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위클리서울=박석무]  조선이라는 나라는 깔보고, 통체로 삼켜서 식민지로 만들려던 시절, 안중근 의사라는 인물 한 사람이 없었다면, 조선이라는 나라는 얼마나 초라했을까요. 1909년 10월26일, 하얼빈 역서 이토 히로부미라는 조선 침략의 원흉을 권총으로 총살하여 온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 했던 사실 하나만 보아도, 한 사람의 인재가 얼마나 큰일을 하는가를 알게 해줍니다. 한·일간의 불평등조약의 대표적인 병자수호조약이 체결되자, 면암 최익현이 도끼를 들고 광화문 앞에 꿇어앉아, 조약을 파기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목을 도끼로 베라는 상소를 올리자, 조선이라는 나라에 인물 없다는 조롱을 당하지 않겠노라고 기뻐했다는 대유 노사 기정진에게 한 사람의 인재는 얼마나 큰 비중이었나를 알게 해주기도 합니다.

 

박석무 ⓒ위클리서울
박석무 ⓒ위클리서울

그렇게 인재는 중요하고 인물은 쉽게 나오지도 않습니다. 강진에서 귀양살던 다산은 흑산도에서 귀양살던 중형 정약전과 많은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런 편지의 하나에, 당시에 인재가 없고 인물다운 인물들이 없는 조선의 현실을 개탄한 내용이 오늘의 우리 현실에 와 닿아, 지금의 우리들을 슬프게 해줍니다. 요즘의 정부나 국회, 여야 각 정당의 어디에서 그만하면 됐다는 인재를 찾을 수 있는가요. 인재가 전혀 없다고 말하긴 인색하지만, 인재로 여길 인물을 찾아내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은 분명합니다.

“대저 인재가 갈수록 고갈되며, 사대부들은 지금 최악의 운명을 당했다.”라고 다산이 형에게 말했습니다. “천운(天運)이 이미 그러하니 사람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일입니다.”라고 하소연하며 나라의 장래가 어둡다는 뜻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망해갈 나라의 운명을 예견이라도 했듯이, 인재의 고갈을 걱정한 다산의 뜻이 요즘에 새롭게 생각됩니다. “남자는 모름지기 사나운 새나 짐승처럼 사납고 전투적인 기상이 있고 나서 그것을 부드럽게 교정하여 법도에 맞게 해야만 유용(有用)한 인재가 되는 것입니다. 선량한 사람이란 그 한 몸만을 선하게 하기에 족할 뿐입니다.”라고 말하여(上仲氏) 인재다운 인재로 성장하는 과정까지 이야기했습니다.

학문다운 학문을 하려는 학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다산은 말합니다. “그중에 한두 가지 칭찬할 만한 것이 있는 사람이라도 그 학문이 어려운 길로 들어가지 않고 곧바로 지름길만 경유하려고 한다.”면서 고경(古經)의 원전들을 제대로 파고들려고도 생각지 않고 남이 해석해놓은 책 들이나 스쳐보는 정도로 끝내고 있으니, 학자다운 학자가 나올 수가 없다고 한탄했습니다.

인격을 갖추고 학식을 채워 인재다운 인재를 제대로 양성하는 대학이 몇 곳이나 있으며, 학문다운 학문을 하도록 조건이 갖춰진 학술기관이 몇 곳이나 있는가요. 국가와 사회는 그들대로, 개인은 개인대로 인재를 양성하고 인재가 되려는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는 세상의 풍조가 일어나야 합니다. 돈과 권력의 가치와 위력에만 매몰되어, 먼 장래를 위한 인재 양성에 얼마나 소홀하게 지내고 있는가를 성찰해보아야 합니다. 세상이 어지러우면 어진 재상(宰相)이 생각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요즘처럼 어진 재상이 그리워지는 시절도 없습니다. 세종 때 집현전처럼 정조 때의 규장각처럼 어진 사람을 양성하는 국가기관이라도 새로 설치하는 국가적 결단이 요구됩니다. 인재가 고갈되어 끝내는 나라가 망했던 아픔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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