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지방, 양분된 시장 전국적 투기 막아야”
“수도권-지방, 양분된 시장 전국적 투기 막아야”
  • 한성욱 선임기자
  • 승인 2020.02.19 09: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층인터뷰]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2회

[위클리서울=한성욱 선임기자]

<1회에서 이어집니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위클리서울/ 한성욱 선임기자

- 정권마다 ‘부동산 경기 부양’ 유혹을 버리지 못하는데.

▲ 일반적으로 정부는 ‘성장과 고용’에 굉장히 사활을 건다. 가장 손쉬운 게 부동산을 통한 경기 부양이다. 그런 유혹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노태우 정부가 부동산 투기 억제 기틀을 잡아놓았고, 김영삼 정부가 그대로 승계했다.

1990년대 이후, 2000년 초반까지 10년 동안 대한민국의 부동산 시장은 건국 이래 최고의 안정기였다. 이 시기가 거의 유일하다. 가격은 하락했고 오르지 않았고 투기도 없었다. 오히려 1997년 IMF가 닥치면서 부동산 가격은 더 폭락했다. 황금의 10년이었다.

 

- 역대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책은 어땠는지.

▲ 10년의 안정기를 맞은 것은 김영삼(YS) 정부가 설계를 잘했기 때문이다. 노태우 정부의 1기 신도시개발로 아파트가 엄청나게 공급이 늘었고 기본 총량이 늘었지만, 강력한 투기수요 억제책을 썼던 것을 김영삼 정부가 대체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투기할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다. 이후 김대중(DJ) 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동산정책이 혼선을 빚었다. 당시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려는 강한 의지가 있었지만, ‘3대 버블’이 일어났다.

첫 번째가 ‘벤처버블’이다. 많은 IT 기업들이 파산하기도 하고, 일부는 주가가 뛰기도 했다. 지금의 네이버나 다음이 그때 만들어진 회사다. 두 번째 ‘카드버블’은 상당히 좋지 않은 결과를 낳았다. 길거리에서 신용이나 소득을 불문하고 카드를 발급해줬다. 당장은 카드를 긁어 소비가 이뤄져 성장률은 올라가지만, 그 몫은 다음 정부가 감당해야 한다.

참여정부 때 카드대란이 일어난 것도 그 때문이다. 외환위기를 빨리 탈출해야 한다는 강박감 때문에 억지로 끌어 올린 결과다. 마지막으로 가장 심각했던 ‘부동산 버블’이다. 카드는 제한적이지만 부동산은 전 국가적인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모든 정책에는 명암이 있다. 동전의 양면과 같다.

 

- 2000년 이후 부동산 시장을 말해 달라.

▲ DJ정부 중반기에 부동산을 활성화하기 위해 양도세 등 모든 규제를 다 풀었다. 1997년 IMF 위기 때, 사람들이 잘못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의식이 생기면서 주춤했다가 다시 투기가 일기 시작했다. 2000년부터 꿈틀대던 부동산 가격이 2002년에 본격적인 붐이 일었다.

10년 동안 안정됐던 시장이 투기장으로 변했다. 노무현 정부가 안정화를 이뤘다면, DJ정부는 부동산투기에 불을 붙였다. 문재인 정부도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붙인 부동산투기 시장을 승계했고, 과열된 시장의 불을 끄려는 소방수 역할을 하려 했지만, 그렇지 하지 못했다.

 

-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는데.

▲ 사실 강남과 서울의 몇몇 지역 아파트들이 엄청나게 올랐던 때도 참여정부 때다. 특히 서울 즉, 흔히 말하는 ‘버블세븐’ 위주로 해서 가격이 엄청나게 올랐다. 지금 현재 강남의 아파트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올랐다. 평당 1억이 넘는 곳도 있다. 2000년까지만 해도 강남 아파트들은 조금 비쌌고 엄두를 못 낼 정도는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아파트 급등 현상은 급격했던 글로벌 시장변화 때문이다. 그때는 세계의 나라들도 투기 열풍이 불고 있었을 때였다. 한국은 오히려 양호한 편이었고, 가격도 덜 올랐다. 노무현 정부가 소방수 역할을 잘했다. 참여정부 때 지방의 부동산 가격도 상당히 안정됐다.

 

- 한때 금융위기로 세계가 혼돈상태였다.

▲ 2008년에 미국에서 전대미문의 부동산가격 폭등이 있었다. 일명 ‘서브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tgage) 사태다. ‘붐 앤 버스트’(Boom and Burst)가 터진 것이다. 2000년대 내내 미국의 부동산 가격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곳곳에 투기도 만연했다. 대출자격이 안 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와 집을 사도록 돈을 마구 풀었다.

결과는 부동산 버블로 이어졌고, 가격이 너무 오르면서 시장이 붕괴했다. 반면에 한국은 노무현 정부가 상당히 애를 써서, 종부세라든지 LTV(Loan To Value Ratio, 주택담보 자산가치 비율), DTI(Debt To Income, 총부채상환비율)를 도입하면서 레버리지(Leverage, 차입)를 적극적으로 통제했다.

다른 외국에 비해 가격상승을 잘 억제했고 선방했다. 그런데 ‘버블세븐’(2006년 강남과 서초, 송파, 목동, 분당, 용인, 평촌 등 가격이 급등한 7개 지역)이라는 복병 때문에 가격이 폭등했고 시민들의 원성도 컸다. 그 때문에 노무현 정권의 지지율도 빠지고 곤욕을 많이 치렀다.

