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중 외 9명 지음/ 글항아리

ⓒ위클리서울/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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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지난 2017년 서울 강서구에서는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한바탕 소동이 있었다. 혐오시설이라는 이유로 학교 개설을 반대하던 주민들에게 장애학생들의 부모가 무릎을 꿇고 호소한 이 일은 시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인구 절벽에 봉착하면서 폐교되는 학교는 늘어가는데 정부의 교육과정은 수차례 바뀌어왔다. 가장 괴로운 이들은 아이들이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학교생활과 새벽까지 이어지는 입시 공부. 이런 대한민국에서 청소년의 사망 원인 1위는 ‘자살’이다. 교육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뭔가 잘못된 것은 아닐까? 경향신문 특별취재팀은 수많은 궁금증을 안고 교육의 미래를 찾아 세계 여러 나라로 떠났다.

취재팀은 세계의 ‘낯설고 이상한 학교들’을 방문하여 학생들의 생기와 희망 그리고 행복을 카메라에 담았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학교의 현재 속에서 우리 교실의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았다. 우기가 되면 호수가 범람하여 학교에 가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방글라데시 ‘플로팅스쿨’,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러시아 에벤족의 ‘유목학교’, LGBTQ 학생들이 더 이상 소수자로 느끼지 않도록 보호하는 미국의 ‘하비밀크 고등학교’, 마사이 소녀들을 악습에서 구한 ‘나닝오이 여학교’ 등 총 열두 군데의 학교에서 가난 속에서도 세상을 마주하는 법을 배우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상한 나라의 학교』는 교육의 미래에 대한 해답을 학교에서 찾고, 진정한 교육의 의미가 무엇인지 우리에게 고민의 씨앗을 심는다.

“성소수자 아이들의 존재 자체를 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곳을 만들었어요. 이성애자가 압도적 다수인 환경에서 그 아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려고 합니다.” 헤트릭마틴재단HMI이 설립한 하비밀크 고등학교는 일반 학교와 조금 다른 ‘트랜스퍼 스쿨’이다. 일반 학교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이곳으로 전학 온다. 매년 60명 안팎의 소규모로 운영되는 이 학교는 개교 당시 “성소수자 청소년들이 괴롭힘당할 걱정 없이 다닐 수 있는 학교”로 환영받기도 했지만 “수학에도 ‘게이 수학’이 따로 있느냐”며 반감을 드러내는 이들의 격렬한 항의에 부딪히기도 했다.

HMI는 미술, 춤, 노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비롯하여 대학에 진학하고 싶은 아이들을 도와주는 프로그램 또한 개설해놓았다. HMI의 선임 프로그램 디렉터 브리짓 휴스는 “성소수자 아이들 중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하는 이가 많다”며 “어떤 학생들은 학교 다니면서 한 번도 안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런 공간이 생기니까 그냥 와서 가만히 있는 것만으로도 위로받는 거죠”라고 말했다. 실제로 하비밀크 고등학교는 아이들이 감정을 마음껏 드러내고 사회적 시선에도 좌절하지 않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를 방증하듯 학교 곳곳에는 성별이나 장애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성 중립’ 화장실과 이야기를 털어놓는 상담실, 홈리스 아이들이 짐을 보관할 수 있도록 캐비닛이 설치되어 있다. 또 한 해에 두 번씩 학생들을 대상으로 HIV 검사를 시행하며 심지어 관공서에 혼자 가기 싫어하는 학생의 대리인(보호자)으로 직원들이 나서기도 한다. HMI 직원 게이브리얼 블라우는 “어떻게 보면 여기가 아이들에게는 하나뿐인 데다 가장 안전한 곳이에요. 여기야말로 이상하고 아름다운 학교죠”라고 말했다.

획일화된 교육을 받으며 모두가 똑같은 목표를 강요받는 한국 학생들은 지구 반대편에서 거북이와 함께 수업하고 텃밭을 가꾸며 꿈을 키우는 갈라파고스 아이들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이 책에 등장하는 ‘이상하지만 행복한 학교’들은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행복한 미래를 맞을 수 있을지 격렬하게 고민한 사람들의 흔적과 영혼이 새겨져 있다. 그리고 이제 우리의 손에 그 고민의 열쇠를 쥐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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