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큰 축제가 다가온다!
가장 큰 축제가 다가온다!
  • 류지연 기자
  • 승인 2020.01.08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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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류지연의 중국적응기 '소주만리'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2020년 새해가 밝았다. 새해라고 특별할 것은 없지만 해가 바뀜에 따라 어느덧 중국살이 2년차가 되었다. 실제로는 반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햇수로는 2년차가 되는 ‘새해’의 미학이 그저 놀라울 뿐이다. 딸내미는 해가 바뀌어 일곱 살이 된 게 퍽이나 뿌듯한 눈치다. 서양에서는 ‘7’이 행운의 숫자라고 이야기 해준 적이 있어서 그런지 일곱 살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것 같다.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쥐띠해를 축하하는 상가들의 신년 디스플레이 풍경
쥐띠해를 축하하는 상가들의 신년 디스플레이 풍경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행운의 숫자 이야기가 나와서 말이지만 중국의 행운의 숫자는 우리와 사뭇 다르다. 중국에서는 ‘8’과 ‘6’, 그리고 ‘9’를 길한 숫자로 친다. ‘8’이 행운의 숫자인 이유는 조정래 작가의 소설 ‘정글만리’에도 소개된 바 있지만, 중국어 ‘8’의 발음( 八, bā )이 ‘돈을 벌다, 재산을 모으다, 부자가 되다’는 뜻의 发财(fācái )의 첫 글자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이징올림픽 개막식도 2008년 8월 8일 오후 8시 8분에 시작했고, 결혼식 축의금으로 가까운 사이라면 888원(한화 약 15만1000원)을 내면 최고로 좋다고 한다. 8자가 들어가는 전화번호와 차량번호가 제일 인기 있는 번호인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6’과 ‘9’가 행운의 숫자인 이유도 좋은 뜻의 다른 한자와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인데 ‘6’(六, liù)은 ‘흐르다, 순조롭다’는 뜻의 ‘流’(흐를 류, liú)와, ‘9’(九, jiǔ)는 ‘오랫동안’이라는 뜻의 久(오랠 구, jiǔ)와 발음이 같아 좋은 숫자로 친다.

소주대 수업시간 중에 행운의 숫자와 불길한 숫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는데, 그때 한 학생이 ‘6’은 성경에서 악마의 숫자라 불길한 숫자라고 이야기했더니 중국은 기독교의 영향력이 거의 없어서 그런지 중국어 선생님이 금시초문이라는 듯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하는 걸 볼 수 있었다. 하긴 이전에도 잠깐 언급했지만 중국은 성탄절도 세지 않는 나라다. 요즘 젊은이들은 성탄절을 세기도 한다지만, 얼마 전 한 기사에서 본 바로는 중국 젊은이들의 3분의 2가 성탄절은 자기와는 상관없는 날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중국에서 한국 교회를 다니는 지인에게 들은 바로는 중국에서는 교회활동 또한 매우 제한적이어서 목사는 설교 내용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단다.

다시 숫자로 돌아가자면, 중국인들은 행운의 숫자 또한 참 직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돈 잘 벌고, 순조롭게, 오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만은 그러한 욕구를 행운의 숫자라는 이상(理想)에 대놓고 담아낸다는 점이 신기하다. 더군다나 중국이 한때 사회주의 국가의 첨병이었음을 떠올리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그런 직선적인 성향이 세계 어디에서든 돈 잘 버는 사람들인 화교를 만들어내지 않았나 싶다.

그나저나 새해의 시작과 함께 중국인들의 가장 큰 축제(?)인 춘절(春节, chūnjié)이 다가오고 있다. 우리도 설 연휴를 3일씩 쉬면서 설을 큰 명절로 치지만 중국인들의 춘절에 댈 바가 아니다. 일단 중국 춘절은 기본 연휴가 7일이다. 올해의 경우는 1월 24일(금)부터 1월 30일(목)까지다. 그렇지만 국제학교는 그 앞뒤를 붙여서 장장 2주를 쉰다. 일반 회사에서도 앞뒤로 휴가를 내어 장기간 쉬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한인상가 쪽의 옷가게들에 따르면 거래공장 중에는 이미 춘절 연휴에 들어간 곳들도 제법 있어 당분간은 물품 발주도 어렵다고 한다.

