서 두 공연 방식이 어떻게 만나는지 살펴보고, 향후 극단의 ‘트랙A’도 어떤 신선한 바람이 불어넣어질지 실험해 보고자 한다.

연극 <발판>은 조연희, 김동규,라소영, 안준호 등의 배우가 출연하며, 온라인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티켓을통해 예매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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