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주의 ‘끼리끼리’ 토착문화 다른 선진국보다 심각"
"연고주의 ‘끼리끼리’ 토착문화 다른 선진국보다 심각"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19.11.20 16: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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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1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미국의 소설가 ‘데이비드 브린’은 “권력은 부패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이 부패한 사람을 끌어당긴다.”고 설파했다. 부패(Corruption)는 제도와 사회시스템, 도덕성, 윤리부재로 일어난다. 부패는 반국가적 행위이자, 반사회적 반시장적인 나라를 만든다.
뇌물(Bribe) 또한 시장정의와 공정사회를 파괴한다. 개인의 생명을 빼앗기도 하고, 사유재산을 갉아먹는다. 신뢰까지 붕괴시킨다. 특히 한국은 역사적으로나 지역적으로 집단적 연고주의 뿌리가 아주 강하다. ‘끼리끼리’ 연고주의 병폐가 다른 선진국보다 심각하다.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 상임이사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유럽은 우리와 달리 개인주의문화가 발달해 권리의식이 강하다. 그러면서 사회적 책임도 진다. 한국사회도 개인주의가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있지만, 우리 의식 속에는 고향 향우회나 동창회 등 집단문화가 여전히 뿌리 깊게 남아 있다.

“한국인은 권리의식은 강한데 그에 버금가는 책임의식이 약하다.”고 지적하는 이상학 한국투명성기구(Transparency International Korea) 상임이사는 “또한 '상층부 권력집단 부패' 즉, 정치권과 기업 간 부패가 문제다. 이러한 점은 부패인식지수 분석에서도 확인된다. 불평등한 기회와 불공정이 문제이고, 사회정의가 자리 잡도록 노력하여야 한다."고 토로한다.

대한민국 부패지수(腐敗指數)를 물었다. “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부패인식지수(CPI, 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100점 만점에 54점이다. 180개 국가 중 51위로, 절대부패국가를 겨우 면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29위로 바닥수준에 있다.”고 답하는 이상학 이사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가 정치, 경제, 사법 등에 대한 적폐청산을 꾸준히 해왔다.”고 평가한다.

한국투명성기구는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다. 내년에 열리는 국제반부패대회 준비로 바쁜 이상학 상임이사를 만났다. 세계 20위권 청렴국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그로부터 한국사회 부패문제와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권력집단 부패, 토호세력 간 토착비리 등을 짚어본다. 2회에 걸쳐 게재한다.

 

- 한때 민주노총 정책국장을 맡아 노동운동가의 길을 걸었고 노동운동 ‘대부’로 불렸다. 지금은 다시 ‘반부패 운동가’로 나섰다. 계기가 무엇인지.

▲ 오랜 세월동안 민주화운동과 노동운동을 하면서 공정한 사회를 꿈꿨다. 그러나 우리사회는 '공정사회'와는 여전히 거리가 멀다. 오히려 반칙과 뇌물, 갑 질 등 불공정이 계속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불공정은 사회경제의 핵심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대로 바로 잡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부패 문제와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여야 한다. 우리사회에서 힘과 권력을 가진 집단의 불공정과 반칙이 국민들의 인내의 한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부패는 사회통합과 공정사회를 저해하는 큰 장애물이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가기 위해서는 부패가 없어져야한다.

 

- 한국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무엇으로 보나.

▲ '권력집단의 부패'가 가장 심각하다. 특히 정치인과 기업인과의 유착관계다. 고위 공직자 비리도 공정사회를 저해하는 요인이다. 한국이 어느 정도 부패문제가 해소됐다고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한국투명성기구가 최근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될 부패유형으로 이해충돌, 정실주의, 부정청탁이 꼽혔다. 오히려 뇌물과 횡령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 국제투명성기구(TI)는 어떤 기구인가.

▲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국제투명성기구(TI, Transparency International)는 1993년 세계은행 지역개발 프로그램 관리자였던 피터 아이겐(Peter Eigen)이 부패에 대해 심각성을 깨닫고 설립한 국제비정부기구다. TI는 부패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세계 100개국 정도의 국가별 본부와 함께 각종 반부패제도를 제안하고 부패를 감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TI가 하는 주요활동은 부패분야 지수인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와 부패바로미터(GCB) 등을 발표한다. 그리고 세계 각국이 부패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부패를 막는 제도와 법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그동안 UN 반부패협약과 글로벌 콤팩트, OECD 뇌물방지협약 같은 주요한 국제협약을 이끌어 내는데 역할을 하기도 했다.

 

- 한국투명성기구의 역할은.

▲ 1999년 8월에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 한국투명성기구가 발족됐다. 2000년부터 시민사회운동을 전개해 오면서, 개별 사안에 대한 조사와 폭로, 고발사건보다는 우리사회 영역에서 시급히 실천할 과제들을 제시하고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왔다. 반부패 법제 정비 촉구와 반부패 정책연구, 투명사회협약체결 등의 활동을 해 왔다. 또 부패인식지수(CPI)와 같은 국제기구의 지표들을 한국에 소개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위클리서울/ 김용주 기자

- 촛불혁명 이후 부패가 다소 줄었는데 요인이 무엇인가.

