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신간] 넘어져도 상처만 남진 않았다
  • 이주리 기자
  • 승인 2020.02.2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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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원 지음/ 김영사
ⓒ위클리서울/김영사

[위클리서울=이주리 기자]  ‘꽤 친한 줄 알았는데 왜 나만 속마음을 털어놓는 걸까?’ ‘저 사람은 왜 매번 무례하게 말할까?’ ‘왜 나만 빼고 다들 쉽게 사는 것 같지?’ 직장 선후배와 동료, 친구, 가족 등. ‘라디오작가’라는 직업으로 접한 수많은 사연 속 관계를 저자는 유심히 들여다본다. 이뿐만 아니라 본인을 둘러싼 관계망에서 지쳐가는 자신의 모습도 관찰한다. 확실히 사는 건 쉽지 않다. 행복이나 즐거움보다 슬픔과 우울의 힘이 더 세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어두운 감정을 ‘배출’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넘어지고 일어나는 과정에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과거의 자신처럼 지금 힘들어하는 사람을 조심스레 위로한다. ‘살면서 그 정도는 누구나 다 아프다’는 식의 무성의한 위로가 아니다. 온몸이 마비되어 병상에 누워 있다가 돌아가신 어머니를 간병하던 때와 군만두만 먹으며 추위와 절망에 떨던 학창 시절 등 평생 숨기고 싶었던 자신의 상처를 담담하게 나눈다. 그리고 힘겨운 지금 이 순간이 결국 지나갈 거라며 응원한다.

아픔도 진하게 겪었지만 무언가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그보다 더 진하다. 그것은 또 하루를 살아갈 용기를 준다. 저자는 ‘바로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애정을 쏟으며 어려움을 이겨나간다. 나를 힘들게 하는 상황이나 타인의 마음은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만 무언가에 쏟는 애정은 마음껏 할 수 있으니 말이다. LP 바에서 디제잉도 해보고, ‘전생엔 떡볶이였다’고 할 만큼 떡볶이에 대한 무한애정을 표현한다. 뒤늦게 시작해 환희를 느끼는 심리학 공부, 온라인을 항해하며 ‘덕질’하는 음악과 영화 그리고 책 이야기까지. 특히 흥겨운 EDM 음악과 댄스에 대한 이야기는 조용하고 진지할 것만 같은 라디오작가의 이미지에 새로운 모습을 오버랩한다.

저자의 다채로운 취향에 대한 유쾌한 글을 읽다 보면 독자 역시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될 것이다. 그러다보면 힘겨운 지금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그 방법도 찾아나갈 수 있다.

진지하기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낸 것 또한 이 책의 강점이다. 직장 내 관계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자신을 ‘남들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 임무인 스파이’라고 상상하거나 절망스런 상황에 빠졌을 때 ‘극적인 소설 속 인물이 되었다’고 인식하는 등. 고통 속에서도 창의력을 발휘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눈물을 머금은 위트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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