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유통구조 개선해야 농업이 산다”
“잘못된 유통구조 개선해야 농업이 산다”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11.13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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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박행덕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소농보다 ‘스마트 팜’ 같은 대농정책에만 몰두한다는 지적인데.

▲ 그동안 농업관료들을 만난 경험을 말하면, 농식품부 관료들, 즉 장관부터 비서관까지 또는 청와대 행정부 관료까지 모두가 정치적 ‘스펙 쌓기’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사정책을 봐도, 측근에 있는 사람들만 골라 앉히는 회전문 인사다. 농정관료들이 농업을 잘못 이끌어 가는 가장 큰 이유는 관료들이 잘못 판단하고 잘못된 추진을 했기 때문이다.

관료들의 생각이 획기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스마트 팜’(Smart Farm) 정책도 문재인 정권이 핵심 공약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이 사업은 원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이미 실패한 사업이었다. 전농이 반대했음에도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엉뚱한 농업회사만 거덜나게 만들었다.

 

- 농업이 살려면 어떻게 가야 하나.

▲ 실패한 스마트 팜 사업을 정부가 또다시 하겠다는 것을 그런 사업을 하지 말라고 여러번 반대를 표명했다. 그 대신에 제일 급한 유통개선사업을 하라고 말했다. 수십 년 동안 농업이 망가진 것은 잘못된 유통구조 때문이다. 이것을 개혁해야만 농업이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명박-박근혜 당시의 전직 관료들이 문재인 정부에서 ‘죽은 정책’을 그대로 다시 들고 나온 것이다.

농산물 가격폭락 원인도 국내에서 생산되는 기본 농작물 물량과 FTA와 맺은 농산물 기본수입 물량이 빚어낸 가격변동 때문이다. 1%만 올려도 왜곡된 유통구조 때문에 대번에 가격이 폭락한다. 그동안 정부가 쌀 생산을 줄이려 돈으로 일부 농민들에게 보전해주면서 타 작물인 콩이나 마늘, 양파, 감자 등을 권장했지만, 가격폭락 악순환만 반복하고 있다.

 

- 직불제로 버텨 왔다는 말인가.

▲ 우리가 타 작물 재배를 반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사업도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부터 실패를 맛본 사업이었다. 정부가 혁신적인 농업대안 없이 죽은 정책을 또 다시 반복하고 있다.

최근에 제시한 직불제 개편안을 보더라도 그 안에 담긴 농법구조개선이나 양곡관리법 등을 뜯어보면 농민에게 불리한 위험요소들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당국은 내년부터 변동형을 없애고 공익형 직불제를 강행하려 한다. 전농은 이런 법안에 대해 동의하기 어렵다.

 

- 반대하는 이유는.

▲ 지금 농민들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더이상 농사를 짓기가 어려운 처지다. 쌀만은 지금까지 그런대로 겨우겨우 명맥을 이어왔다. 흡족한 가격은 아니지만, 1가마에 19만 원을 유지했다. 앞으로 쌀값도 폭락할 우려가 크다. 지난 2016년에 쌀 가격이 폭락했을 때, 농림부 관료들에게 대책이 있냐고 물었다. 답변은 ‘없다’고 했다.

만약 이번에도 폭락한다면 책임질 관료가 있냐고 물었다. 답변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그 대책을 전농에게 가져오라, 그러면 토론과정을 거쳐서 확답을 주겠다고 했지만, 아직까지 회답이 없다. 이번 사태로 쌀값이 폭락하면 농민들은 설 곳이 아예 없어진다.

정부가 이 문제를 도외시하고 덮고 가려 한다. 물론 일부 관료들이 이 문제를 놓고 고심을 많이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국회에서 어떻게든 법안들을 통과시키려 노력하고 있지만, 농업계는 이미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고, 갈수록 모든 상황들이 녹녹치 않다.

 

- 내년에 WTO 각료회의가 열리는데, 개도국 특혜 어떻게 되나.

▲ 전농은 개도국 특혜와 상관없이 농민들은 개도국 지위포기를 필사적으로 막을 것이고, 대통령을 만나 이 부분에 대해 끝까지 담판을 가질 것이다.

 

- 대통령을 만난다면 어떤 말을 전할 것인가.

▲ 문재인 대통령은 분명히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했던 분이다. 이 부분에 대해 모두 말할 것이고, 앞으로 어떻게 농업을 이끌고 약속을 지킬 것인지 다짐을 받고 싶다. 공약이란 국민과 약속을 한 것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지도자는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

이명박-박근혜 정권도 농민과 공약한 약속들을 어겼다. 백남기 같은 애국농민을 죽이기까지 했다. 농민 대표로서 전농 의장으로서 가감 없이 이 부분을 짚고 넘어 가겠다. 대통령이 만약 WTO 개도국 지위포기를 계속 번복한다면, 제대로 된 정권이라면 농민들을 직접 만나서 충분한 의견을 듣고 수렴했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 대정부 농업투쟁 일정과 방향은.

