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찬 지음/ 창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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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201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뒤 기존의 시적 전통을 일거에 허무는 개성적인 발성으로 평단은 물론이고 수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황인찬 시인의 세번째 시집 '사랑을 위한 되풀이'가 출간되었다. 시인은 등단 2년 만에 펴낸 첫 시집 '구관조 씻기기'(민음사 2012)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하고, 이어 두번째 시집 '희지의 세계'(민음사 2015)에서 ‘한국문학사와의 대결’이라는 패기를 보여주면서 동시대 시인 중 단연 돋보이는 주목을 받았다. 4년 만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한결 투명해진 서정의 진수를 마음껏 펼쳐 보인다. 일상을 세심하게 응시하며 삶의 가치와 존재의 의미를 환기하는 “차가운 정념으로 비워낸 시”(김현, 추천사)들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일상의 사건들을 소재로 하면서 평범한 일상어를 날것 그대로 시어로 삼는 황인찬의 시는 늘 새롭고 희귀한 시적 경험을 선사한다. 감각의 폭과 사유의 깊이가 더욱 도드라진 이번 시집은 더욱 그러하다. 특히 김동명(「내 마음」), 김소월(「산유화」), 윤동주(「쉽게 씌어진 시」), 황지우(「새들도 세상을 떠나는구나」)의 시와 대중가요, 동요 등을 끌어들여 패러디한 작품들이 눈길을 끄는데, 시 속에 숨어 있는 시구나 노랫말을 찾아 읽는 재미가 색다르다. 치밀하게 짜인 단어와 구의 반복적 표현, 대화체의 적절한 구사도 눈여겨볼 만하다.

시인은 고백하듯이 시를 쓴다. 세상을 앞에 두고 늘 “어떻게 말을 꺼내”고 “어떻게 말해야”(「불가능한 경이」) 할지 끊임없이 고민한다. 시인은 “당신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좋은 것이 이 시에 담겨 영영 이 시로부터 탈출하지 못한다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것을 미래라고 부를 수 있다면”(「그것은 가벼운 절망이다 지루함의 하느님이다」) 영영 탈출하지 못할 그 오래된 미래 속에서, 그리고 “이제 영원히 조용하고 텅 빈” 세상 속에서 “고독을 견뎌”(「부곡」)내며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랑을 되풀이하려는 것 같다. 

시집을 펴내며 시인은 “나는 증오하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고, 의심스러운 것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다”(시인의 말)고 고백한다. 그렇다고 세상에 대한 증오와 의심의 감정만이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시인은 서로의 슬픔과 아픔에 대해 말하고, “생물들이 죽고 사는 것”(「영원한 자연」)과 반복되는 삶을 생각하고, “아름답고 평화로운 일상”(「물가에 발을 담갔는데…」)을 이야기하며 소박하고 진실한 순간의 실체를 찾아간다. “놀 거 다 놀고, 먹을 거 다 먹고,/그다음에 사랑하는 시”(「레몬그라스, 똠얌꿍의 재료」)들이 투명하게 빛나는 이 시집이 다가올 2020년대의 시단을 이끌어갈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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