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시인 / 수필가
박종민 시인 / 수필가

[위클리서울=박종민] 요즘 들어 끝이 어디쯤 일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저조한 경기 흐름과 쇠락을 거듭하는 경제지표에 설상가상 격으로 시시각각 벌어지고 터져 나는 대형사건과 재해사고 소식에 불안해하는 국민이 부쩍 늘었다.

신문언론방송에 머리기사로 보도되는 크고 작은 재해사건사고 현장화면을 볼 때마다 마음이 시리고 아프며 가슴이 쪼그라들어 온다. 그때마다 마음을 다잡으며 난 괜찮겠지, 우리 가족과 내 친인척들은 별일 없겠지, 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해 보지만 마음 안에 자리 잡았던 믿음이 갈수록 자꾸만 깨지고 있다.

자괴감도 생겨나고 허탈감과 함께 공허함이 커가고 있다. 그동안 안존해온 내 삶에 대한 불확실성이 엄습해오며 나의 영육을 짓누른다. 내일을 상실해가는 것이다. 지속되는 미증유의 사태를 어찌해야 할까? 갈피를 잡을 길이 없다. 누구 말마따나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세상으로 가는 걸까?
     
  서울 지하철 열차에서 의미 있는 광고를 봤다. 「1000번 생각하고 1001번째 선택해 결정했다」는 어느 회사의 홍보문구이었다. 언뜻 보기엔 말로만 쉽게 허투루 내세우는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엉뚱한 주장이다 싶었다.

지극히 희화화한 내용과 이미지라 여겨지고 너무나도 지나치게 과장된 메시지라고 생각했다. 시끌벅적한 승객들 틈새에 끼어서 광고의 내용과 의미를 곰곰이 되새겨봤다. 이런저런 내가 살아온 날들과 살아가는 오늘의 현실을 연결지어가며 진지하게 숙고해봤다.

결론은 광고의 요하는 바가 지당한 얘기란 게 나의 견해다.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각을 한 번쯤 들여다보자. 정부 부처나 학계를 비롯한 많은 지도자급 사람들이 중요한 사안들도 대수롭잖게 여기며 간과한다. 생각 자체를 아니 하며 생각을 하려고도 않는 것이다. 무상무념으로 넘기고 그냥 그대로 지나치고 있는 것이다. 그저 쉽게만 생각한다. 

  돌아보니 나 자신이 그렇고 나의 주변 사람들이 그렇고 이웃과 마을주민들이 거개가 그렇다. 무사안일인지 안일무사인지 태연하고 태평하기만 하다. 거기에 사고의 개연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 아니겠나. 우리나라 좁디좁은 땅덩어리 안에 50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다.

많은 인구가 살아가다 보면 높은 인구밀도만큼이나 온갖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고 발생하기 마련이다. 우리 국민 대부분은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인정하듯 빨리빨리 문화에 깊숙이 빠져온 근성에 속수무책 매사를 서두르기 짝이 없는 성미를 지니고 있다.

생각 없이 웬만한 일은 그대로 지나친다. 사안을 그냥 두고 지나쳐가는 건 생각이 짧거나 무모한 짓이다. 이런 것쯤은 괜찮겠지 하면서 업신여기는 것이다. 한마디로 깐보고 얕보고 무시하며 자만에 빠지는 것이다.

  괜찮다고 여기는 것 자체가 사건·사고의 조짐이며 시그널이다. 무지무모의 전횡이다. 자만이며 만용이다. 사물에 대한 사려가 없고 유추나 사색을 하질 않는다는 것이다. 그런 전제하에 사건·사고가 끊임없이 터져 나는 게 아니겠나.

인간이 어찌할 수가 없는 불가항력적 정황 아래 발생되는 자연재해는 인간의 한계영역을 벗어났기에 사람이 죽고 상함은 사상(死傷)이 되겠지만 예방할 수가 있음에도 빚어지는 재해사고 속 죽음은 살생(殺生)인 것이다.

사람이 사람의 잘못된 생각으로 인해 사람을 죽이며 상하게 하는 살상(殺傷)행위인 것이다. 경제를 죽이고 민심을 이반하고 인격을 말살하고 교육문화예술에 상해를 끼치는 행위 역시 마찬가지이리다. 매사 쉽게만 생각하는데 근본 원인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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