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박석무 ⓒ위클리서울
박석무 ⓒ위클리서울

[위클리서울=박석무] 새해를 맞았습니다. 소한도 지났으니 대한만 보내면 입춘이 옵니다. 새로운 각오로 불끈 용기를 내야겠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모두의 삶은 괴롭고 고달프며 힘들다고만 합니다. 정치야 말이 아니지만 경제도 어렵기만 합니다. 어떤 지역의 아파트값은 내릴 줄을 모르고 집 없는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꿈은 멀어지기만 합니다. 누구를 만나도 살기에 편하다, 지낼 만하다, 이런 정도면 큰 불편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 그렇다면 어려운 세상이 지금에만 그럴까요. 인류가 삶을 시작한 이래로 언제 이만하면 살만하다, 이렇게 좋은 세상이 언제 있었겠는가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었던가요. 동양으로 보면 요순시대 아니고 언제 ‘선치(善治)’가 있었습니까. 그래서 다산이 남긴 글에도“백세토록 잘하는 정치는 없었다(百世無善治)”라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좋은 세상은 오기가 어렵고, 오더라도 좋은 세상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없기 마련이었습니다. 

그런 나쁜 세상만 계속되었기 때문에 세상이 싫다고 입산해버리는 스님들이 나왔고, 가지기를 원하고 누리기를 원해서는 안 된다는 노장사상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불교에서 말하는 ‘고해(苦海), 바로 생로병사의 네 가지 고통은 어느 누구도 거부할 수 없이, 인간의 삶에는 의당 따라다니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참으로 고해라고 여겨 포기하고 좌절해버리는 인간의 삶은 향상될 길이 열리지 않습니다. 요즘 세계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은 나라가 한국이라는데, 그만큼 좌절하고 포기해버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입니다. 좌절의 끝이 바로 자살이기 때문입니다. 

다산 정약용
다산 정약용

다산의 삶을 거울로 삼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 다산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많다. 그처럼 뛰어난 재주, 그만한 능력, 그처럼 높은 학식과 깊은 사상을 지녔으면서도 다산은 얼마나 억울한 삶을 보냈고, 얼마나 기막힌 세월을 살았던가. 그래도 그는 끝끝내 좌절하지 않았고 실의에 빠지거나 낙망하지도 않았다. 오히려 힘들고 고단한 귀양살이에도 언제나 자신을 채찍질하며 학문을 연구하고 인격을 닦는데 온갖 정성을 다 바쳤다. 낮을 짧다 여기고 밤을 지새우며 공부에 생을 걸었던 그 정신을 이어가야 한다. 벼슬길을 차단당하고 온갖 수모와 고난을 무릅쓰고 ‘이제야 겨를을 얻었다(今得暇矣)’라고 생각하며 얻어낸 겨를을 ‘혼연스럽게 스스로 기뻐하였다 (遂欣然自慶)’라고 표현할 정도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용기를 발휘했었다. (『다산정약용 편전』서문)” 라는 오래전의 글을 떠올리고 싶었습니다. 

칠흑처럼 어둡고 괴롭던 전제군주제의 세상도 국민의 힘으로 민주주의 세상으로 바꿔냈고, 잘못하는 독재자나 어리석은 통치자도 권좌에서 끌어내릴 수 있었던 것도 우리 국민들의 힘이었습니다. 더디고 느리지만 역사는 발전해가고, 어둠에서도 빛은 발해 지기 마련입니다. 괴롭고 힘들지만 희망을 지녀야 합니다. 다산의 글에 ‘하늘은 새벽이 오려고 하지 않는다(天不更曙)’라고 하고는 끝내는 ‘이천년 긴 밤에 샛별이 뜬다(二千年 長夜曙星)’라고 말하여 공자·맹자 이후 경학의 새로운 연구로 이천년의 긴 밤을 밝은 새벽으로 바꾼다고 했습니다. 다산의 그런 희망을 우리도 지녀야 합니다. 좌절과 포기에서 희망을 찾아 뚜벅뚜벅 걸어가는 새해를 맞아야 합니다. <다산연구소 http://www.edasan.or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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