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떠나고...
그들이 떠나고...
  • 김양미 기자
  • 승인 2019.11.25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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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양미의 '해장국 한 그릇'
우리는 각자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길을 걸어가는 나그네입니다.
우리는 각자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길을 걸어가는 나그네입니다. ⓒ위클리서울/ 김양미 기자

[위클리서울=김양미 기자] 

세상에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으랴만은…

2년 전, 샤이니의 종현이 떠났을 때 아들은 방문을 걸어 잠그고 이틀을 방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48시간을 내리 잠만 잤다. 얼마 전, 설리가 또 그렇게 훌쩍 떠나버리자 나는 그때 썼던 글을 다시 찾아 읽어 보았다. 다시 봐도 참 가슴 아픈 기억이다. 그런데 여기서 기억으로만 끝났어야 할 일이 어제 또 일어났다. 이제는 입에 올리기에도 너무 마음이 아픈 그녀의 이름은 ‘구하라’이다.

뭔가를 쓴다는 것이 지금은 많이 조심스럽고 힘들지만 2년 전에 썼던 글을 이곳에 올려본다.

....................

아이의 전화를 받은 것은 어제 오후 7시 40분. 공포에 질린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샤이니의 종현이 죽었대요….”
인터넷에 도배가 되다시피 기사가 뜨고 있던 무렵이라 나 역시 알고 있던 사실이긴 했다.

“그래. 그렇다네. 어쩌냐… 근데 어디야?”
“조금 있다 들어갈게요….”

조금 있다가 들어갈게요. 바로 집 앞이에요. 이런 말들은 사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결코 아이는 조금 있다 들어오는 애가 아니다. 하다못해 ‘문 앞이에요’ 라는 뻥도 서슴없이 친다. 그랬던 아이가 진짜 그 말을 하고 얼마 안 있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지금까지의 거짓말을 모두 보상이라도 해주겠다는 듯 아주 잠시 뒤에 거짓말같이 내 앞에 서있었다. 어깨를 늘어트리고 눈도 늘어트리고 몸에 있는 모든 것을 밑으로 늘어트리고 다리를 끌며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자기를 그냥 내버려두라는 아우라를 온 몸으로 풍겨내며 말이다.

“그 친구, 니가 좋아했던 가수니?”
“아니야. 아 그냥….”
“근데 왜 그래?”

사실 나는 이 질문을 던져놓고 잠시 움찔했다. 니가 좋아하는 가수도 아니고 아는 친구도 아닌데 왜 슬퍼하냐는 듯한 물음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마음이 너무 아파. 도대체 왜 그런 걸까? 돈도 인기도 다 있잖아.”
“돈과 인기가 있다고 다 행복한 것은 아니야. 가족과의 문제도 있을 수 있고. 연예계라는 게 우리가 모르는 그런 힘들고 괴로운 것들이 많은 세계라잖아.”
“이게 뭔지 모르겠는데 아까 그 기사를 딱 보는 순간 온몸에 힘이 쫙 빠지는 거야. 그리고 가슴이 막 뻐근한 게….”
“우울증이라는 게 참 무서운 거야. 예전에 엄마도 겪어봤는데 그 자체가 그냥 공포야. 시간의 의미도 없고 사람들의 위로도 술도 그때 잠시 뿐, 몸에 커다란 돌을 달고 물속으로 계속계속 가라앉는 더러운 기분. 뭐 암튼 아주 지독한 그런 거야. 그 친구도 빠져나오려 노력은 했겠지. 결국 자기 자신하고의 싸움이니까. 그러다 어떤 날은 딱 그런 기분이 들어. 그만하자. 이 지겨운 싸움도 이 끈도 그냥 다 놔버리자. 편해지고 싶다. 뭐 이런….”

마지막으로 SNS에 남긴 모습 ⓒ위클리서울/ 출처: 구하라 인스타그램
마지막으로 SNS에 남긴 모습 ⓒ위클리서울/ 출처: 구하라 인스타그램

그렇게 되는 거다.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의 파장이 하나하나 퍼져나가다 아무 흔적도 없이 잔잔해져버리듯. 그 친구도 그렇게 파장도 없이 잠잠하게 사라져버리고 싶었을 거다.
아들은 저녁도 먹지 않고 방문을 걸어 잠근 채 마치 그의 죽음에 일말의 책임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괴로워하다 잠이 들었다. 공부나 성적 때문에도 비관하거나 우울해본 적 없는 아들의 낯선 모습에 조금 겁이 나기까지 했다. 게다가 이런 뜬금없는 질문까지….

“베르테르 효과 같은 게 정말 있을까?”
“엄마도 김광석 그렇게 갔을 때 사람들이랑 맨날 술 마시고 그랬어. 근데 그렇다고 해도 자신까지 흔들어대면 안 되는 거잖아. 그건 극복해야 되는 슬픔인 거야.”

어린 나이에 연예계라는 험한 세상에 발을 담그고 스타가 되기 위해 죽기 살기로 노력했을 거다. 시키는 대로 춤추고 노래하고 다이어트하고 복근을 키웠겠지. 끼가 없으면 도태되는 살벌한 왕국에서 작곡도 해야 하고 작사도 해야 하고 예능프로에 나가 웃기기도 해야 했을 거다. 점점 더 어려지는 경쟁자들의 나이. 잊혀져 버릴지도 모를 미래에 대한 두려움. 자기를 보고 환호하며 꺅꺅거리던 팬들이 또 다른 스타를 찾아 떠나갈 때의 허망함.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어도 이미 평범해질 수 없게 만드는 수많은 눈들. 조금만 잘못해도 칼보다 도끼보다 무서운 댓글들로 도배되는 SNS세상. 내 몫을 대신 살아 줄 사람도 없지만 대신 죽어 줄 사람도 없는 세상 속에서 오로지 내가 나를 책임지고 죽을 때까지 살아내야 된다는 공포감. 그 공포감의 무게 때문에 저렇게 훌쩍 떠나버린 것일까….

 

사발커피
사발커피 ⓒ위클리서울/ 김양미 기자

예전에 나도 친정 엄마가 갑자기 떠나신 후, 우울함에 빠져 손 하나 까딱하기 싫었을 때. 컵 하나 씻을 의욕조차 없어서 손에 잡히는 커다란 국사발에다 커피를 타 마신 적이 있었다. 마치 사약을 마시듯 저걸 두 손으로 받쳐 들고 꿀꺽꿀꺽 들이켰다. 오늘 나는, 그때의 국사발에다 커피 한 잔을 찐하게 타놓고 한 젊은이의 가슴 아픈 죽음을 추모해본다. 그리고 끝내 듣고 싶었다던 그 말을 그에게 전하고 싶다.

“정말 수고했어요. 애 많이 썼어요. 편히 쉬어요.”

............................

2019년 11월 24일.

구하라….

“정말 많이 수고했어요. 그동안 애 많이 썼어요. 이제는 편히 쉬어요….”

 

<김양미 님은 이외수 작가 밑에서 글 공부 중인 꿈꾸는 대한민국 아줌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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