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4.3 사건 등 섬의 아픈 과거사 ‘치유-화합’ 절실”
“제주 4.3 사건 등 섬의 아픈 과거사 ‘치유-화합’ 절실”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1.15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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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박상건 섬문화연구소 소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섬이라는 지역적 한계성도 문제라는 지적인데.

▲ 가능한 외지인들이 더 머물러주면 좋다. 당일이 아니라 1박 2일 또는 2박 3일 머물 수 있는 관광지가 아쉽다. 나도 섬사랑시인학교를 운영하지만, 섬에서 물건을 사도되는 데도 마트에서 미리 생필품 등을 사 간다. 섬 지역은 가격이 좀 비싸다.

 

- 섬의 접근성이 좋아야 한다.

▲ 지금은 빨라졌지만, 울릉도만 해도 과거에는 접근성이 문제였다. 지금은 울릉도에 일주도로가 40여 년 만에 뚫렸다. 울릉도 공항도 지금 건설 중이다. 울릉도는 1년에 30일 정도 빼고 배를 타면 거친 파도 때문에 울렁울렁 토하게 돼 있다. 한 번은 목포에서 아파트 5층 높이의 광개토대왕함을 탔는데도 토할 정도다. 울릉도 가는 해역이 그렇다. 항공편을 만들면 이런 일은 사라질 것이다.

 

- 섬은 아픈 역사도 있다. 좌우 이념대립이 극렬했던 시기에 섬사람 희생도 컸다.

▲ 하루빨리 잘못된 역사를 올바로 잡아야 한다. 내가 태어난 완도도 그렇지만 섬에는 그런 아픈 역사가 서린 곳이 많다. 완도 소안도는 일제 때 주민 10명 중 9명이 죽거나 잡혀갔던 곳이다. 특히 등대만 해도 중요한 군사요충지인 탓에 전쟁 중에 피해가 컸다. 북한이 내려오면 남쪽 편들었다고...남쪽이 북진하면 북한 편들었다고...6.25 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 개시 전까지 팔미도등대는 북한군이 점령하고 있었지만 미군이 조직한 한국인특수부대 ‘켈로(KLO)부대’가 등대탈환 작전을 펼쳐 성공했다.

팔미도등대 불빛이 밝혀지자 이를 진격의 신호로 삼아 등대 일대에 포진한 7개국7만 5천명의 병력과 261척의 연합군함대가 인천상륙작전을 개시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진도 하조도등대, 제주 산지등대 등 한국전쟁 같은 전시에는 좌우대립이 극심했던 현장이다.

 

- 여전히 진보-보수 대립이 끝나지 않고 있는데.

▲ 동서양을 막론하고 해양사 자체가 섬사람이 죽고 사는 역사 현장이다. 섬을 거점으로 삼아 먹고 사는 해적도 많았다. 소말리아 해적이 그렇고 미군이 이들 때문에 선박기술이 발전했다. 등대가 있는 곳에는 반드시 군부대가 있었다. 이걸 서로 탈환하기 위해 피나는 전투를 벌였다. 우리는 지금도 좌우가 있고 노사가 있고 이렇게 이념대립이 치열한 나라도 없다. 당파성이 너무 강해서 ‘공정’(公正)이 정체성이 애매할 정도다. 공정이란 신 이외에는 누구도 판단하기 어렵다. 우리 언론문제가 대표적인 경우다. 제주 4.3 문제에 대한 자료들이 많이 발굴됐지만, 이것 때문에 또 하나의 진보-보수 대립으로 갈리면서 한치도 앞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좌우 이념이 극렬한 시대에 여순반란사건도 있었고, 완도 같은 섬마다 치유하기 힘든 아픈 역사가 남아 있다. 어릴 때 그런 일들에 대해 들었다. 그런 섬에서 여당 쪽에서 불온 삐라를 일부 지역에 일부러 뿌려 놓고서는 삐라 신고를 안 했다고 당하고, 삐라를 가지고 있다고 당하고 그런 일이 빈번했다. 언론도 권위주의 언론이라 어디 하소연하지도 못하고 억울하게 당했다. 정권이 그랬다 하면 그걸로 끝인 시대였다.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가 지난 5월, 제1회 섬의 날을 맞아 신안군의 ‘1004섬 사진전’을 가졌다. 소감을 말한다면.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바다와 섬을 중심으로 한국 해양사를 연구하는 센터다. 인류의 고고학적 문화와 역사, 민속 등을 연구한다. 해양문화유산 전통과 원형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섬 개수는 귀신도 모른다. 어떻게 해서 신안군의 섬이 1004개인가?

