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월부터 윤동주까지… 근대문학을 보고 듣다
김소월부터 윤동주까지… 근대문학을 보고 듣다
  • 김혜영 기자
  • 승인 2019.11.28 09: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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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박물관 탐방기- 한국근대문학관① / 김혜영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무덥던 여름방학의 어느 날, 한글국립박물관에 다녀왔다. 졸업을 앞두고 내가 국문학을 제대로 배운 것이 맞는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그 지식을 온전하게 체화할 수 있을지 고민되었기 때문이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걱정과 고민을 날리고 원하던 학습 욕구를 충족한 그 날, 앞으로도 박물관을 탐방하며 적극적으로 공부하리라 다짐했다.(한글국립박물관 탐방기는 이전 호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이번엔 한국근대문학관이다. 다가오는 겨울, 따스하고 포근한 문학의 정취를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한국근대문학관(출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근대문학관 ⓒ위클리서울 (출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한국근대문학관은 인천의 끝자락에 있다.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마음 편히 앉아 있다가 맨 마지막 역에서 여유롭게 일어나면 된다. 그렇게 지하철에서 나오면 어쩐지 생경한 항구 도시의 풍경이 펼쳐진다. 부산처럼 세련되거나 통영처럼 정겨운 느낌을 자랑하지는 않지만, 근대에 머무른 것 같은 동네의 풍경이 쓸쓸하면서도 마음을 이끈다. 전혀 다른 주제의 공간이 나열된 테마파크처럼, 쓸쓸한 역을 지나면 화려한 차이나타운이 등장하고 곧이어 근대식 거리가 나타난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시간이 멈춘 그 거리에 있다. 개항장 창고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건축이라는 방식을 통해 외연부터 근대성을 전시하고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누구나 우리 사회와 시대의 저변을 구성하는 문화적 근간인 근대문학을 만나게 하자는 목표로 세워졌다. 한국근대문학의 성장을 주제로 한 상설전과 기획 전시, 문학 및 인문학 강좌의 개최, 자료의 수집과 보존, 웹진 플랫폼, 출판 사업 등을 하고 있다. 1층부터 2층까지 이어진 상설전시가 대표적이며, 알차고 단단하게 구성되어 하나의 전시만 관람해도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다. 필자는 기획전시와 상설전시를 모두 꼼꼼하게 살펴봤는데, 1편에서는 기획전시만 소개하려 한다.

 

ⓒ위클리서울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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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기획전시 ‘한눈에 보는 한국근대문학사’는 2018년 11월 23일부터 올해 11월 28일까지 개최되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방문하기엔 이미 늦은 시간일 것이다. 그러나 아쉬워하기엔 이르다. 곧 12월 6일부터는 ‘방.탄 어린이, 새 시대를 열다-소파 방정환 탄생 12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린다. 어린이날을 만든 사람 정도로 밖에 알지 못하는 방정환 선생님의 삶과 문학을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어린이들이 직접 보고 만지고 즐길 수 있는 체험형 전시로 계획한다고 하니 더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면 좋겠다. 본고에서는 다시 기획전시 ‘한눈에 보는 한국근대문학사’로 돌아가 이제는 막을 내릴 아쉬운 전시를 찬찬히 훑어보려 한다.

근대문학의 역사를 살펴보는 기획은 누구나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일 것이다. 그러나 명작을 당시 모습 그대로 전시한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뿐더러 1년 밖에 열리지 않는 기획전시이기에 불가능에 가깝다. 필자는 옛날 책은 낙후된 출판 시스템으로 인해 책의 품질이 떨어질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다. 작가는 글만 쓰고 출판과 디자인은 전혀 연관이 없는 인물들이 관례적으로 처리할 것이라 짐작하며, 오래된 책은 오래되었다는 사실 외에 가치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큐레이터의 설명에 따르면 초판본에는 개성이 담겨있다. 표지부터 작가나 기획자의 의도대로 디자인된 경우가 많은데, 이상의 책표지는 본인이 직접 디자인했고 백석의 저서는 작가 본인의 취향과 글의 특성 때문에 심플한 이미지로 만들어졌다. 실제 초판본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앞으로 오래된 책을 만나게 된다면 표지에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두 개의 발표 시기를 지니고 있어 궁금하던 차였다. <진달래꽃>이 실린 두 시집이 표지와 판권 등에서도 차이를 보이지만 동시에 근대문화재로 지정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실물을 직접 보며 설명을 곁들이니 평소의 궁금증을 완벽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근대의 문학을 통해 당시의 출판문화까지 알 수 있는 기획이라는 점에서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은 전시였다.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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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문학의 초판본 파트에는 이를 감상하는 모습의 상상까지 담겼다. “문학은 책이면서도 그 이상이다, 우리만의 정서와 사상을 만들고 교양을 형성시켰다”라는 문장과 꼭 어울리는 풍경이었다. 최남선의 <해에게서 소년에게>, 주요한의 <불놀이>, 한용운의 <님의 침묵> 등 학교 국어시간에 배우는 기념비적인 작품부터 이상의 <오감도>, <청록집>, <육사시집> 등의 중요한 작품도 마련되었다. 정지용의 <병>을 깨지기 쉬울 것 같은 유리판에 적어놓고, 백석의 <멧새소리>를 새하얀 겨울 풍경과 함께 한 폭으로 담아내어 시각적 효과와 함께 근대 문학을 즐길 수 있었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 윤동주의 <소년>은 그 나잇대 소년의 목소리로 녹음되어 청각적 감각까지 만족시켰다. 영화 <동주>에서 윤동주 역을 맡은 강하늘 배우를 연상시키는 목소리와 분위기였다.

큐레이터에 따르면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김동인의 <감자>와 이상의 <날개>였다. <감자>는 감자 광주리를 든 여성과 시골 풍경을, <날개>는 서울 한복판을 내려다보는 날개 달린 사람을 벽 한 면에 일러스트로 그려냈다. 당시 한국의 시골과 도시의 대조적인 풍경을 비교하며 관람하는 재미가 있었다. 단순히 중요한 작품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작품 고유의 특성과 능동적인 감상법을 살린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한국근대문학에는 수많은 걸작이 있어 어떤 작품을 선택해야 하는지 어려웠을 것이다. 그 중에서도 중요한 작품을 골라 사계절에 맞춰 배열하고 다양한 감각으로 문학을 즐길 수 있도록 매체를 고민하고 시도한 흔적이 느껴졌다. 상설전시가 더욱 기대되는 한국근대문학관의 첫인상이었다.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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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청객 2019-11-28 18:29:49
아. 인천에 오래살면서 몰랐네요. 시간내서 가봐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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