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끝을 알기에…
어쩌면 끝을 알기에…
  • 김준아 기자
  • 승인 2020.02.12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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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주나 캐나다 살기-14회] 캐나다 워킹홀리데이
 캔모어에서 3달을 살며 이곳을 정말 사랑하게 되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여행은 살아 보는 거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광고 문구이다. 좋아하는 걸 실행하고자 무작정 캐나다로 왔다. 여기서 무엇을 하고, 어떤 사람이 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그저 로키 산맥에서 살아 보고, 오로라 보러 다녀오고, 나이아가라 폭포가 보이는 곳에서 일 해보고, 캐나다 드라마에 출연하고 싶다. 내 꿈은 소박하다. 캐나다에 도착한 순간 다 이룰 수 있는 꿈이 되었으니까. 꿈을 좇는 그 열네 번째 이야기.

여행을 떠나기 전, 한국은 돈이 많으면 참 살기 좋은 나라라고 생각 했다. 그런데 여행을 하다 보니 한국은 돈이 없어도 살기 좋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나의 돈에 대한 기준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캔모어에서 세 달을 살며 이곳을 정말 사랑하게 되었다. 하지만 캐나다를 사랑하는 건 아니다. 캐나다에 비하면 한국은 정말 편한 나라다. 해외에 살아보니 한국의 수많은 장점이 보인다. 당연했던 것들,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의료보험 혜택을 한국에 비해 받기 힘들지만 어린 아이와 노인들이 살기는 참 좋은 나라이다.
의료보험 혜택을 한국에 비해 받기 힘들지만 어린 아이와 노인들이 살기는 참 좋은 나라이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1. 의료보험

캐나다는 의료비가 무료이다. 물론 주마다 기준이 다르다. 캔모어가 속해있는 알버타주는 거주지와 워킹비자만 있으면 보험료도 내지 않고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얼마 전,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헬스케어(의료보험) 카드를 가지고 병원에 갔다. 예약을 해야 한다고 다음 날 다시 오라고 했다. 다음날로 예약을 해주는 게 아니라 예약을 하기 위해서 말이다. 다음날 다시 방문해 예약을 했다. 그리고 집에 갔다가 다시 예약 시간에 맞춰 병원에 갔다. 차트를 작성하고 진료실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의사가 들어왔다. 우리나라는 담당 의사가 있는 방으로 환자가 들어가는 시스템인데 캐나다는 내 진료실에 의사가 들어오는 시스템이다. 

의사를 만나 열심히 나의 상태를 설명했다. “예전에 무릎을 다쳐서 깁스를 한 적이 있는데 지금 그 쪽 무릎이 굽혀 지지가 않아. 계단을 내려가는데 너무 아파.” “그래? 언제부터 아팠는데?” “일주일 정도 되었어.” “그래? (잠시 만져보더니) 일주일 후에도 아프면 다시 와.” “뭐라고?” “계속 아프면 다시 오라고.” 그렇게 의사가 진료실을 나갔다. 아파서 갔는데 계속 아프면 다시 오라고? 너무 화가 나서 캐나다 친구에게 말했더니 본인은 그래서 병원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전문의를 만나야 엑스레이도 찍고 치료도 하는데 전문의를 만나기까지가 정말 힘들다. 그렇게 진단도 처방도 받지 못하고 집에 돌아와 인터넷을 보며 운동과 마사지로 자가 치료를 했다. 물론 각종 암을 비롯한 큰 병은 우선순위로 치료를 해준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에서처럼 감기, 장염 등은 병원에서 해주는 게 없다. 게다가 약은 보험처리가 되지 않아 굉장히 비싸다. 한국 병원비와 약값을 더한 금액보다 더 비싸다.

 

대중교통이 불편해서 자동차 운전이 필수인 캔모어. 하지만 한국보다 카풀 시스템이 잘 되어있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2. 대중교통

캔모어에서 옆 동네 밴프를 가는데 버스로 30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 거리의 버스비는? 무려 편도 6불. 대학로에서 서울역까지 가는데 버스로 5400원에 간다고 생각하면 물가가 어느 정도 감이 올 거다. 게다가 한인 식품 등을 구입하기 위해 1시간 거리에 있는 도시 캘거리까지 이동하는 건 가격 뿐만 아니라 수단 조차 찾기 힘들다. 그나마 내가 지냈던 성수기에는 주말에 하루 3번 운행하는 10불 가격의 버스가 다녔다. 그 외엔 공항까지 가는 60불짜리 버스를 타야 하거나, 다운타운에서 도보 30분 거리에 떨어진 곳에 가서 30불짜리 버스를 타야한다. 이마저도 하루에 2∼3회 운행한다. 당연하게 지하철을 타고, 당연하게 환승을 하고, 당연하게 버스를 타는 한국과 너무 다르다. 지역마다 차이는 있고, 대도시에 가면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는 편이지만 한국보다 2배는 비싸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토론토 지하철에서는 핸드폰도 안 터진다.

