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권자 수준 높아져야 경제정책·경제개혁 가능"
"주권자 수준 높아져야 경제정책·경제개혁 가능"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1.23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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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인터뷰]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대학 명예교수-3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2회에서 이어집니다.>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대학 명예교수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김태동 성균관대학교 경제대학 명예교수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한국의 입장도 마찬가지 아닌가.

▲ 중동국가의 유일한 무기인 석유마저 무력화시키는 나라가 미국이다. 우리도 중동처럼 미국으로부터 얼마나 멸시를 받고 있나. 일본 종군위안부 문제나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GSOMIA) 양보 강화 등이 그렇다.

여기에 우리는 남북분단 문제라든가 이런 것 등으로 묶여 있다. 이란에 대해서 미국은 더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 트럼프가 11월에 당선되기 위해서 중동 등 외국에서 얼마든지 뭔가를 할 수 있다. 반면에 미국 국내의 이민자 문제에 대한 정책을 거꾸로 하고 있어서 여러 가지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 우리가 할 방법은 무엇인가.

▲ 더 철저히 주권자들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높아진 시민들이 요구하는 경제정책과 경제개혁 등을 하는 것 만이 우리가 스위스나 북유럽 같은 자본주의 국가들처럼 갈 수 있다. 이 나라들은 소국이면서도 미국과 독일의 영향을 덜 받는다. 독일은 동독과 서독으로 분단됐을 때, 미국과 대등한 외교를 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을 4월에 가졌다. 초기에 이 문제를 잘 이끌어 갔다가, 네고시에이터(Negotiator) 즉 협력자로서의 동력을 트럼프 정부에서 계속 유지시켜 오지 못했다. 이것은 전반적인 미국과의 경제-안보문제 등에서도 나타난 자강불식(自强不息, 스스로 힘써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쉬지 않음)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 방향이 문제라는 지적인데.

▲ 우리는 미국이나 일본 중국보다도 대외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는 취약한 나라다. 만약 양극화를 축소 시킬 수 있고, 말 그대로 공정사회와 공정경제를 만든다면 그 자체가 가장 큰 개혁이 되는 것이다. 그런 나라를 자본주의 국가에서 찾기가 드물다. 그런 나라는 몇 나라가 없다.

프랑스나 영국도 하지 못했다. 영국은 우리보다 훨씬 더 민주주의 역사가 긴대도 불구하고 브렉시트(BREXIT)를 통해 유럽에서 빠져나가려 하고 있고, 유럽과의 무역에서 자꾸 축소지향으로 나가려는 잘못된 결정을 하고 있다. 우리는 잘하는 나라로부터 좀 더 배우고, 잘못된 나라에서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서 자강불식을 해야 한다.

 

- 그런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 지금 여와 야의 갈등은 물론이고, 여야 정쟁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다.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는 여당이라도 그중에 한 발짝이라도 앞서 나가는 소수 국회의원 20명 정도의 의원들이 주도권을 잡았어야 한다.

정당 내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했고, 규제 완화나 노동조건을 더 나쁘게 한다든지 정보통신 혁신이라는 미명하에 ‘묻지마 규제 풀기’를 했다. 금산분리를 실질적으로 무력화하거나 여러 가지 퇴행적인 ‘이명박근혜’ 정권과 같은 무력함을 보였다.

 

- 미국 선거 후 경제전망은.

▲ 미국경제가 11월 선거가 지나고 나면 후퇴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면 중장기적으로 트럼프가 재선되거나 안 되어도 미국은 다시 적 또는 악의 세력을 만들어 이득을 노리는 정치적인 세력이 나올 것이다.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까지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 국제경제 질서가 2차대전 전후의 IMF나 GATT, WTO 체제에서 근본적으로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소위 미국의 자유무역체제가 ‘중국 때리기’라는 정책이 강화될 것이다. 그러면 한국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원화 가치는 어떤가.

▲ 한국의 원화는 우리보다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중국의 위안화보다도 국제적인 지위가 낮다. 일종의 ‘소프트 커런스’(Soft Currency)다. 12년 전인 2008년에 우리가 아시아에서 원화 가치가 최약의 통화로 불룸버그 등 외국 경제지로부터 야박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우리의 국가신용도는 그동안 많이 올라갔다.

거의 미국과 일본과 어깨를 나눌 정도다. 그러나 외국인들이 원화를 가치의 저장수단으로 사용해야 하는데, 그 점은 아직 되지 않고 있다. 일본만 해도 이미 80년대 중반에 플라자 합의에 따라 IMF가 엔화유통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하드 커런시’(Hard Currency)라는 경화의 지위를 획득했다.

 

- 미국 주도의 경제 질서에 문제가 있다면.

▲ 2008년 미국의 잘못으로 자기들이 금융과 부동산 금융위기가 일어나 다른 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으면서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진정한 정치인이라면 자국민에게 진정성 있게 미국 자본주의 시스템에 이러이러한 취약점이 있어서 이것을 고쳐가겠다고 말해야 한다.

하지만 그런 정치인은 없었다. 70~80년대에 미국에서 그랬던 민주당 후보가 참패한 적이 있었다. 만약 진보적인 민주당의 정치인이 선거에서 후보자로 나온다면, 물론 지금보다 훨씬 더 유권자 의식이 건전할 때를 말하는 것이다.

어쨌든 우리는 70년대 박정희 정권 때부터 수출주도로 성장해 왔다. 현재 포용 성장이든 소득 주도 성장이 됐든 분배를 좀 더 공정하게 만들어가야 한다. 또 부동산 시장에 의한 재분배를 덜 불공정하게 만드는 것을 평가할 때 10점 만점에 1점이라도 받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불공정한 경제 체질도 문제인데.

▲ 먼저 국내의 잘못된 경제 체질을 바꿔야 한다. 미국은 민주국가인데도 선거 때가 되면, 거짓 언론에 의해 유권자들의 판단력이 흐려진다. 한국 국민보다 판단력이 과연 높은가에 대해서 회의적이다.

그러면 우리의 강점이 무엇인가. 그나마 촛불혁명을 성공시켰고 미국과 프랑스 등 유럽 선진국에 우리가 내세울 만큼 시민들의 정치적 수준이 높아졌다. 중국은 중국대로 문제가 있다. 불로소득이 많고 양극화, 부정부패가 심하다.

미국도 상당히 불공정한 나라다. 불공정한 나라들이 국내에서 좀 더 공정하고 외국과의 선린관계와 개방하면서 나갈 생각도 보이지 않는다. 기득권층들이 책임을 외부세계로 돌릴 가능성이 계속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이란과 전쟁을 한 것도 그런 요인에 있다. 트럼프 정권 이전부터 베트남전 등 중동의 특정한 나라를 통해 이익을 취했다. 1970년대 노벨 평화상을 받은 카터 전 대통령도 중동을 악용하려다 서툴게 하는 바람에 단임으로 끝나기도 했다.

 

- 마지막으로 남길 말이 있다면 전해 달라.

▲ 정부가 여전히 방향을 못 잡으면서, 정권 유지를 말하고 있다. 청와대가 제대로 된 정책을 통해 큰 틀에서 기본적인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지 못하면, 당이 나서서 제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 둘 다 이렇다 할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우리 내부의 힘 또는 정치인들의 힘, 정당의 정책 영향, 낡은 헌법 하나도 바꾸지 못하는 문제 등이 이번 총선에서 변수가 될 것이다. 4월 총선에서 주권자들의 힘으로 최소한의 개헌을 할 수 있도록 또는 힘이 되도록 문재인 정부에서 노력하지 못했다. 3년이 지나도록 큰 변화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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