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도국 지위는 미국이 아니라 WTO가 인정한 것”
“개도국 지위는 미국이 아니라 WTO가 인정한 것”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11.12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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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농심(農心)이 들끓고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 때문이다. 특히 쌀 농업이 위기를 맞았다. 미국의 통상압력에 농정당국이 또다시 농업을 희생양 삼으려 한다며 농업계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 수입쌀은 고율관세라는 바리게이트로 국내 쌀을 방어하면서 자급자족을 할 수 있었다. ‘지위포기’는 곧 쌀 관세율 대폭인하라는 직격탄을 맞게 돼 쌀 농업 붕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식량자급률 21%에 불과한 한국의 쌀 농업 최후 보루가 무너질 판이라는 것이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새우등 터지는 꼴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그대로 움직이고 있다. 본래 한국의 개도국 지위는 미국이 준 것이 아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할 당시부터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것도 다른 분야가 아닌 농업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얻었다.”고 밝히는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全農)) 의장은 “농업정책도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고 토로한다.

그는 또 “선진국과 개도국을 구분하는 기준은 국제기구도 협의체도 아니다. 관련 국가 스스로의 선언이다. 트럼프가 ‘한국 국민들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말을 따르는 관료의식도 문제다. 가뜩이나 아프리카 돼지열병(ASF)과 가을 태풍으로 극심한 피해를 입은 농업계가 WTO 개도국 지위포기라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과 농민공동행동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박 의장은 11월 대정부 투쟁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1월 30일 전국적으로 농기계 반납운동과 함께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분노한 농민의 마음을 전달할 것이다.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공약을 했었지만, 그동안 농민을 돌아보지도 않았고 챙긴 것도 없다. 정부가 농업의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트렸다.”고 일갈하는 그의 눈빛이 비장하다.

용산 삼각지에 있는 전농본부에서 박 의장을 만났다. 최근 농업계가 내외적 위기를 맞아 스트레스를 받은 탓인지 그의 입술에 물집이 생겼다. 사무실도 임원급 비상대책회의로 분주하다. 박 의장으로부터 WTO 개도국 지위관철 문제와 농업계 입장,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농산물 가격폭락, 창농, 귀농에 대해 들어본다. 3회에 걸쳐 연재한다.
 

-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선언으로 농업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전농의 입장은 어떤가.

▲ 물론 정부가 쌀 등에 대한 민감한 품목을 보호하기 위해 농업경쟁력 3대 정책을 제시하고 나왔지만 농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정부가 농민들을 아예 죽이려고 작정한 것 아니냐는 분위기다. 농가소득은 역대 최하고, 식량자급률이 21% 밖에 안 되는 나라가 어떻게 농업선진국인가.

개도국 지위포기는 트럼프의 압력에 굴복한 식량주권 포기나 다름없다. 농업이 살아날 수 있는 길에 대해 농민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300만 농민들은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심정이다. 농업주권포기를 반드시 막아야 살 수 있다는 비장한 각오다.
 

- ‘우루과이 라운드’ 이후 최대 위기다.

▲ 정부가 지금 당장 농민에게 큰 피해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우루과이 라운드’ 때도 그 여파가 정확하게 4~5년 후 농민들에게 나타났다. WTO 협상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대로 움직이는 정부 태도도 너무 안일하다. 미국은 여새를 몰아 강력한 협상안을 들고 나올 것이다.

그것은 곧 쌀뿐만 아니라 소고기, 옥수수 등 모든 산업에 대한 전 방위적으로 통상압력을 가할 것이라 본다. 미국은 지금 자국이 생산한 농산물이 넘쳐나고 있지만 수출을 못해 트럼프 정권에 대한 농민불만이 거세다. 일본 아베 총리가 미국 옥수수 270만 톤을 사주겠다고 트럼프와 약속한 것도 그런 배경들이 깔려 있다. 미국의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도 뒤따를 것이다.

 

- 한국농업만 피해를 받는다는 말인데.

▲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틈바구니에서 그 피해를 한국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싸움에서 새우등 터지는 꼴이다. 문재인 정부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말 한마디에 그대로 따르고 있다. 트럼프가 ‘한국 국민들이 특혜를 받고 있다’는 말을 따르는 관료들의 인식도 문제다.

한국이 3만 달러의 농업선진국이라 운운하며 미국을 두둔하고 있다. 한국의 개도국 지위는 미국이 준 것이 아니다.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할 당시부터 지위를 인정받은 국제협약이다. 그것도 다른 분야가 아닌 농업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얻은 것이다.

