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흠신서'를 다시 고쳐 번역하고
'흠흠신서'를 다시 고쳐 번역하고
  • 박석무
  • 승인 2019.12.02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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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위클리서울=박석무] 지난 11월 20일 자로「한국인문고전연구소」에서 4권의 흠흠신서가 간행되었습니다. 저는 1999년에 정해렴선생과 함께 역주본을 간행한 바 있는데, 세월도 20년이 흘렀고, 매우 어려운 책인 이유로 부정확한 내용이나 오역도 더러 있어서 항상 마음이 편치 못하게 지냈습니다. 고전을 번역하는 편리한 자료도 많이 나온 오늘에는 더 바르게 고전을 번역할 길도 열린 터여서, 고전 번역 분야에 뛰어난 이강욱 동학과 힘을 합해 전면적인 개역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번역본은 3권으로 묶고 원문을 제대로 교전·교감하여 1권으로 합해, 도합 4권의 흠흠신서가 새롭게 탄생한 셈입니다. 네이버에서 고전 역주의 큰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서 힘을 얻고, 인문고전연구소의 결단에 의해서 전혀 상업성이 없는 책을 간행해준 점에 대해 감사의 뜻부터 전해야겠습니다. 요즘처럼 책을 읽지 않는 세상인데다, 양이 많아 방대하기 그지없는 책을 간행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인데, 이런 어려움을 감당하고 출판에 임한 출판사에 고마움을 전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흔히 다산의 3대 경세서로 ‘일표이서’, 즉 『경세유표』·『목민심서』·『흠흠신서』의 세 책을 거론하면서, 위대한 다산의 경세학에 찬탄을 금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에서도 흠흠신서는 더욱 특이한 책입니다. 인명을 그렇게도 중하게 여기던 다산이었고, 인간의 생명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데, 사람이 죽은 일에서 그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 일이야말로 인명이 매우 천시당하고 있다고 여겼던 사람이 다산이었습니다. 그래서 중국과 조선의 살인사건에 대한 수사자료와 판례를 방대하게 수집하여 사건을 수사하고 재판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여 어떤 경우에도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기 위해(冀其無?枉)서 책을 지었다는 저작의 목적까지 자신이 직접 밝혔습니다.
 
때문에 다산의 바람이 그 책에는 모두 열거되어 있습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난 경우 치밀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억울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초동수사부터 물샐틈없는 조치를 취하고, 검시(檢屍)와 사체(死體)에 대한 확실한 조사를 거치고, 법의학적인 온갖 방법을 동원하고, 바꿀 수 없는 증거를 확보하고, 분명한 증인을 세워 가장 정확하고 올바른 재판 결과가 나오기를 희구했던 다산의 뜻이 가득한 책이 바로 흠흠신서입니다.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다산은 수사하고 조사한 내용으로 판결한 결과를 임금께 아뢰어 최종적인 임금의 결심을 얻어낸 ‘함봉련사건’이라는 장기미재사건을 예로 들면서, 12년 동안 감옥에 갇혀 있던 함봉련을 무죄 석방한 내용을 자세히 설명한 대목이 있습니다. 오늘날처럼 범죄수사 기술이 발전하고, 온갖 과학적 수사로 진실을 밝히기가 쉬운 때에도 화성연쇄살인 사건에서 진범이 새롭게 나와 20년 동안 억울한 감옥살이를 했다는 보도가 진실이라면, 200년 전의 다산의 책은, 오늘 형사사건의 해결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임에 분명합니다.
 
아직도 우리 주변에는 수사와 재판의 잘못으로 억울하다고 호소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이런 백성들의 아픔에 눈 감지 않고, 그 문제점을 해결하려던 다산의 뜻을 존중하여, 오늘의 범죄 수사와 재판에 관여하는 분들, ‘흠흠(欽欽)’의 정신으로 올바른 수사와 재판이 나오기를 기대해봅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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