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녀들, SNS의 바다에 빠지다
하녀들, SNS의 바다에 빠지다
  • 이주리 기자
  • 승인 2019.12.05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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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성북동비둘기 '메이드 인 스타그램' 공연
ⓒ위클리서울/극단 성북동비둘기
ⓒ위클리서울/극단 성북동비둘기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장 주네 원작, 부조리극의 결정체 <하녀들> 이 김현탁 연출과 극단 성북동비둘기 배우들에 의해 <메이드 인 스타그램> 이란 제목으로 성수동에 위치한 극단 성북동비둘기의 창작공간 ‘뚝섬플레이스’에서 12월 6일부터 29일까지 공연된다.

이번 공연 <메이드 인 스타그램> 은 그 무대를 원작의 배경인 1947년 프랑스가 아닌 동시대, 그것도 현실 세계가 아닌 SNS 계정 안으로 가지고 온다. 바로 인스타그램이다. 원작의 내용을 인스타그램이라는 형식을 통해 새롭고 다채로운 연극적 언어로 풀어낸다.

몇 년 전 단체의 공간은 성북동에 있었고, 또 몇 달 전에는 한남동에 있었다. 대학로의 끝이자 성북동의 초입에 있던 <연극실험실 일상지하>와 한남동 막다른 구석에 있던 <한남대로158> 이다. 두 공간은 둥지를 튼 이래로 이들의 연습실과 공연장으로 그 몫을 톡톡히 다해 왔었다. 이곳에서 <메디아 온 미디어>, <세일즈맨의 죽음>, <열녀 춘향>, <하녀들>, <BYE CYCLE>, <혈맥>, <변신BSL>, <천기누설 킹교인> 등 고전에 기반을 둔 작품을 새로운 감각으로 해체·재탄생시켰었다. 작품의 탄생과 비례?해서 세가 올랐고 다시 그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 곳이 서울숲역에서 10분, 뚝섬역에서 15분 거리에 있는 <뚝섬플레이스> 이다. <뚝섬플레이스>의 공간은 통상적인 지하가 아니라 지상(2층)에 자리하고 있다. 그리고 공간은 공연장이자 동시에 연습실 게다가 생활공간이기까지 하다. 많은 이들이 창작공간의 공간적 특수성을 주목하고 있고 꾸미지 않은 물리적 빈약함이 연출과 배우들의 움직임, 그리고 관객과의 만남을 통해 채워지는 과정은 실로 흥미로울 것이다.

우리는 현실 세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SNS로 달려간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에 빠져 앞사람을 보는 일이 사라지고, 가족 식사에서 잠시 대화하다 각자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맛있는 음식이 나와도 경치가 좋은 곳에 가서도, SNS에 사진을 공유하느라 분주하다. 타인의 관심과 호의적인 반응 즉, 보상과 칭찬을 위해 기꺼이 SNS 바다에 뛰어든다. 결국 관계에 중독된 것이고 ‘좋아요’에 빠진 것이다.

SNS 중독으로 바다에 빠져 죽은 사람들의 제일 큰 특징은 실제 관계에서 상처를 받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SNS에 집착하게 되고 중독까지 이르게 된다. 중독 중에서 가장 심각하다는 인간관계에 중독된다. SNS 중독은 가상관계 중독이다. 억압되고 소외당한 현대인에게 표현의 배출구다.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상처가 잊히고 삶의 동력이 된다. 그러나 그 달콤한 순간엔 알지 못한다. 그것은 거짓 열정이고, 가짜 에너지라는 것을, 중독에서 벗어나는 순간 바다 속 심연으로 깊숙이 더 깊숙이 빠져 들어간다는 것을.

이번 작품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일상화 된 현재, 타인의 사진과 일상 그리고 인생을 도용해 온라인상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현재 자신의 모습과 환경에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을 온라인상에서나마 살고 싶어 하는 심리인 것이다. 내가 어떤 사람을 부러워하고 또 그 사람처럼 살고 싶다. 그 사람의 사진이나 온갖 단서를 가지고 자기가 그 사람인 것처럼 심리적으로 남들에게 보여주는데, 어떻게 보면 일종의 정신 병리 상황에 들어간 것이다.

장 주네 원작에서도 하녀들은 그들의 주인인 마담의 방으로 들어가 마담의 옷을 꺼내 입고 마담의 이름을 가져와 자기 자신을 버리고 마담이 되는 ‘역할놀이’를 통해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고 현실세계가 아닌 비현실세계에서나마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려한다. 본 공연 <메이드 인 스타그램> 은 현대 SNS 라는 공간에서 발생하는 '가면인생'의 비극적 결말을 원작의 ‘역할놀이’에서 비롯된 비극과 접목해 짚어보고 SNS와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을 같이 고민해 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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