 

- 이명박 정부는 어땠나.

▲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경제면에서 보면, 4대강 사업에서 보듯이 토건밖에 모르던 인물이다. 여기에 부동산투기를 어떻게든 끌어올리려 애를 썼다. MB는 노무현 정부가 힘들게 구축한 부동산 시장 정상화 조치들을 전부 무너트렸다. 종합부동산세도 완전히 파기시켰다.

MB가 부동산 활성화에 많은 공을 들였지만, 효력이 없었다. 당시 대외적인 요인들 때문이었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그랬다. 1929년 경제 대공황에 버금가는 엄청난 위기였다. 그때 ‘자본주의 시장이 끝났다.’ 할 정도로 위기감이 고조됐다.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시장 유동성 즉, 돈을 무제한으로 풀었다. 2010~2011년에는 그리스와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부 유럽발 재정위기도 있었다. 대외적 금융위기가 끊임없이 터지면서 국내 투기심리도 얼어붙었다.

주식시장도 바닥이었고 ‘패닉’에 빠지면서 감히 투기할 의욕을 잃었다. 한마디로 외부세계에서 불어닥친 ‘쓰나미’가 워낙 강해서 투기가 실종된 시기였다. 부동산 부양책이 미수에 그쳤다. 2012~2013년 서울 아파트 가격을 보면, 이때가 최고 바닥을 쳤다.

 

- ‘노무현-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 차이점은.

▲ 사람들은 노무현 정부 때 부동산이 급등했고, MB때 내렸으니 MB정권이 잘한 것으로 평가를 하는데, 그것은 무지의 소산이거나 의도적인 매도다. 지난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그대로 계승했기 때문에 많이 올랐고, 토건 정책에 ‘올인’했다.

정부 정책효과라고 하는 것은 계속 지속이 되면 언제나 효과가 나타난다. MB정부가 5년 내내 부동산 부양책을 썼고, 박근혜 정부에서 효과를 거둔 것이다. ‘레버리지’를 일으켜도 이자 부담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전세가 많이 올랐다.

이명박-박근혜 정권 내내 전세가 계속 올랐던 이유는 아파트 매매가 실종됐기 때문이다. 시장이 하락했고 사람들은 매매시장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실수요는 없고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 여기에 이자율이 마구 떨어지고 전세대출로 은행에 돈을 넣어봐야 이자도 적다.

그래서 전세를 월세로 전환했다. 엉뚱한 곳에서 수요가 일어난 것이다. 2014년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빚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표방했고, 여기에 한국은행이 적극적으로 협력을 했다. 기존금리를 말도 안 되게 떨어트렸다. 그렇게 떨어트릴 이유도 없었다.

 

 

ⓒ위클리서울/ 김용주 기자

- 투기 붐이 부활했다는 말인데.

▲ 2014년부터 투기가 전면적으로 일면서 가격이 올랐고 이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특히 서울은 2012~2013년에 아파트 가격이 바닥을 치면서 2014년 가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지방은 가격이 내려갔고, 이명박 정부 때부터 부산, 대구, 광주 등 지방 대도시들이 엄청나게 올랐다. 그러면서 수도권과 지방으로 시장이 양분됐다.

돈 있는 사람들이 돈 되는 곳을 쫓아다니며 지방으로 내려갔다. 노무현 정부 때, 서울 등 수도권의 부동산이 너무 올랐고 지방은 가격이 쌌다. MB정부에서 지방 대도시가 많이 올랐다. 그런 투기수요가 서울에서 지방으로 옮겨갔다. 지방은 규제도 약하고 가격은 오를 대로 올라갔다. 그런 세력들이 2014년에 다시 서울로 올라온 것이다.

 

- 자칫하면 가격폭등이 지지율 폭락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 노무현 정부 때가 그랬다. 참여정부로 세상이 바뀌었고, 사람들은 대통령이 부동산투기 억제 등 많은 일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가격이 급등하자 지지를 철회했다. 호남에서는 노 대통령이 대북송금 특검을 받게 되자 지지율도 같이 떨어졌다. 또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 체결이 이뤄지자 지지세력이 떨어져 나갔다.

떨어져 나간 결과는 대선 패배였고 참담했다. 그런 ‘선택’은 재앙이고 망국이다. 항상 현실과 엄정하게 맞서야 한다. 물론 현실은 힘들고 어렵지만 냉정함을 잃지 말아야 한다. ‘부동산이 너무 올랐어, 이 정부에 너무 화가 나. 지지를 철회하자!’라는 생각은 너무 유아적이다.

 

- 지금도 그런 분위기 아닌가.

▲ 현재도 참여정부 때와 같은 상황이 재현되고 있다고 보면 맞다. 단지 참여정부 때보다 상황이 좀 나아진 것은 우리가 한번 쓰라린 경험을 했기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그래도 절반 가까이 유지되고 있다.

일종의 참여정부의 예방주사인 ‘백신효과’ 때문이다. 모든 미디어가 정부 흠집내기에 골몰했다면 지지율이 급락했을 것이고, 아마 거의 초토화됐을 것이다. ‘절반의 지지율’이 버티고 있는 것도 ‘노무현 백신’ 때문이다. <3회로 이어집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