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 탐방기] 국립민속박물관: 미역과 콘부 1편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국립민속박물관에서 특별전 ‘미역과 콘부 – 바다가 잇는 한일 일상’이 열렸다. 작년 10월 2일부터 올해 2월 2일까지 경복궁 내에 위치한 기획전시실이었다. 작년부터 악화된 한일 관계의 갈등 속에서 어떤 목적과 시선이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알아보고자 박물관에 다녀왔다.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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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과 일본 국립역사민속박물관이 협업한 결과물이다. 두 나라의 대표 박물관이 모여 이웃한 국가의 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친근감을 느끼는 계기를 제공하자는 목적이었다. 이를 위해 한일 양국의 일상적 음식인 미역과 다시마로부터 출발해 비슷하면서도 다른 일상을 보여주기로 했다. 전시의 구성 역시 두 나라를 이어주는 바다를 중심으로 1부 ‘바다를 맛보다’, 2부 ‘바다에 살다’, 3부 ‘바다를 건너다’로 이루어졌다.

국립민속박물관
ⓒ위클리서울/국립민속박물관 

바다를 둘러싼 한국과 일본의 일상은 지정문화재를 포함한 다양한 자료, 영상, 사진 등으로 표현되었다. 제주 해녀의 적삼, 청새치 작살 어구부터 일본 후쿠오카시의 설날 장식, 갯벌 어업을 그린 그림까지 있었다. 실물 자료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통해 낚시 방법을 친절하고 흥미롭게 설명하고, 생선 가게의 모습을 영상으로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전시에 직접 방문하지 못한 이들을 위해 지금부터 전시장의 입구에서 출발해 작지만 알찬 공간의 이야기를 찬찬히 소개하려 한다. 일본불매운동에 동참하지 않는 이를 ‘이시국’이라 부르는 신조어까지 등장한 시기지만, 이럴 때일수록 우리와 상대의 생활과 문화를 역사부터 되짚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생선가게 풍경이다. 각국의 가게 주인을 실물 크기의 영상으로 담아 두 주인이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재현했다. 가게에 진열된 생선의 사진과 모형까지 더해 생선가게의 풍경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가게 주인들의 대사는 계산된 타이밍과 대본을 통해 실제 대화 혹은 연극처럼 느껴진다. 전시의 첫 시작부터 해산물이라는 주제 소재에 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전시에 온 것을 환영하는 느낌 역시 함께 전달된다.

프롤로그를 지나면 1부 ‘바다를 맛보다’가 시작된다. 그 중 ‘맛의 기본이 되는 해산물’ 파트는 일본의 ‘다시’(육수)와 한국의 젓갈로 구성되고, 두 번째 ‘의례와 해산물’은 양국의 의례와 해산물을 다룬다. 모든 파트는 전시 물품을 보여주기 이전에 이들을 전시하기로 한 이유와 그 중요성이 담긴 설명문이 먼저 등장한다. 이를 읽고 나서 진열된 물품을 보면 일상에서 친숙한 식재료를 유의미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어쩌다 이러한 음식을 먹기 시작했는지, 어떤 조리방법을 택하는지 등에서 그 지역의 환경과 문화를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비슷한 재료를 갖고도 다르게 조리하는 양국의 생활상에서 친숙함이나 서로의 개성을 발견할 수 있다.

 

ⓒ위클리서울/김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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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첫 번째 순서인 만큼 가볍고 친절하다. 일식이나 한식을 접하지 못한 관람객이 있을 수 있어 기본 재료로 쓰이는 해산물의 모형부터 공산품까지 나열했다. 설명과 진열품을 각기 나눠서 배치한 덕분에 이들을 오가며 분산되는 시선과 집중력을 한 데 모으는 효과도 있다. 다만 두 번째 파트인 의례와 해산물은 너무 큰 물품들에 공간을 할애하느라 자세한 설명을 놓친 측면이 있다. 어떤 의례인지, 이런 해산물을 사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등 각각의 설명이 함께 주어져야 헷갈림 없이 이해할 수 있겠다는 피드백이 남기도 했다.

2부 ‘바다에서 살아가다’는 ‘어부의 기술’과 ‘어촌과 어민 신앙’으로 이루어진다. 첫째는 갯바위 어업, 조수와 갯벌, 태평양의 참치어업으로 구성되고, 두 번째는 마을 신앙, 용궁과 용왕, 장군과 ‘에비스’를 다룬다. 입구에 들어가면 바다의 파도 소리와 함께 큰 배가 눈에 들어온다. 텍스트가 가득한 전시 공간에 있다가 넓게 트인 장소로 이동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환기가 되는 공간이다. 무엇보다 본격적으로 바다와 관련된 이야기가 시작된다는 점을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벽에 위치한 스크린에서 바닥까지 확장되는 바다의 영상이 좁은 공간을 더욱 넓어보이게 하고, 생생한 바다 소리까지 더해 관람객은 시각적이고 청각적인 심상을 모두 누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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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의 첫 파트는 어업이다. 전시 제목과도 연관된 일본의 다시마 어업과 한국의 미역 어업에 관한 설명이 제시된 후에는 어업과 관련된 배와 도구 등이 전시된다. 입구에서부터 눈에 띄는 큰 배는 실제 일본에서 사용하는 어업용 배다. 거대한 물품이 필연적으로 한계가 있는 실내 전시 공간의 답답함을 해소시켜주고, 실제 도구를 통해 어업 방식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어업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 간단하게 설명하는 애니메이션과 드론이 풀샷으로 촬영한 화면 역시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후반부 ‘어촌과 어민 신앙’은 준공공영역의 담론을 다루며 관람객의 흥미를 가장 많이 끄는 구간이다. 전시의 핵심 소재인 미역과 다시마가 다소 딱딱하고 어려운 어업과 연계되기 때문에 그 뒤에 관람객에게 친숙할 수 있는 어촌의 풍경과 어민 신앙을 배치한 섬세함이 보인다. 전반적으로 한국과 일본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하고, 양국의 어민 신앙을 영상과 인형 등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다만 전시의 소주제에 불과해 극히 일부의 부분만을 다룬다. 전시 주제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내용이 나올 수 있는데다 관람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파트이기 때문에 분량을 늘려도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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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식을 듣자마자 이 시국에 굳이 한일의 해산물 문화 전시를 기획하는 의도가 궁금했다. 직접적인 역사와 갈등 이야기를 다루는 것도, 무조건 화해하고 공생해야 한다는 주제도 아니어서 특별한 정치적 메시지를 발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를 둘러보고 목적을 설명하는 글을 읽으며 오래 전부터 전시가 기획되어왔고 특정 시기나 사건과는 전혀 연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차치하고 전시 자체만 봐도 서로의 생활상과 문화에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고 이웃나라로서 주고받은 영향을 정리하는 것뿐이었다. 무엇보다 어업이나 의례 등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지만 보기 어려운 영역의 문화를 전시로 구성해 살펴볼 수 있어 유익한 측면도 있었다. 3부와 에필로그는 분량 상 다음 편에서 다룰 예정이다. 어민들의 문화와 바다에서의 역사적 갈등 등 보다 깊은 이야기가 준비되어 있으니 기대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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