중국에서 제법 오랜 기간 고용인과 고용주 양쪽을 모두 경험한 베프 J에 따르면 춘절 연휴 고향에 내려갔다가 아예 돌아오지 않는 이들도 부지기수란다. 가사도우미들도 그런 경우가 많아, 춘절이 지나면 새로 가사도우미를 구해야 돼서 애를 먹는 경우가 왕왕 있단다. 얼마 전 본 기사에서는 자기 몸집만큼 커다란 봇짐을 두 세 개씩 매고 귀향 열차에 오르는 농민공들의 사진을 볼 수 있었는데, 도시에서 일용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농민공들의 경우에는 다시 돌아와서 같은 일자리를 얻을 수 있는 보장이 없기에 춘절에 귀향할 때 자신들의 모든 살림을 짊어지고 가는 거란다.

 

중국 최대 인터넷 포털 바이두에서 ‘농민공 춘절 귀향 사진(农民工春节返乡图片)’을 치면 나오는 농민공의 귀향 풍경(출처: 중국 포털 바이두)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춘절 연휴도 연휴지만 일찌감치 고향에 가는 이들도 많아 도시는 벌써부터 슬슬 한가해지기 시작한다. 소주대의 중국어 선생님도 1월 13일에 고향에 갈 예정이란다. 근 2주나 빨리 가는 건데도 벌써 기차 일반석(2등석)은 다 나갔고 비싼 좌석(1등석, 비즈니스석)을 사야 한단다. 상가나 음식점들도 5~10프로를 빼고는 거의 문을 닫을 거라고 한다. 그래도 이전에는 거의 모든 집이 문을 닫았는데 최근 몇 년 간 도시에서 춘절을 보내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문을 여는 집이 좀 늘어난 거라는 반가운 첨언이다. 그렇게 긴 연휴 동안 중국인들은 뭘 하냐고 물어보았다.

중국인들에게 춘절의 핵심은 춘절 전날 저녁이란다. 음력으로 묵은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날 밤(제석, 除夕, chúxī)에 온 가족이 모여 저녁식사를 같이 하는데 이를 연야반(年夜飯, niányèfàn)이라고 한단다. 그리고는 하룻밤을 새면서 새해를 같이 맞이한단다. 해가 바뀌는 순간을 기념해 수많은 폭죽(鞭炮, biānpào)을 터뜨리는데 슬프게도 이 폭죽 연기는 미세먼지가 되어 뿌연 하늘을 만드는 데 일조한다. 그래서 요즘은 대도시에서는 폭죽을 못 터뜨리게 한다는데 과연 그런지 올해 소주에서 한번 봐야겠다. (참고로 소주는 중국 도시별 인구 순위에서 2018년 기준으로 13위(1068만명)를 차지한 어엿한 대도시이다.) 춘절 다음날부터는 친척집들을 돌면서 인사를 한다. 부모님의 형제자매들까지 모두 방문하기에 시간이 많이 걸린단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의 아침 풍경, 집에서 항상 내다보이던 동방지문 건물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의 아침 풍경, 집에서 항상 내다보이던 동방지문 건물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렸다. ⓒ위클리서울/류지연 기자

재미있는 사실은 춘절날 젊은이들을 대상으로 한 ‘참견 목록’이 한국과 똑같다는 사실이었다. 선생님은 이번에도 고향 가면 온갖 이들로부터 “남자친구 없니”, “결혼은 언제 할 거니” 소리를 들을 생각에 벌써부터 고향 가기가 싫단다. 결혼해도 참견은 똑같다고, 애가 없으면 “언제 애 낳을 거냐”, 첫째 있으면 “언제 둘째 낳을 거냐”고 참견한다했더니 신기하게도 체코, 우크라이나, 이태리 친구가 옆에서 고개를 막 끄덕인다. 그들 나라들에서도 비슷하단다. 같은 아시아권인 중국이야 그렇다 치고 상대적으로 개인주의가 강한 유럽에서는 그런 참견이 없을 줄 알았는데 비슷하다니 참 신기했다. 유럽의 새로운 얼굴을 보게 된 느낌이었다.

춘절 사정이 그렇다 보니 1월은 왠지 붕 뜬 기분으로 지나가는 한 달이 될 것 같다. 마침 소주대 수업도 1월 첫 주를 끝으로 방학에 들어갔다. 중국 생활 매듭 하나를 끝맺은 느낌이다. 춘절까지는 한 박자 쉬어가면서 그간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일들을 하나하나 살피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2020년 한 해도 중국에서 무사히 보내길 소망한다. 

<류지연 님은 현재 중국 소주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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