▲ 확실히 그런 효과가 나타났다. 한국의 부패문제가 지난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0년 동안 전반적으로 약간 나빠졌다. 촛불운동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인 2018년부터 급속히 개선되지는 않았지만 상당 폭 개선되었다. 상승원인을 보면, 시민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 출범 효과가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으로 정부의 적폐청산노력 등이 국제사회로부터 좋은 평점을 얻었다.

 

- ‘부패’, 막을 수 없나.

▲ 현재 부패인식지수가 가장 높은 나라는 덴마크와 뉴질랜드다. 덴마크나 뉴질랜드가 부패가 적고 깨끗한 이유는 국가마다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문화’(Culture)이다. 한국사회에서 문화라는 일반적인 개념을 보면 직장문화가 있고 술 문화, 서열문화, 군대문화 등 수없이 많다. 국제기구 전문가에게 문화에 대해 물으면 ‘문화=분위기’라 말한다. 어떤 직장마다 특유의 분위기가 있다. 가정도 학교도 그들 나름의 고유한 분위기가 있기 마련이다. 문화를 한 마디로 꼬집어 표현하기 어렵다. 문화의 속성 상 다양한 측면들이 있지만, 국가의 부패와 원인을 그 사회가 가진 ‘분위기’라 말하고 싶다.

 

- 우리사회 분위기를 말한다면.

▲ 우리는 흔히 ‘어제 술자리 분위기 아주 좋았다’ 라거나 ‘그 부서 분위기 좋다’ 같은 말을 한다. 내 느낌에 딱 와 닿았을 때의 상태를 분위기라 말한다. 분위기는 나라마다 다르다. 어떤 나라 공무원이 뇌물을 받고도 ‘어, 그게 뭐 큰 문제야?’ 하는 인식이 일상적으로 통용되는 나라가 있고, 어떤 나라는 공무원이 술을 한 잔 얻어먹어도 문제가 되는 나라도 있다. 또는 ‘이 정도는 괜찮아’. ‘이건 나쁜 짓이야’ 등 나라마다 문화적 가치가 다르다. 어느 사회나 사람들의 생각과 관점이 같을 수는 없다.

 

- 부패지수 CPI는 어떻게 정해지나.

▲ CPI(Corruption Perceptions Index)는 인식지수이다. 부패를 측정하기 위한 방법은 그리 쉽지 않다. 왜냐하면 부패는 기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간혹 부패사건 발생 건 수 등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는 그리 정확한 지표로 보기 어렵다. 부패가 아무리 많은 나라라도 단 한 건도 조사하지 않으면 깨끗한 나라로 평가받을 수 있다. 범죄건수 조사가 없기 때문이다. 깨끗한 나라인데도 열심히 부패건수를 잡아내면 부패한 나라가 된다. 그래서 기준으로 삼는데 한계가 있다.

그래서 부패 수준을 측정하는데 있어서 인식지수가 많이 사용된다. 물론 인식지수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다. 객관적인 부패수준과 차이가 날 수 있다고 한다. 실제 객관적인 수준과 인식에서 차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인식지수를 이해할 필요가 있지만 인식을 조사하는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 기준을 정하기 어렵다는 말인데.

▲ 보통 어느 나라나 여론데이터에서 15% 또는 20.5%라는 통계수치를 발표하면 사람들이 믿는다, 오늘날처럼 집단적으로 모여 사는 대규모 사회에서 정확한 수치를 내는 통계들이 많지만, 믿기 어려운 통계도 있다. 그런데 ‘인식’도 사람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 국가에서 아무리 나쁜 정치인도 국민이 좋아서 뽑으면 그 사람이 지도자가 된다. 반대로 모든 국민들 인식이 나라가 너무 부패했다고 생각하면 부패한 것이다. 사람들마다 눈높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 우리사회 ‘인식’의 차이는.

▲ 당연히 한국은 한국 사람을 대상으로 조사했을 것이고, 필리핀은 필리핀 사람을 뽑아 조사했을 것이다. 일본 등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아시아권 나라들을 조사할 때, 각국의 대통령이나 수상, 국회의원, 공무원, 기업, 종교인 등에게 물어보는데, 부패수치가 여기서 매겨진다. 그런데 각국의 부패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치’(期待値)가 또 다르다. 한국인이 가진 부패기대치가 90점인데, 부패지수가 80점으로 나왔다면 마이너스 10점이 될 수 있다. 동남아 국가의 평균 부패지수는 40점인데, 국민들 기대치는 20이라면 20점이다. 한국의 경우 마이너스 10점이 나왔지만, 그렇다고 이것을 부패기준으로 정하기도 어렵다. 결국 인식이 중요하다. 한때 한국은 아시아에서 부패지수 하위권으로 나온 적이 있었다. 태국, 미얀마, 라오스 보다 더 낮다. 예전에 철도관련 공공기관 대표가 ‘그게 정말 맞느냐?’고 물었다. 나는 ‘액면 그대로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실 한국은 다른 동남아 국가보다 훨씬 깨끗하다고 본다. 분명히 틀린 데이터지만, 이 안에는 엄청난 함의(含意)가 들어 있다. 바로 국민의 눈높이의 문제이다.

 

 

▲ 이상학은...
   현 한국투명성기구 정책위원장-이사
   청렴사회 민관실무협의회 민간의장
   고용노동부 정책자문위원
   대한민국 열린 정부(OGP) 포럼 운영위원
   서울시교육청 계약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민주노총 정책실장
   전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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