 

- 섬 개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가 없다는 뜻인가.

▲ 현재 섬은 모두 3,677개인데, 이것도 대통령 업무보고서에 등장한 숫자다. 보통 섬들이 간척사업을 많이 하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데 자꾸 늘어난다. 관련 공무원들이 섬에 들어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서 무인도인 줄 알았는데 외지에서 사업하다 실패해서 고향에 돌아온 사람들이 살기도 했다. 서루에는 무인도인데 실제는 유인도다.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새로 정리할 때마다 섬은 하나씩 늘어난다. 공무원들이 섬에 출장을 갔다가 한 번 들려 본다든지 해야 하는데 이게 어려운 모양이다. 김정호 선생 지도 그리듯이 그런 섬지기 공무원이 필요하다. 희귀종 동식물도 발굴하고 해양민족 후예답게 섬을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 전국의 등대는 몇 개인가.

▲ 5,289개다. 이것은 대부분 방파제 등대고 유인 등대는 49곳이다. 49곳 중에 등대지기가 먹고 숙식하는 유인등대는 36곳이다. 등대는 해 뜰 때부터 해 질 때까지 불빛을 비춰준다. 세계의 모든 증대는 불빛을 비추는 주기가 다르다. 마도로스가 등댓불을 보고 ‘아, 저기가 어디구나!’를 위치를 알고 가는 것이다. 망망대해를 가다가 등대를 보고 일본을 지나 부산으로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풍랑이 치면 등대 부근으로 피항할 수 있다. 또는 저 배가 항로가 이상하게 가고 있는 것을 등대원이 발견하고 해양경찰에 연락도 한다. 저 배가 이상하다 신고를 한다. 요즘은 인공위성 GPS 시스템으로 2m 오차밖에 나지 않는다. 옛날에는 5m 이상 차이가 났다. 등대 불빛은 보통 40km 밖에서도 볼 수 있다. 10초에 한 번 등대 불빛이 발하면 ‘아, 저 섬은 가덕도 등대다’, 저 해안이 부산항이라고 알 수 있고 지구촌 모든 섬마다 불빛 주기가 다르다.

 

- 등대에 애착이 많은 것 같다.

▲ 등대는 좌우 이데올로기가 없다. 언제나 불빛 주기가 똑 같다. 공정하다. 최북단 대진등대는 북한 해역도 비추어준다. 오륙도나 가덕도 등대는 일본해협도 비추어 준다. 일본이 비춰 달라고 말을 안 해도 불빛을 비추어 준다. 비가 오나 바람불어도 늘 그 자리에서 불빛을 뿜어낸다. 그래서 등대는 모성애의 상징이다. 차별이 없다. 무조건적이다. 그렇게 온 바다를 비춘다.

 

- 우리가 모르는 등대의 역할을 알려 달라.

▲ 등대지기는 낮에 바다 안개가 끼거나 하면 사이렌을 울린다. 그 소리에도 또 주기가 있다. 또 배가 항구로 들어가는데 저 항구의 폭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면 오른쪽에 빨간 등대 왼쪽에 하얀 등대를 보면 알 수 있다. 배는 우측통행을 한다. 항로도 색깔을 통해 알려준다. 표식이나 표지가 없으면 바다에서 충돌한다. 배가 가면서 여기는 바다 양식장이구나 학술연구단지구나 등을 알고 항해한다. 하나의 신호등 역할을 한다. 차량이 교통사고 나듯이 배가 충돌해서 배가 고장이 나면 등대에서 빨리 배를 고치는 수리 선박을 보내준다. 그래야 다음 배가 지나간다. 특히 부산에서 많이 사고가 난다. 항해기술이 웬만큼 좋지 않으면 부산항에 들어오지 못한다. 엄청나게 해상물동량이 많기 때문이다. 가다가 등대와 박치기하는 배도 있고 또 국유재산을 훼손했기 때문에 이 배를 잡기도 한다.

 

- 아름다운 섬이 많은 우리나라가 크루즈를 활성화하면 많은 관광객이 올 텐데.

