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 지음/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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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온전한 고독'. 2019년 12월 난다에서 펴내는 한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다. 작가의 이름은 강형. 처음 이 작품을 마주한 건 올해 8월 말이었다. 투고한 날로부터 근 일주일 간 거의 매일 컬러를 달리하여 수정 부분을 표시한 새 원고를 보내오던 이가 그였다. 얼마나 차이가 큰가, 그 차이가 이 소설을 얼마나 달리 만드나, 호기심이 아니 갈 수 없었다. 출력해둔 첫 원고에 저자가 수정하였다는 부분들을 색색으로 표시해두는 가운데 이 한 권의 장편소설을 꽤 여러 차례 읽어낼 수 있었다. 700매를 조금 넘는, 장편으로 보자면 비교적 짧은 분량의 호흡이 내 읽기에 무리를 덜 가져온 바도 있었겠으나 일단은 뭐, 소설이라 하면 뭐, 뭐니 뭐니 해도 재미라는 것에 기댈 수밖에 없는 책 넘김이라 할 때 이 작품은 내 손끝에서 밀려나가는 페이지마다의 속도가 꽤나 빨랐다. 본바탕 그대로 고스란한 이야기의 힘이 전해지니 더는 주저할 일이 없었다. 출간을 확정했다.

말마따나 '온전한 고독'은 ‘묘지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다. ‘첫째 날’부터 ‘그리고 남은 날’이라는 여덟 날을 본 책의 구성으로 하고 있다. ‘엄마가 나를 항아리에 넣었어요’ ‘여긴 왜 이리 추운 거야’ ‘우린 냄새로도 충분하답니다’ ‘캣레이디라면 혹 모를까’ ‘누구든 자기 지옥을 안고 살아가는 거지’ ‘오늘은 노을이 유독 붉군요’, ‘어제 그 달은 어디로 갔을까’, ‘고독은 그런 것인지 모른다’라는 소제목 속에서 대표되는 키워드를 뽑아보자니 다분히 삶이라는 것에 있어 그 원형적인 상징성을 품고 있는 시적인 암호들이 아닌가 하였다. 

엄마, 항아리, 추위, 냄새, 캣, 레이디, 지옥, 노을, 붉음, 어제, 달, 고독… 그러면서 이 쉽고 이 빤한 당연함에 사뭇 물음표를 던져보는 일로 자못 망연해지기도 하는 것이었다. 지금 있는 우리가 결국에는 이제 없을 우리가 될 터, 그게 인생일 터, 그 삶과 죽음을 자유자재로 들락거리는 자 그 누구인지 알 수 없으나 ‘오늘을 사는 자’처럼 말하는 순간 바로 ‘어제를 사는 자’가 되는 우리일 터, 그 사실 하나만은 명징할 터, 그러니 인생의 끝 간 데 있음과 끝 간 데 없음은 다만 짐작이나 할 터, 그러니 그 방향의 실루엣을 좇아보는 시늉의 시도로 소설이 계속 쓰이는 것이 아닌가 할 터…

'피터’라는 살아 있는 한 묘지기의 일상을 중심으로 차분히 일렁이는 물결처럼 잔잔히 시작된 이야기는 제 삶의 우여곡절을 촘촘히도 기억하는 여러 인물들의 등장으로 거칠고 거침없는 파도처럼 온갖 소요로 요란히 전개되는데 들여다볼수록 알아갈수록 비릿한 슬픔이 찝찔한 피의 맛처럼 입에 돌게 한다. 다 읽고 났을 때의 허전함, 가슴 한편에 남은 공허의 뻐근함, 그러면서 내 삶의 안팎을 절로 에둘러보게 되며 가지게 되는 쓸쓸함. 그 어떤 누구의 삶이 특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특별함의 사연을 한데 모아두고 멀찍이서 보면 또 다 평범해 보이는 것이 삶이거늘, 와중에 자명하게 말할 수 있는 유일한 바는 누군가의 살아 있음과 누군가의 죽어 있음, 크게 이 둘일 것인데 이 둘이 공통된 깍지로 껴안은 그것이 아마도 저에 새겨진, 그러나 온전히 다 말할 수 없어 고독한 그 ‘이야기’란 것일 테다. “누군들 가슴속에 새겨진 누구 하나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있었는데 없고 없었는데 있는 매일의 저 달, 그러나 오늘 뜬 달더러 어제의 그 달이 너냐고 묻는 자가 있다면 어제의 너와 오늘의 네가 같은 자인지 생각해주십사 한번 되물어 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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