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혁, ‘새로운보수’ 기치

[위클리서울=김승현 기자] 유승민계가 준비 중인 ‘신당’ 창당 작업이 시작부터 예사롭지 않다.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의 모임인 ‘변화와 혁신’(변혁·가칭)은 최근 ‘새로운보수당’이라는 새 간판을 내세우며 본격적인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 이례적으로 당명에 ‘보수’를 포함시키면서 스스로의 진로를 확정했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변혁 내 안철수계 의원들이 반발하는 등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변혁 창당준비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대국민 공모 절차를 통해 모집된 1860개 후보 중 홍보전문가 등의 의견을 경청한 후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정치권 지각변동의 신호탄인 변혁의 움직임을 전망해 봤다.

 

ⓒ위클리서울/김용주 기자

유승민계가 중심인 변혁이 새로운 신당 명칭에 ‘보수’를 포함시켰다.

그 동안 중도층을 중심으로 외연 확장에 신경썼던 모습에서 오히려 한 발 물러난 모습이다. 하 위원장은 “수권야당, 이기는 야당, 다음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제1 정당이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야당이 탄생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신당과 관련 “청년과 중도, 2대 주체가 이끌고 유승민 의원의 보수재건 3대 원칙을 비전으로 삼는다”면서 “청년보수, 중도보수, 탄핵극복보수, 새롭고 큰 보수”라고 덧붙였다.

함께 참 석한 유승민 의원은 “그렇게 화려하게 크게 시작하지는 않는 것 같다”면서도 “우리는 작게 시작해서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개혁보수 신당을 만들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변혁은 당명 발표에 앞서 3차 인선과 ‘신당비전특별위원회’ 구성도 발표했다. 신당비전특별위원회 산하에는 불공정타파위원회·정치개혁위원회·자치분권혁신위원회·국가균형발전위원회 등 무려 35개 위원회를 두었다.

인적풀에 한계가 있는 변혁이 지나치게 모양새에 치중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새 당명에 ‘보수’라는 단어를 명시한 것은 두고두고 논란을 불러올 전망이다. 의도적인 전략적 선택이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또 다른 한축인 안철수계에서는 “이름에 보수를 명시해서 중도의 참여를 막아 버렸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이념을 뛰어넘고 세대 교체로 가야 하는데, 당명에 이념을 명시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사실상 안철수계의 참여를 막는 노골적인 시도라는 볼멘 소리까지 나온다.
 

안철수계, 선택은?

변혁이 주도하고 있는 신당은 행정 절차와 정강, 정책이 마무리되는 대로 내년 1월 초 창당을 마무리할 것으로 전해진다.

유 의원이 보수대통합 조건으로 내걸은 탄핵극복보수, 공정보수, 새롭고 큰 보수라는 의미도 포함시켰다. 변혁 의원 전원이 당명과 관련 일치된 의견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향후 진행상황에 관심이 모아진다.

하 위원장은 “중도의 의미가 당명에 포함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이를 포함해 '새로운'에 좀 더 무게를 뒀다"고 설명했다. 정치권에선 이번 신당명이 자유한국당과의 보수통합을 염두에 둔 결정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안철수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안 전 대표가 비례대표 신분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존재한다.

하 위원장은 "올드보수는 질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권의 재집권 들러리가 될 수밖에 없다"며 "새로운보수당은 내년 총선에서 150석 이상 이끌 수 있는 새로운 야당, 새로운 보수, 집권할 수 있는 수권야당의 시대를 만들어가겠다"고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은 유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한 지 3년 됐다”며 “젊고 깨끗하며 무엇보다 개혁보수에 뜻을 같이할 인재를 추천해주시면 언제든지 만나 대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변혁의 움직임에 바른미래당 당권파도 움직임을 모색하고 있다. 바른미래당의 향후 진로 모색을 위한 움직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 의원들은 최근 현역 의원이 중심이 된 원탁회의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변혁의 탈당과 20대 정기국회 종료가 맞물려지면서 분위기 쇄신이 필요하다는게 당권파의 판단이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이와 관련 “손 대표가 물러나기로 결심한 것이 아니다”며 “원탁회의는 이전부터 계속 나오던 의견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당명에 보수가 들어간 만큼 안철수계가 쉽게 움직이기는 힘들 것 같다”고 전망하며 “이념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시대적 트렌드와도 거리가 있다. 당장 정치권의 재편을 염두에 둔 것 같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지금까지 ‘개혁 보수’와 ‘합리적 중도’ 사이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왔다. 변혁이 선택한 ‘새로운보수’가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어떤 파장을 남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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