어떤 나라가 선진국 또는 개도국을 구분하는 기준은 특정한 국제기구나 협의체를 통해 결정하지 않는다. 국가 스스로의 선언이다. 국제사회가 인정한 자기선언이다. 만약 미국이 스스로 개도국이라 선언했다면, 이를 받아들일 나라는 없다. 앞으로 이 부분에 대해 서로 긴밀히 조율을 해야겠지만, 여전히 농업통상정책은 20년 전이나 바뀌지 않았다.

 

- ‘개도국 지위’ 포기하면 불이익은 없나.

▲ 국내에 수입되는 모든 농수축산물에 대한 고율의 관세부과가 어려워진다. 주식인 쌀이 지금 전면 개방되어 있지만, 513%라는 고율의 관세장벽 때문에 완전한 쌀 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지위포기를 하면, 농업보조금이 50% 넘게 줄어들고 쌀과 보리, 마늘, 고추 등에 대한 수입관세가 내려간다. 쌀 관세율도 최고 513%에서 154%로 급락한다.

향후 미국과 중국 등의 거센 통상압력 후폭풍이 뒤따를 것이다. 수입농산물의 국내시장 장악도 우려된다. 또 국가 간에 개별적으로 맺은 자유무역협정(FTA) 때문에 밀물처럼 들어올 외국농수산물에 대한 관세장벽을 더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여기에 농산물 가격안정을 위해 투입되는 농업보조금총액(AMS)도 절반 정도까지 낮춰야 한다.

 

- 정부 대책은 없는가.

▲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포기는 식량주권과 통상주권 포기다. 관세인하, 농업보조금 삭감도 불가피해졌다. 주식인 쌀에 대한 관세도 내려가지만, 향후 닥쳐올 농업대국 미국 등의 통상압력이 우려된다. 그런 급박한 상황임에도 농정당국은 여전히 농업을 무시하고 농민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개도국 특혜 문제에 대한 WTO 협상이 내년에 열리지만, 정부는 그전까지 여유가 있다는 자세다. 농업계는 무엇보다 농업보조금이 50% 넘게 줄어들고 쌀과 보리, 마늘, 고추 등에 대한 수입관세가 내려가 국내 농업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와 반발을 하고 있다.

 

2014년 전국농민회.전여농 쌀개방반대삭발시위
2014년 전국농민회.전여농 쌀개방반대삭발시위 ⓒ위클리서울

- 관료들이 한국을 농업대국으로 잘못 인식한 것은 아닌지.

▲ 미국의 협박에 끌려다니며 농업주권을 지키지 못하면, 그 피해는 모두 국민에게 돌아간다. 20년 전 국민소득이 2만 달러였다면, 2019년 현재 3만 달러를 넘어섰다. 과연 농업도 그만큼 발전했느냐 하면 전혀 그렇지 않다.

농협중앙회가 전국의 각 농가소득을 밝혔는데, 1년에 5천만 원 안팎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지만, 실질적으로 들여다보면 1천만 원 내외다. 농업과 농민들은 절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까지도 정부의 쌀 농업정책도 실패로 끝났고, 그마저 쌀 생산량을 줄이는 정책을 해왔다. 오히려 오이, 배추, 고추, 마늘 등 타 작물 재배정책으로 끌고 가면서, 전체적으로 모든 농산물을 생산원가에도 못 미치는 결과로 인해 가격폭락을 초래했다.

 

- 재난・재해로 농가소득 작물에 타격이 컸다.

▲ 올해 문제가 된 양파와 마늘, 감자, 보리 등 농가기본소득 작물의 가격이 하락해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그런데도 소비자 가격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고 거의 그대로다. 이번 가을 태풍으로 심어 놓은 배추, 감자 등 가을작물이 쓸려갔다. 태풍 ‘링링’으로 전남-전북지역의 가을배추 피해면적도 937ha로 집계됐다. 특히 전남 해남이 50%로 피해가 가장 크다.

강원과 전북도 피해가 크다. 지금 거의 끝나는 시기인 양파도 심각하다. 농림식품부에 얘기를 한적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감자나 채소류인 무와 배추 작황에 대해서 갈아엎고 다시 식재를 하는데 아마 양파가 들어갈 것이다. 지금 재배할 작목이 양파밖에 없기 때문이다. 예의 주시해 가면서 그 부분에 잘 조율해야 할 것을 말했다. <2회로 이어집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은...

전남 장흥 출생
전남 장흥군 농민회 회장
13, 14기 전농 광주전남연맹 의장
2016 전농 감사
2016 전남진보연대 상임대표
2018 전농 의장 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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