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영 지음/ 김영사

ⓒ위클리서울/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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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세밀한 감성 표현과 개성 넘치는 집필 스타일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김동영 작가는 이번 책에서 20년 동안 전 세계를 다니며 만난 ‘천국’같이 아름답고 경이로운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김동영 작가는 전작들에서 특유의 날선 관찰력과 유니크한 감성 표현으로 독자들 사이에서 ‘생선작가’ 스타일을 구축하며 사랑을 받았다.

자신이 다녀왔던 수많은 여행지 중 31개의 도시를 추려 그 안에서 만난 천국 같은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겪은 일들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어머니의 죽음 후 슬픔을 잊기 위해 찾은 발리의 우붓, 인정할 수 없는 죽음에 대한 답을 구하기 위해 떠난 인도의 바라나시 화장터, 10년 만에 다시 찾은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 될 거야'의 무대 미국의 95번 국도, 운명적인 사랑을 만났던 이탈리아의 로마, 끝없는 고독과 싸워야 했던 러시아의 올혼섬 등 상상을 초월하는 특별한 순간들이 마치 여러 단편을 엮은 듯 촘촘히 연결되어 완벽한 한 권으로 탄생했다. 또한 그 순간을 담은 장소의 사진과 지도도 직접 그려 넣어 읽는 이로 하여금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작가는 20년 동안 수많은 세월을 낯선 길 위에서, 하늘 위에서 보냈다. 그는 살기 위해서 떠난다고 했다. 10년 전 처음 낯선 길로 떠날 때도 그랬다.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물질적으로 여유로워지고 싶었지만 바람과 달리 일자리에서 정리 해고되면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떠났고, 그는 낯선 풍경과 모르는 사람들 속으로 자신을 내던져버렸다. 그는 이병률 시인의 도움을 받아 230일간의 미국 횡단기를 첫 책으로 만들어냈고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여행 에세이 작가로 입지를 굳혔다.

작가는 ‘생선’이라는 필명을 쓴다. 그 의미는 결코 눈을 감지 않고 모든 것을 지켜보겠다는 일종의 각오다. 그 덕분일까. 작가의 여정에는 일이 많았다. 전쟁이 일어나거나 화산이 폭발하기도 하고, 쿠데타와 테러, 대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운명처럼 겪어야 했다. 혹자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보고, 겪으니 행운이라고 말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불안한 마음으로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감당해야 하기에 그만큼 고통스럽다. 작가는 차고 넘칠 것 같은 고통의 순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글로 쏟아낸다. 사실 우리가 만나는 그의 모든 글은 그의 고통의 산물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보고 듣고 만나고 겪은 모든 낯선 일들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그의 글은 여러 번 곱씹고, 상상하며 즐길 때 더욱 깊은 맛이 난다. 차고 넘치는 감정 과잉의 시대, 자기애가 넘치는 글이나 깨달음을 주는 글은 잠시 미루고 작가가 자신의 시선과 기억으로 담담하게 풀어낸 글에 집중해 보면 어떨까.

작가는 여행지에서 겪은 천국 같았던 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왜 하필 ‘천국’이냐고 묻자 “사람들은 천국을 떠올릴 때 아주 멀리 있고 우리가 쉽게 도달할 수 없는 유토피아로 생각하지만 사실 살아가면서 어떤 순간, 장소에서 격하게 행복하거나 눈물겹도록 감동적일 때 ‘정말 천국 같다’라는 말을 내뱉는다. 그 순간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었다”라고 했다. 작가에게 눈물겹도록 아름다웠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에게 천국은 낯선 도시의 후미진 골목에서 만난 고양이, 안개 속에서 만난 사슴 가족, 유럽의 낮은 담장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 중절모를 쓴 멋쟁이 노신사, 조르바를 닮은 카페의 웨이터, 어지럽혀진 창전동 집에서 종일 누워 있는 시간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영혼들을 만난 순간이었다. 그는 길 위의 새로운 풍경과 일상의 존재들을 통해 슬픔과 우울함을 떨칠 수 있었고 가족을 잃은 상실감을 채울 수 있었다. 그에게 천국은 ‘치유’였다. 작가는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을 다시 달리게 하고, 가족을 더 사랑하게 하고, 오늘을 버티게 하는 천국 같은 순간은 언제였느냐”고.

작가는 지독한 외로움과 싸우며 이 책을 썼다. 이 책이 누군가에게 읽힐 때, 그 순간만큼은 천국이 되길 바라면서 그리고 언젠가 함께 공감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손수 지도를 그려 넣는 정성도 발휘했다. 이 책을 읽는 많은 분들에게 천국이 내려오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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