▲ 경상남도 지사와 전라남도 지사가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이 문제를 풀어달라 했지만, 알았다고만 했을 뿐 해결이 되지 않았다. 베트남 하룽베이가 아름답다고 하지만 우리도 한려수도와 관매도 등 서남해안에 얼마나 아름다운 섬들이 많은가. 우리나라 크루즈도 타고 외국의 크루즈가 들어오면 얼마나 좋겠는가. 요즘은 요트가 생활화되어 가고 있는데, 바다에 나가서 해양레저 공간을 더 제공해서 호연지기를 키웠으면 한다. 도시의 자전거 타기도 미세먼지 등 오염 때문에 건강에도 좋지 않다. 신안군이 이것을 잘하고 있다. 공기 좋은 섬에 자전거 일주 코스를 개발해 놓는 등 얼마나 좋은가. 제주도도 자전거 일주도로가 잘 되어 있다. 가다가 마음이 끌리는 곳에서 커피 한 잔을 할 수 있고 섬과 자연을 즐기며 살아가는 문화가 살아나야 한다.

 

- 섬 사랑 시인학교 캠프를 25회째 이끌어왔다. 소개한다면.

▲ 시인학교 캠프에 가면 보통 시인들은 시인끼리 작가는 작가들끼리 모여 술 마시고 하는데 관행이 있었다. 뿔뿔이 제각각 노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나는 처음부터 조를 편성해서 다니기 쉬운 장소를 찾아 시 창작을 하고, 다음날 이것을 바탕으로 백일장 회견에 나가 발표를 한다. 글쓰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갯벌에 가서 조개를 캔다. 사람들이 낚시하면 고기를 많이 잡도록 체험코스도 만들어 준다. 원래부터 등대를 주제로 하다 보니까 요즘은 등대가 많이 알려졌다. 해양수산청에서도 우리 등대도 좀 알려달라고 행사 요청이 온다. 그러면서 전국의 등대를 많이 탐방했다.

 

- 그동안 국민들이 요트를 타거나 섬을 찾는 해양레저문화가 없었다.

▲ 바다와 섬, 요트를 즐기는 레저문화를 더 많이 보급했으면 한다. 특히 직접 체험해 보며 느낄 수 있는 체험형 레저가 많아야 한다. 청소년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 학교에서 다도해 해양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교과목을 바꿔야 할 때다. 선생님이 이런 것들을 먼저 경험을 해야 가능한 일인데 안 하니까 안 된다. 자신이 마음에 들어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중학생들에게 해양문화 체험에 대해 특강을 할 때면 아름다운 곳들을 설명해주는데, 절반의 학생이 ‘우리나라도 그래요?’ 하고 놀란다. 소개한 대표적 명소가 우리나라인데...그렇게 우리나라 지리교육은 해양문화와 동떨어져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동영상이나 다양한 자료를 통한 교육을 하면 자라는 아이들이 자연스레 인문학적 상상력을 높이는데 말이죠. 오로지 대학진학이 목표이고 인성이나 소양교육이 지양되니 희망하는 수준까지 미치지 못하는 현실이다.

 

- 섬과 국토에 대해 정부와 국민에게 전할 말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전해 달라.

▲ 요즘 ‘블루오션’ 단어를 많이 사용하는데 섬 자체가 블루오션이다. 독도만 해도 대륙붕 바다 밑에 30년 동안 쓸 수 있는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다. 그 정도로 해양자원은 무궁무진하다. 바다를 개척해야 나라가 흥한다. 영국이 그런 나라 아닌가. 어릴 때부터 바다에 대한 산교육이 필요하다. 내가 섬사랑시인학교를 하고 있지만, 아이들에게 바다를 가르치면 강해지고 포용적인 인성을 기를 수 있다. 바다를 통해 국가의 미래를 여는 비전을 시멍줘야 한다. 세계무역의 현주소를 보라. 전 세계 물동량의 78%가 바다를 통해 이뤄진다. 우리는 99.7%다. 0.3%만 항공이다. 바다를 경영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양수산부 같은 부서를 경쟁력 있는 부처로 키워야 한다. 바다와 식품과 경제분야, 요트와 레저 분야 등에 많은 예산을 들여 집중 투자해야 한다. 그게 해양국가의 경쟁력이다. 크루즈만 해도 국내에 입국하려면 8가지 법적제재가 얽혀 어렵다. 그러면서 외국의 크루즈유치에 비중을 두는 것은 문제가 있다. 크루즈를 우리 청정해역에서 운항하면서 얼마든지 아름다운 섬과 바다를 관광할 수 있는데 왜 안 하는지 답답하다. 섬을 돌면서 1박 2일 묵으면서 조개도 줍고 섬 문화 체험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가. 단지 관련 법률 때문에 안 된다면 고쳐야죠 관련법을. 해양강국이 우뚝 서는 길은 대한민국이 세계에 우뚝 서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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