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으로 떠난 이민 길, 교수이자 작가로
무일푼으로 떠난 이민 길, 교수이자 작가로
  • 정다은 기자
  • 승인 2019.12.26 10: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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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희 교수, 귀국 후 20일 출판기념회 가져
신숙희 교수
신숙희 교수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1991년 추운 겨울. 35살의 나이에 남편을 따라 어린 세 아이를 이끌고 돈 한 푼 없이 호주로 이민을 떠난 여인이 있었다. 호주라는 오지에 던져진 이후 경제적 궁핍에다 영어가 안 되어 당하는 억울한 일들……. 거기에 종종 찾아오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는 그녀의 타향살이를 더욱 서럽게 했다.

하지만 세 아이 엄마는 이에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영어 한마디 못하던 주부가 호주대학에서 영어 영작을 가르치고 세계적 영어교육학자로 발돋움했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는 뼈를 깎는 아픔과 노력이 있었다. 

낭만주의의 대표적 시인인 조지 고든 바이런의 “어느 날 아침에 눈을 뜨니 유명해졌더라”라는 말처럼 갑자기 그리된 것이 아닌 그녀의 끊임없는 노력에 의한 것이었다. 그녀의 행복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불행과 고난과 시련을 통과하고 숙성된 것에서 온 것이다.

신숙희 교수. 신 교수는 최근 한국을 방문 지난 2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인생역정을 다룬 『자유와 개성이 넘치는 호주에서 선진문화 한국을 꿈꾸며』란 수필집과 영어회화책 『Y를 알면 영어의 답이 보인다』라는 책의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20일 가진 출판기념회에 지인들과 함께. ⓒ위클리서울 /신숙희
20일 가진 출판기념회에 지인들과 함께. ⓒ위클리서울 /신숙희

신숙희 교수의 인생역정, 삼백만 원 들고 남편 따라 호주로

신숙희 교수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대학교 화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교육심리학으로 석사를 한 후 대학에서 강사일을 했다. 남편 유학길에 호주에 어린 세 자녀를 데리고 박사과정의 남편을 따라 삼백만 원 들고 유학길에 올랐다. 도착 후 생활고와 언어장애로 인한 스트레스로 임파결핵에 걸려 죽음의 사선을 넘었다. 

40세에 영주권이 나와 영어학원에 처음 등록하여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여 43세에 호주 울릉공대에서 영어교육학(TESOL) 석사를, 이어 시드니대학교에서 경쟁이 심한 호주 정부 장학금을 받고 44세에 박사학위를 시작해서 49세에 영어교육학(TESOL) 박사를 마쳤다. 

신 교수는 한국인 최초로 ‘체계 기능 영어’(Systemic Functional Linguistics: SFL) 분야에서 ‘평가이론’(Appraisal theory)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영국, 미국, 호주, 홍콩 등 세계 유명 저널에 단독으로 12편, 세계 최다로 페이퍼를 발표했다.

이 최신 평가이론을 세계 최초로 아카데믹 영작 (Academic Literacy and Integrity) 분야에 적용하여 이 분야에서 세계 최고 학자 중의 한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그녀의 놀라운 학구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후 호주 시드니 Lloyds College IELTS와 시드니 Embassy Language Centre에서 EAP( English For Academic Purposes)와 IELTS(The International English Language Testing System) 강사로 활동했으며 시드니 소재 차알스 스튜트 대학교(Charles Sturt University Study Center)에서 세계 60개국에서 온 학사, 석사 학생들과 호주 본토학 생들의 영작을 가르치는 아카데믹 어드바이즈(Study Support Coordinator)와 전임교수(Adjunct Senior Lecturer)로 활동했다. 

현재는 시드니 소재 Federation University와 University of Western Sydney에서 석사 학생들 상대로 소통과 연구 관련 과목(Professional Communication and Research)을 가르치고 있다.

신 교수 저서 ⓒ 위클리서울
신 교수 저서 ⓒ 위클리서울

자신이 직접 겪은 호주의 삶 엮은 에세이식 보고서 

올해는 신 교수가 1991년 호주로 유학 간 남편을 따라 시작된 호주생활이 27년인 해라 한다. 신 교수는 호주에 이민 온 후 늘 글을 써왔다. 『자유와 개성이 넘치는 호주에서 선진문화 한국을 꿈꾸며』란 책은 2016년 발표된 자신의 자전적 수필 『오지에 핀 들꽃이 되어』 후속편이다.

이 책은 그녀가 제2의 고향이 된 호주에 온 유학초년생 시절부터 이제는 호주 주류사회 깊숙이 호주인과 섞여 일하면서 일어났던 일들을 중심으로 한 호주 사회와 아시아 국가 그리고 자신의 경험들을 엮은 에세이식 보고서이다. 

더불어 이 책은 호주가 어떤 나라인지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27년을 산 경험으로 그리고 현직 대학교수로 교육에 종사하는 이민 1세대의 경험으로 실용적이고 효과적인 유학과 영어 습득, 이민을 위한 가이드 서적이다. 

특히 이 책은 한국 여자로서 호주에 살면서 우리 실정과 비교하여 호주를 정치 경제 문화 사회적 측면에서 분석한 비평서임과 동시에 호주 속에 사는 호주인과 한국인을 접하면서 겪은 경험과 느낀 점을 기록한 이야기책이다.

또 가난한 유학생 부인 시절에서부터 영어를 제2 외국어로 배워 영어를 가르치는 입장에 선 전문인으로 일하기까지 호주인과 부딪히며 겪었던 어려움을 기록한 도전과 보람을 적은 책이다.

한국 사람들이 은퇴 후 가장 살고 싶은 나라가 호주라고 한다. 실제 최근 한국을 떠나는 국민이 부쩍 늘었다. 한국인들의 이민은 교육, 미세먼지 등 환경문제가 주원인이나 심교언 국민대 교수가 말한바 정치, 경제적 불안이 중산층까지 해외로 내몰고 있다고 한다. 20대는 취업, 40대는 자녀교육, 70대는 절세목적으로 이민을 생각한다는 것이다.

성공적인 해외 정착을 위해 그 나라를 잘 알 필요가 있다. 호주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이고 무역교역도 네 번째로 많은 나라지만 아직도 호주인도 한국을, 한국 사람들도 호주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잘 모른다. 저자의 이 책을 통해 호주라는 나라에 대해 자세히 알려주고자 한다. 한편 역설적으로 한국인의 자부심을 느끼게 하고 젊은이들에게 올바른 역사관 국가관 및 자기정체감을  갖게 해 주는 책이다.

『Y를 알면 영어의 답이 보인다』란 영어회화책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Y로 끝나는 영어표현을 모은 책이다. 이 표현들은 현지인들은 늘상 쓰지만 이민자나 영어를 제2 외국어로 배운 사람들에게 생소한 표현들이다.

신 교수는 “호주에 살면서 느낀 점은 호주인들은 말끝에 Y로 부쳐 간단히 말하기를 좋아한다는 것”이라며 “이 책은 호주 이민 이후 이십 년간 영어를 배우면서 느낀 표현들 엮은 책으로 유학생이나 이민자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신 교수는 “이 책은 나의 정체감을 찾아가는 과정. 나의 성장 과정, 나의 꿈을 실현해가는 과정과 시련과 고난을 행복으로 바꿔 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라며 ”이 책들이 내 자녀를 비롯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유익하게 읽혀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출판 소감을 대신한다.

가정밖에 모르던 세 아이 엄마에서 믿고 의지할 곳 없던 호주에서 대학교수로 우뚝 선 신숙희 교수. 신 교수의 아름다운 도전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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