 

캐나다도 대부분 와이파이가 설치되어 있다. 한국에 비해 느릴 뿐.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3. 인터넷

인터넷 이야기도 뺄 수 없다. 40GB 파일을 올리는데 3박4일 동안 24시간 내내 노트북을 켜놔야 했다면 믿을 한국인이 얼마나 될까? 그 믿기 어려운 일을 내가 직접 겪었다. PC방에서 게임을 하다가 끓인 라면을 시키면 자리로 가져다준다는 걸 알게 되면 이곳 사람들은 한국으로 이민 갈 지도 모른다.

 

사람도 조심해야 하지만 곰도 조심해야 하는 캔모어.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4. 치안

한국도 범죄는 여전하지만 단 한번도 한국에 살면서 총기나 테러 위협을 느낀 적은 없다. 적어도 길을 걷다가 낯선 사람이 말을 걸을 때 ‘대답을 해야 지나칠 수 있을까, 대답을 피해야 지나칠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경험은 없으니까 말이다. 새벽까지 놀아도 안전한 것이 한국의 장점인지 단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의 치안은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신기한 건 경찰인권은 우리나라보다 높은데 가벼운 소매치기나 좀도둑은 수사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사진가을과 겨울 사이의 캔모어.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5. 사계절

요즘 한국의 여름은 동남아 만큼 덥고 습하고, 겨울은 캐나다 만큼 춥다. 하지만 여전히 벚꽃과 단풍이 피고, 여름엔 물놀이, 겨울엔 썰매장을 갈 수 있는 예쁜 나라가 한국이다. 캐나다의 겨울은 무려 약 8개월이다. 캐나다 여행을 다니며 “이 지역은 여행 최적기가 언제야?”라고 물어보면 모두 “7, 8월이야”라고 말한다. 두 달 내내 매일 여행을 다녀도 다 다닐 수 없는 면적을 가졌으면서 1년에 2달만 날씨가 좋으면 어쩌란 말인가.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채소와 고기 그리고 영양제는 한국보다 저렴한데 이렇게 장을 보고 나면 항상 100불(약 9만원)이 넘는 이유는무엇일까?
채소와 고기 그리고 영양제는 한국보다 저렴한데 이렇게 장을 보고 나면 항상 100불(약 9만원)이 넘는 이유는무엇일까?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6. 안정적인 물가

동남아부터 오세아니아, 유럽, 북미 여행까지 해본 결과 우리나라 물가는 나름 안정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동남아 물가는 굉장히 저렴하지만 그들의 수입도 그 정도이다. 캐나다 시급은 한국보다는 조금 높은데 (알버타주 최저임금 15불, 온타리오주 최저임금 14불) 물가는 우리나라의 2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주마다 법이 달라서 세금도 다르다. 이것은 물건을 살 때 지역마다 붙는 세금이 다르다는 걸 뜻한다. 그래서 물건을 살 때 가격표에 적혀 있는 가격을 생각하면 안 된다. 심지어 식당에 가거나 사람에게 서비스를 받으면 팁까지 줘야한다. 미용실에 한번 갔는데 여자 머리 커트가 45불 이었다. 거기에 세금 5%(알버타 주가 그나마 저렴하다. 온타리오주는 13%가 붙는다)가 붙어서 47.25불이 되었는데 거기에 또 팁 15%를 내서 54.33불을 냈다. 간단하게 머리 커트를 하는데 5만원이 들었다.

 

찍먹을 선호하는 사람으로서 감자튀김 위에 소스를 뿌리는 건 굉장히 힘들다. ⓒ위클리서울/김준아 기자 

7. 음식

한국은 모든 음식을 한식화 한다. 심지어 잘 한다. 피자도 햄버거도 파스타도 한국이 더 맛있다. 그리고 한식을 먹으러 가면 다양한 반찬이 있고, 심지어 리필도 무료다. 반면 캐나다 음식은 나와 맞지 않는다. 다양한 인종이 살아가기에 전 세계의 음식을 맛 볼 수 있지만 캐나다 음식이라고 할만한 특별한 건 없다. 그나마 푸틴 정도? 푸틴은 감자튀김위에 여러 가지 토핑을 올려서 먹는 요리다. 이걸 요리라고 하기엔 민망하다.

캐나다 생활을 하면서 한국이 정말 그립고 소중하게 느껴지고 있다. 누군가는 내가 외국에서 살 것 같다고 말했고, 누군가는 내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지낼수록 돌아가야만 하는 이유와 한국에서 살고 싶은 이유가 명확해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일은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법. 그 무엇도 장담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난 정말 예전보다 우리나라를 더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캐나다 생활을 마무리 할 때 쯤 나는 캐나다를 어떻게 생각하게 될까? 시작이 있었기에 끝도 있는 캐나다 생활. 어쩌면 끝을 알아서 더 이상은 정을 주지 않기 위해 틈틈이 한국을 그리워 하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든다. 캔모어를 사랑하지만 한국이 그리운 나는 오늘도 여행길이다.

 

김준아는...
- 연극배우
- 여행가가 되고 싶은 여행자
- Instagram.com/junato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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