▲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분노한 농심을 전하겠다. 대통령이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지만, 그동안 농민을 전혀 돌아보지도 않았고, 직접 챙긴 것도 거의 없다. 때마침 11월 11일은 농업의 날이다.

전농 상무위에서 결정한 대로 각 지역별 집행부에서 민심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 농민의 마음을 달래주고, 절박한 심정을 정부 관료들에게 보여 줄 것이다. 11월3 0일에는 전국의 농민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농기계 반납운동도 벌인다.

 

- 농촌 고령화 문제를 짚어 보자. 65세 이상 농민이 40%를 넘었다. 농가에 청년은 없고, 가격폭락에 돼지 전염병, 가을 태풍 등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대안은 있는지.

▲ 솔직히 지금 이렇다 할 대안은 없다. 고령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도 현재로서는 없다. 정부가 그에 대한 지원을 해주고 농촌을 살리는 길을 제시해야 하는데, 지금의 현재 상황은 앞이 보이지 않는다.

단 하나, 정부가 농민수당을 통해 농촌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사기를 높이고 농업에서 희망을 찾도록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농이 말하는 농민수당은 기본소득 개념과 다르다. 지금 정당들이 나서서 말하는 농민기본소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너무 거리가 멀다.

정치권은 농민기본소득을 하나의 복지정책으로 묶으려 한다. 농민들은 농민의 사회적 공헌도를 지적하고 있다. 사회적 공헌도에 상응한 보상차원에서 정치적 복지차원이 아닌 순수한 농민수당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 농민수당으로 ‘농촌부활’ 가능할까.

▲ 전농은 은퇴한 농민까지 농민수당을 주라는 것이 기본입장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생각은 우리와 또 다르다. 물론 지역별 지자체마다 다를 수 있다. 지금은 각 지자체가 1가구당 1인만 농민수당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문제로 많이 고심하고 있다.

사실 농업은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예부터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했듯이, 농업이 살아야 국가발전도 있는 것이다. 농업은 한 사람의 힘으로 하기 어렵다. 온 가족이 매달려야 가능한 산업이다.

국민의 먹거리를 위해 오랜 세월동안 땅을 지켜 오고, 농업발전에 헌신해 온 ‘농민의 땀’에 대한 보상지원이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그래야 농업과 농촌을 지켜 갈 수 있는 사람들이 더 많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 정부가 ‘쌀→타 작물’ 전환정책을 추진했는데.

▲ 물론 당국이 쌀을 놔두고 전면적으로 채소재배로 가라는 정책은 아니다. 타 작물 재배도 매년마다 재배환경이 달라지기 때문에 틀려진다. 작물재배는 기후상황에 따라 다르고, 농민의 마음에 따라 달라진다. 단기작물은 그때마다 재배환경에 따라 맞춰 지을 수 있다. 반면에 과수재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길게는 몇 십 년 걸리는 농사다. 과수 농은 더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한계농(限界農) 땅을 활용하는데, 이런 곳이 전국적으로 많이 늘어나고 있다. 농사가 불가능한 땅에는 과수원을 조성한다. 그런데 이번에 가을 태풍 때문에 감귤 등 대부분의 농산물 가격이 폭락한 상황이다.

 

- 쌀 협회를 만든다. 그 배경은 무엇인가.

▲ 쌀 농업 발전을 위해 그동안 농어촌공사가 만든 전업농이라는 단체가 있었다. 이 단체는 너무 정부정책에 경도돼 정부의 시녀 노릇만 해왔다. 이에 대응해서 전농은 곧 전국조직으로 쌀 협회를 만들 계획이다.

진정으로 농촌과 쌀 농가를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한 쌀 단체를 설립한다. 양파, 마늘, 고추, 배추, 무 등 품목별 단체조직이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 여기에 배추처럼 때만 되면 매년 가격폭락 또는 급등이 반복되는 작물에 대해 권익보호를 위한 조직도 만든다.

 

- 특작물 유기농이 발전하려면.

▲ 도시근교 농업이 발전해야 먹거리 산업도 산다. 특작물이 발전하려면 도시와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정부가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을 해야 하지만, 각 지자체에만 맡겨 놓고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농업예산도 해마다 줄어들고 있는 데다 발전가능성도 낮기 때문이다. 정부가 특작물 재배시설이나 농산물 유통구조 문제점 등을 보완해 가면서 가야 하지만, 농정 당국은 예산이 없다는 말만 할 뿐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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