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탐방] 황학동 중앙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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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위클리서울=정다은 기자]  황학동 곱창거리엔 여전히 부지런한 상인들로 부산하다. 손칼국수집은 숨은 맛집인듯하다. 끊임없이 사람들이 오간다. 폴폴폴 올라오는 연기 사이로 열심히 반죽을 하는 상인이 보인다. 반죽이 가득 쌓였다. 장인의 포스가 느껴진다.

좀 더 걷다보면 주방거리가 나온다. 여전히 물건 옮기는 트럭들을 거리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구경나온 사람보다 상인과 배달원만 분주하다. 직접 찾아와서 고르는 사람도 많지만 요즘은 ‘시국이 시국인지라’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시장 입구가 보인다. ‘중앙시장’. 다시 이곳에 방문했다. 중앙시장이 있는 중구 황학동 일대는 조선시대 사대문 중 동대문의 바깥에 위치했다. 당시 종로를 중심으로 하는 한양의 시민들이 소비하는 땔감이나 채소 등을 가까운 나루인 뚝섬과 주변의 왕십리에서 집산, 공급하는 형태로 시장이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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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에는 신당동공설시장이었다, 1945년 해방으로 일본이 물러나자 1946년 성동시장이 들어섰다. 당시 성동시장은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보다 점포가 더 많았다. 서울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곡물시장으로 번영했다. 한때 서울 시민들이 소비하는 양곡의 80%를 거래할 정도였다. 나전칠기가 시장을 대표하는 상품이 되기도 했다. 정부의 쌀값 안정화 정책에 따른 정부미 방출로 양곡시장이 약화되면서다. 1980년대 후반 마장로가 개통됐다. 그 주변으로 주방기구와 가구를 파는 점포가 생겨났다. 때마침 외식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점포수가 급속히 늘어났다. 중앙시장은 양곡시장에서 주방기구·가구 시장으로 탈바꿈했다. 오늘날 서울중앙시장은 닭과 돼지의 부산물을 중심으로 여러 물품들을 취급하고 있다. 2009년에는 지하에 예술가들의 공간인 신당창작아케이드가 들어서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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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엔 방문차량을 제한하는 표지판이 있다. 고객 및 보행자 편의를 위해 매일 오후 2시부터 오후 7시까지 보행거리로 지정, 운영 중이다. 덕분에(?) 시장이 휑하게 보인다. 시장 안으로 들어섰다. 지나다니는 사람이 드물다. 드문드문 보이는 사람들조차 전부 마스크를 쓰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여파다. 상인들도 두렵긴 마찬가지. 지나가는 손님이 적어 가게로 들어가 있거나 아직은 쌀쌀한 날씨를 피해 몸을 녹이고 있다. 노점상 상인들은 따로 바람을 막을 방법이 없다. 박스 상자와 비닐로 바람막이를 만들어 그 안에 작은 난로를 피워놓고 몸을 녹인다. 그래도 올핸 큰 한파가 없어서 그런지 나와 있는 노점상이 많다. 겨울에만 볼 수 있는 풍경. 이불 덮은 물건들이다. 팔아야 될 물건들이 혹여 얼까봐 도톰한 이불까지 덮어둔다. 추운 건 상인만이 아니었다. 이런 면에선 아직 전통시장의 시설이 완벽하다고 할 순 없다. 정겹고 보는 재미도 있지만 상인들이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장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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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한 시장 골목을 청소하는 관리인도 보인다. 중앙시장이 청결하게 유지되는 비법인 것이다. 상인들도 가게는 물론이고 가게 앞까지 깨끗하게 관리한다. 손님이 없어도 계속해서 청결을 신경 쓰는 모습에 믿고 찾을 수 있다.

싱싱한 해산물, 신선한 채소, 잘 익은 과일도 보이지만 이들을 찾는 손님은 없다. 뛰어난 자태로 지나가는 손님 한 번이라도 잡아 보려하지만 마스크를 쓴 손님은 눈길 한 번 휙 주곤 떠나버린다. 사람 많은 곳을 오래 돌아다니기 위험한 시기라 그런지 필요한 물건만 사고 바로 시장을 떠난다. 상인들 얼굴엔 근심이 가득하다. 가뜩이나 겨울에 손님 찾기도 어려운데 코로나 사태까지 터지니 손님 잡기가 하늘의 별 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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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문 쪽으로 향하니 왕래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점심 장사를 하는 국밥집, 백반집엔 그나마 손님들이 앉아있다. 식욕을 자극하는 어묵, 만두, 튀김집 냄새. 코로나도 이길 순 없다. 주춤주춤 걸음을 멈춰 한참을 구경하던 아저씨는 결국 지갑을 연다. 환한 미소로 덤까지 얹어주는 상인. 훈훈한 광경이다. 겨울의 별미 호떡, 군고구마, 옥수수도 발길을 잡는다. 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 같다. 아무래도 정문과 가까워 큰도로와 인접해서 시장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포획한 것이다. 호떡집에 맛있는 기름 냄새가 시장 안으로 퍼져나간다. 또 다른 기름 냄새가 난다. 꽈배기 집이다. 옛날 꽈배기는 꼬아서 설탕만 묻혔다면 이젠 아니다. 그 종류만 천차만별. 앙금이 다른 도너츠부터 핫도그까지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하지만 여전히 찾아오는 손님은 보이지 않는다. 기름의 온도도 오르질 않는다. 어서 손님들의 발길이 늘어 추운 날씨에도 상인들의 얼굴 화끈거릴 정도로 기름 온도가 높아졌으면 좋겠다.

코로나 사태에 상인들의 근심은 더욱더 커져만 간다. 자연스레 많은 사람들이 몰리게 되는 시장은 더욱 심각하다. 좋은 물건은 많지만 손님이 없으니 팔리질 않고…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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